비싼 밥 먹고 왜 죽습니까?
우리가 세상 살아가는데 모두 다 어려움의 종류와 그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힘들지 않은 자가 어디 있겠는가? 유한한 생명체로 태어나서 때가 되면 다 죽게 되어 있다. 불교에서는 생로병사의 4단계를 아무도 피할 수 없는 인간의 숙명이라고 한다.
진나라 시황제는 영원히 살고자 백방으로 불로초를 찾아다녔지만 끝내 죽었다. 모든 것이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 그 끝이 언제인지 우리가 미리 알 수 없는 한계는 있지만, 언젠가는 끝이 난다는 것은 모두가 인정한다.
“태어나는 순서는 있어도 죽는 순서는 없다.”는 말에서처럼 인간이 똑같은 조건으로 무병장수하여 자연사할 경우는 태어난 순서대로 죽을 것이다. 그러나 인간이 태어난 이상 모두가 똑같은 조건으로 무병장수할 수는 없다.
요즈음은 교통사고 등 사고사도 많고, 질병으로 인한 사망도 많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되고 안타까운 죽음이 있다. 그것은 자살(自殺)로 인한 사망이다.
우리나라 자살률은 22년째 OECD국가 중 1위이며, 그 숫자는 28.3명(인구 10만 명당 자살자수)이다. 1년에 자살한 사람은 총 1만 4439명이다. 하루 평균 40명이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이는 OECD 국가 평균 자살률의 2.3배 수준이다.
연령별 자살 사망자는 50대가 전체의 20%로 가장 많았고, 40대(18%), 60대(16.4%)가 뒤를 이었다. 자살률로 보면 80세 이상이 59.4명으로 가장 높았으며, 70대(39명) 역시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2023년 기준 10대 자살률은 7.9명으로 역대 최고치였다. 중. 고등학생 27.7%가 최근 1년간 우울감을 경험했다는 조사결과가 이를 뒷받침해 준다.
이 같은 통계는 대한민국에서 살아가기가 얼마나 힘든지를 나타내준다고 생각한다, 경제규모는 세계 13위, 국민소득은 4만 불 수준인데, 왜 이리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지?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통계를 살펴보면, 10대 청소년, 40-60대, 70-80대 등 거의 전구간에서 많은 자살자들이 분포하고 있다. 그 이유를 좀 더 깊이 분석해 보면,
10대 청소년의 자살이유는 학업문제로 인한 부모-자식 간 갈등, 학업문제로 인한 우울감, 학업스트레스로 인한 학교폭력 등 청소년 개개인의 능력을 무시한 채 과다하고 강압적인 학업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해 발생한 사고다.
40-60대 자살 이유는 부모 또는 사회인으로서 기대역할에 부응하지 못한다는 자책감과 그로 인한 무기력감, 직장 스트레스, 경제적 궁핍, 가정해체 등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고, 70-80대 자살이유는 경제적 궁핍, 질병, 배우자와 사별, 소외감, 고독감 등으로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통계자료에서와 같이 많은 사람들이 갖가지 이유로 스스로 생을 마감하고 있다. 참 안타까운 일이고, 애석하기 그지없다. 어떻게 하면 22년째 OECD 국가 최고의 자살률을 낮출 수 있을까?
정부에서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한다. 많은 예산을 들여 저소득층, 노년층 대상 경제적 지원 등 각종 정책들도 의미가 있겠지만, 더욱 중요하고 본질적인 대책은 따로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바로 “본인의 마음자세, 삶에 대한 긍정적 태도”를 올바르게 정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본인 스스로 “못살겠다” “죽겠다”고 작정한 사람을 말릴 수 없다. 불가능하지는 않겠지만 가능성이 매우 낮다. 죽을 결심을 하고 한동안 방황하다 스스로 깨우쳐서 제자리로 돌아와 잘 살고 있는 사람들은 말한다.
“그들이 죽겠다는 결심을 한 이상, 주변의 위로나 조언이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면 어떤 계기로 그들이 다시 일상으로 무사히 되돌아왔는가? 평범한 사람들이 보기에는 특별한 것도 아닌 것 같은데, 사소한 계기로 당사자들이 스스로 생각을 고쳐먹고, 죽겠다는 결심을 해제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종합해 보면, 죽겠다는 결심을 이미 한 사람들은 본인이 아닌 타인이나 주변 상황 변화와 관계없이 오로지 어떤 계기인지 몰라도 자신의 심경변화, 즉 스스로가 삶의 의지로 충만하여 심연의 바닥을 박차고 올라와야 한다는 것이다.
불교에서 이를 두고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 했다. “모든 것이 자기 마음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죽는 것도, 사는 것도, 살겠다는 의지도, 모두 본인 스스로가 결정하는 일이다.
그러면 자살을 예방하고, 죽겠다고 결심한 사람을 다시 제자리로 되돌아오게 하는 방법도 여기에 있다. 어릴 때부터 수시 교육을 통해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본인 스스로가 죽지 않고 살겠다”는 삶의 가치를 마음속 깊이 간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얄팍한 지식공부도 좋지만, “태어난 이상 스스로 죽지 않고 삶을 완주하는 것이 인간의 도리이고, 끝까지 살아볼 가치가 있다”는 올바른 삶의 태도를 갖도록 가르쳐야 한다.
그리고 “본인이 죽어버리면 모든 복잡한 상황이 끝이 난다”고 생각하고 그 결심을 실행에 옮기게 되는데, 정작 본인이 자살을 해 버리면 과연 모든 것이 끝이 나고, 정의가 실현되고, 억울함이 풀리는가? 절대 그렇지 않다.
그냥 본인이 죽으면 그냥 본인만 죽은 것으로 끝이 난다. 사고가 있고 난 후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세상 모든 사람으로부터 그냥 잊히게 된다. 내가 억울한 게 있고, 못다 한 것이 있으면 되든 안 되든 본인이 직접 끝까지 정리하는 수밖에 없다.
어떤 문제이던지 본인만큼 그 사태의 본질과 심각성을 잘 아는 사람이 없다. 곁에 있는 부모, 자식, 배우자, 친구 등 그 어느 누구도 본인보다 답답하고 억울한 심정이 없을 것이고, 그 사태해결도 본인만큼 잘할 수 있는 사람이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
따라서, 어떤 문제, 난관, 억울함, 답답함이 있으면, 회피방법으로 죽음을 선택해서는 절대 안 된다. 왜냐하면, 본인이 죽어버리면 그 억울함, 답답함, 불공정 등의 문제는 죽는 순간, 아무런 일 없었다는 듯이 묻혀버리고 가까운 가족이나 세상사람들로부터 잊혀 버리게 되기 때문이다. 죽으면 더 억울해진다는 것이다. 본인이 죽으면 끝나겠지라고 생각하는 것은 완전한 오판에 불과하다.
또, 어떤 이들은 유서나 죽기 직전의 정황으로 보면, 가족. 연인. 직장동료 등 인간관계 때문에 생긴 심한 스트레스를 죽음으로 되갚아 주려고 하려고 한다. 그러나 이 또한 본인이 죽고 나면 남은 자들이 본인의 죽음으로 인한 죄책감으로 괴로워하고 고통받을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그 결과는 전혀 그렇지 않다.
“죽은 사람만 서럽지, 산 사람은 어떻게든지 살아간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 말이 있다. 인간성 더럽고, 능력 없고, 못되고, 악하고, 성질 지랄 같고, 맨날 술만 먹고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사고만 쳐대는 등 일생에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들도 제 잘난 체 태연하게 잘도 살아간다.
그런데, 왜 죽습니까?
그리고 죽는다고 사태가 저절로 해결이 됩니까?
누구 좋으라고 죽습니까?
게다가 가만히 있어도 언젠가 모두들 죽게 되어 있는데 굳이 왜 스스로 아까운 목숨 끊습니까?
앞서 언급했듯이 인간이 태어난 이상, 언젠가는 다 죽습니다. 가만히 있어도 죽는데, 굳이 수고스럽게 스스로 왜 죽습니까?
사람이 어떤 노력을 해서 하는 일은 어떤 의미가 있고, 가치가 있는 일들입니다. 그러나, 어떻게 죽을까? 언제 죽을까? 어디서 죽을까? 누구와 같이 죽지? 와 같은 쓸데없는 짓을 계획하는데 시간을 들이고 합니까? 비싼 밥 먹고 그렇게 할 일이 없습니까?라고 되묻고 싶습니다.
왜 사냐고요? 사는 게 즐겁냐고요?
이 세상에서 매일 즐거운 사람이 있을까요? 아무도 없습니다. 단지 즐거워 보이는 사람은 있을지 몰라도, 마냥 즐거운 사람은 절대 없습니다. 태어났기에 의무감으로 살고, 언제 죽을지 몰라서 살아보는 것이고, 스스로 죽지 않아도 언제 가는 반드시 꼭 죽을 것이기에 미리 죽을 필요가 없다. 그래서 현재를 열심히 살아가는 겁니다.
만약 인간이 불사신이라 영원히 사는 동물이라면, 도저히 끝나지 않을 고통을 회피하거나 무기한의 심심함과 무료함을 끝장내기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100년(36,500일)도 못 사는 인생을 힘들게 스스로 끝낼 이유는 아무리 생각해도 찾을 수가 없다. 인명재천(人命在天)이라고 했지 않는가? 죽고 사는 것은 ‘자연의 섭리’에 맡겨 놓고 우리는 상황에 맞게 잘 적응해서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아가면 된다.
누가 뭐라 해도 남 눈치 볼 것 없고, 자기 하고 싶은 일하고, 悠悠自適, 安分知足의 삶을 살면 된다. 때가 되면 저승에서 명단을 부를 것이다. 그때가 되면 버팅기지 말고 순리대로 그 부름에 따르면 된다.
저승에서 부를 때까지는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능력이 있으면 있는 대로, 모자라면 모자란 대로, 잘나면 잘난 대로, 못나면 못난 대로, 그냥 각자 생긴 대로, 처한 상황에 맞춰 분수에 맞게 살아가면 된다.
너무 억지로 안 되는 일을 하려고도 하지 말고, 열심히 노력해도 안되면 안 되는 대로, 그렇게 세월이 흘러가는 대로, 비가 오면 우산을 쓰고, 우산이 없으면 도롱이 쓰고, 도롱이도 없으면 그냥 비 맞으면 됩니다. 그렇다고 절대 죽지 않습니다.
P.S. 죽을 것 같아도 죽지 않고, 죽을 뻔 해도 결코 죽지 않고 살아났던 경험은 다들 있지 않나요?
스스로 억지로 죽지 않으면, 사람이란 존재는 그렇게 쉽게 죽지 않습니다. 죽을힘을 다해 살아야지요. 그러다 보면 좋은 일 있겠지요. 그 언젠가는 모르지만 반드시 지금보다 나은 내일은 있게 마련입니다. 힘내시고, 화이팅합시다람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