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지금꺼지 살아 보이

아버지와 초로의 소년

by 맹부

내 지금꺼지 살아 보이 “다 부질없더이다”라고 시작할 것 같았지요? 그러나, 내 지금까지 살아 보이 그렇지 않았고, “살만 했습니다.” 그리고 내 삶은 나름대로 재미도 있었고, 때로는 힘들기도, 때로는 무지 마음이 쓰라리고 아프기도 했지요.


지금은 인생의 반환점을 지난 60이 다 되었습니다. 돌이켜 보니, 어제 일처럼 너무나 생생한 장면이 있는가 하면, 희뿌옇게 어렴풋한 기억도 있습니다. 여기 세월이 지날수록 더욱 선명해지는 장면이 하나 있습니다. 영화 필름처럼 너무나 생생하게 눈앞에 그때 그 시간이 생각납니다.


1979년 어느 가을 오후, 햇빛이 어스름하게 비치는 시골 중학교 운동장, 친구와 야구 캐치볼을 하고 있는 중학교 1학년 소년이 있었고, 그 아들을 데리러 온 40대 후반의 아버지가 있었다. 한참을 지켜보던 아버지는 아들에게 눈짓을 보내고, 그를 본 아들은 친구에게 공을 건네고, 아버지를 따라나섰다.


아버지와 아들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가끔씩 웃으면서 계란농장으로 계란을 사러 숲 속길을 걸어갔다. 계란농장에 도착했는데, 농장 주인이 없어 한참을 아버지와 아들은 농장 입구 돌계단에 앉아있었다. 아버지와 소년은 붉게 물든 가을날의 저녁노을을 함께 바라보면서 별 말없이 서로를 쳐다보면서 가끔 씩 웃었다. 그게 전부였다. 그래도 소년과 그 아버지는 마냥 좋았다.


아버지는 계란 10판을 보자기에 싸서 어깨에 메고, 아들은 3판을 끈으로 묶어서 어둑어둑해진 오솔길을 다시 되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은 인적이 드물기도 하고, 어두워져서 약간 무서운 느낌도 있었다. 그러나 소년의 우상인 아버지와 함께 하는 가을 소풍과 같은 시간이었기에 잘 참아 낼 수 있었다.


중간중간에 길가에 앉아 쉴 때 아버지는 은하수 담배를 피우셨다. 그러면서 “요즘 공부하는데 힘들지 않으냐? 필요한 것은 없느냐?” 고 소년의 학업에도 관심을 가졌었다. 그렇게 세월은 흘러갔다.


그러던 아버지는 지금 60이 다 된 소년의 곁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나는 13세 소년이고, 아버지는 젊디 젊은 49세 가장이셨다. 무심한 세월이 너무나 또렷한 추억만 남겨놓고 소년의 아버지를 앗아가 버렸다.


오늘은 비도 오고, 아버지 생각도 나고 해서, 퇴근 후 소주 한잔하려 한다. 돌아가신 아버지께서 평소 술 드시면 늘 부르시던 배호의 ‘돌아가는 삼각지’를 들으며 아버지와 즐거웠던 이런저런 추억을 떠올려 볼까 한다.

얼큰히 취한 상태에서 그 노래를 들으면 초로의 소년은 울 수도 있겠다. 그런데 내 나이가 몇이냐? 이를 악 물고 참아야지! 울면 안 된다카이

으〜앙〜〜, 크〜흐 크〜흐

애들 집에 올 때 다됐는데, 눈물이 그치지 않네. 비 오는 날 밤에 술 먹으면 안 됩니다.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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