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라... 하지만 사랑해(1)

나는 비밀요원 A

by ㅇㅅㅇb

나의 어릴 적 꿈은 비밀 요원이었다. 제목은 기억 안 나지만 어려운 임무를 완벽하게 해내는 비밀 요원이 나오는 옛날 첩보영화를 보며 가지게 된 꿈이었다. 하지만 나이를 먹어가면서 현실과 타협하며 살다 보니 그 꿈을 잊어버리게 돼버렸다.

내가 시끄러운 알람 소리에 깨 가장 처음 떠오른 생각은 ‘여긴 어디지’라는 생각이었다. 어딘지 모를 장소에서 눈을 떴지만 놀랍게도 매우 침착한 상태이다. 서둘러 자신의 상태를 파악한다. 몸이 묶여있지 않은 것으로 보아 납치는 아닌 것 같다. 방 상태를 보아하니 누군가의 방인 듯 보인다. 침대 근처에는 책상이 있고 그 위에 노트북과 사진이 놓여있다, 닫혀있는 노트북 위에는 ‘매일 아침 확인하기’라는 쪽지가 붙어있다. 노트북을 켜자 일기로 보이는 글이 적혀있었다. 상황파악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천천히 읽어보았다. 2014년 2월 28일 자신은 기억상실을 가진 환자이고 매일 기억을 잃는다. 그리고 사랑하는 딸과 함께 살고 있다. 딸은 내일 중학교 1학년이 된다. 딸은 자신이 기억상실인 것을 모른다. 오늘은 딸이 가장 좋아하는 오므라이스를 해주기로 했다. 추가적인 정보를 얻고 싶다면 과거의 일기를 확인하기 바란다. 상사가 부하에게 임무를 하달하는 말투와 핵심만 적은 글이었다. 하지만 누구보다 딸을 사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옆에는 한 남자와 소녀가 웃으며 행복하게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이 있었다. 주위를 둘러본다. 그래서 나는 여기에 왜 있는 거지? 저 사진 속 남자가 나를 납치한 사람인가라고 생각하며 사진을 자세히 보는데 액자 유리에 사진 속 찍혀있는 남자와 똑같이 생긴 사람이 어렴풋이 비춰 보였다. 나는 서둘러 거울을 들어 나의 모습을 확인하였다. 거울 속에는 누구보다 딸을 사랑하는 것처럼 보인 사진 속 남자의 모습이 있었다. 나는 상황을 이해했다. 노트북에 있던 일기는 나의 이야기이고 사진 속 남자는 나 자신이라는 것을 그리고 나는 딸에게 기억을 잃었다는 사실을 들키면 안 된다는 것을, 나는 빠르게 상황을 이해했다. 하지만 여전히 드는 불안한 생각…. 나는 딸에 대한 기억이 없어 사랑한다는 마음이 없는데 과연 사랑할 수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사진을 보았다. 사진 속에는 여전히 화목해 보이는 두 사람이 있었다. 그 사진을 보며 나는 생각했다, 딸이라 보이는 이 소녀 아니 내 딸을 사랑해 주겠다고, 사랑한 마음이 안 들면 지금부터 사랑해 주면 되는 거 아닌가?라는 다짐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알람이 한 번 더 울렸다. 알람에는 ‘오므라이스’라고 적혀있었다. 현재 시각은 7시 20분 중학교가 어디인지 모르겠지만 등교 시간이 8시 30분까지 인걸로 생각하면 아침 식사를 준비하기에, 충분한 시간이겠지. 보통 사람들은 혼란스럽고 불안하겠지만 나는 왠지 어릴 적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며 가슴이 뛰었다. 딸에게 들키지 않으며 완벽한 아빠를 연기해야 한다니 무엇보다 완벽한 첩보영화의 한 장면이 아닌가? ‘좋아 완벽한 아빠가 되어주겠어.’라고 생각하며 나는 방문을 나섰다. 방문을 나서자, 집 안이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새삼스레 깨달았다. 혹시 큰 배 위에 있거나, 지하가 아닐까, 생각은 했지만, 햇빛이 잘 드는 너무나 평범한 아파트 집 안이었다. 방문을 닫는데 ‘덜컥’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팻말이 문에 부딪히는 소리였다, ‘아빠 외에 출입 금지’라고 적혀있었다. ‘흠.... 너무 보안이 허술한 거 아닌가? 딸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나의 모습치고는 너무 보안이 허술하군.’이라고 생각했지만 뭐.. 이걸로도 지금까지 들키지 않은 거니 크게 상관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나는 집안 곳곳을 둘러보았다. 화장실, 빈방 한 개, 베란다, 부엌 그리고 ‘현지 외에 출입금지’라는 팻말이 붙어있는 내 딸의 방을 제외하고는 전부 확인했다. 음 딸의 이름이 현지였군. “현지….”라고 작게 중얼거리고는 부엌으로 갔다. 완벽한 오므라이스를 만들어야 하니 말이야. 하지만 나는 오므라이스를 만드는 방법을 모르니 인터넷에 찾아본다. 냉장고를 열어보니 내가 어떤 사이트에 들어가 요리법을 찾을지 알았던 것처럼 재료가 완벽하게 갖춰져 있었다. 다행히 옛날에도 요리를 자주 했는지 재료를 다듬는 솜씨나 조리 기구를 다루는 데는 어렵지 않았다. 덕분에 내가 보기에도 완벽한 오므라이스를 만들 수 있었다. 맛을 보고 싶었지만 그걸 생각 못 한 채 플레이팅을 해버려 맛을 볼 수 없게 되었다. 지금 맛을 보면 완벽한 오므라이스가 망가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불안한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는 도중 현지 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발소리가 가까워지며 드디어 현지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