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
일은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되었다.
신체포기각서를 경찰에 제출하자, 평소 L.S를 주시하고 있던 경찰들이 곧바로 움직였다. 부회장 집은 압수수색되었고, 다른 자료들도 확보되었다. 부회장은 예상보다 순순히 조사를 받으며, 자신의 죄와 조직원들의 죄를 모두 인정했다. 임원들 역시 보스가 체포되자 더 이상 저항하지 않고, 자진해서 경찰조사를 받았다. 유일하게 회장만이 죄를 인정하지 않았고, 정우가 흘린 정보 덕분에 그는 누구보다 큰 벌을 받게 되었다.
L.S 건물도 조사 대상이 되었고, 지하에 갇혀 있던 사람들의 소식이 세상 밖으로 전해졌다. 지하에서 나온 사람들은 가족을 만났고, 오랜 기다림 속에서 분노와 안도감을 동시에 느꼈다. 가족을 찾던 사람들은 분노를 참지 못했고, L.S를 상대로 고소를 진행했다. L.S의 임원들은 차례로 조사받고, 감옥으로 향했다.
하지만 해피엔딩이라고 부르기엔 상황이 복잡했다. 지하에 갇혀 있던 사람들과, 평소 D.C.T를 사용하던 사람들이 복구 시위를 시작했다. “자기 행복을 뺏지 말라, 돌려달라”는 요구는 많은 사람을 거리로 불러 모았다. 사람들은 두 그룹으로 나뉘어, 긴 시간 동안 대립하게 될 것 같았다.
정우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스스로에게 물었다. 자신이 정말 옳은 행동을 한 것일까. 좋아하는 사람을 구하기 위해 시작한 일이었지만, 결국 정우가 구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지애를 가장 먼저 찾았지만, 그녀는 지하에 없었다. 자신을 좋아했던 사람조차도 지켜주지 못했다.
정우는 교도소에 있는 부회장을 찾아가기로 했다. 이유를 듣고 싶었다. 왜 이런 프로젝트를 만들었는지, 갑자기 왜 회사를 세웠는지.
부회장은 예상했듯 정우의 방문을 알고 있었다. 정우를 보자, 그는 싱긋 웃으며 자리에서 말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승리를 축하합니다. L.S를 무너뜨리는 데 성공하셨군요.”
“저희가 L.S를 무너뜨리려 한 걸 알고 있었나요?”
“지애 씨를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지애 씨는 무사한가요?”
“그건 저도 잘 모르겠네요….”
“잘 모른다니, 바르게 말하세요!!”
화가 난 정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유리를 쳤다. 교도관이 놀라 쳐다봤지만, 부회장은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말했다.
“오해가 있는 듯합니다. 지애 씨를 잡은 적은 없습니다. 반기를 들었다고 벌을 준 일도 없고요. 그녀가 아직 나타나지 않은 것은 지애 씨 자신의 선택입니다. 물론 두식 씨 일은 유감입니다. 최대한 살리려 했지만, 두식 씨가 총을 훔쳐 경비를 위협했기에 자기방어로 그렇게 된 겁니다.”
정우는 숨을 고르며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오래 품었던 질문을 꺼냈다.
“사채업자로 살아온 당신이 왜 회사를 세웠습니까? 그리고 D.C.T 프로젝트는 왜 만든 거죠?”
부회장은 잠시 생각하다 답했다.
“첫 번째 질문부터요. 믿기지 않겠지만, 제 꿈이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사채업자로 살아왔고, 할 줄 아는 건 그것밖에 없었죠. 하지만 저는 제 회사를 세우고 싶었습니다. 정당하지 않은 방법으로라도 L.S를 세운 이유는 그것이 제 꿈이었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질문, D.C.T 프로젝트는… 사람들이 행복했으면 했습니다. 제가 만든 것을 통해 내일을 살아갈 힘을 얻기를 바랐죠. 하지만 진행할수록, 원래 의도와 달리 괴물을 만들어 다른 방식으로 이용하게 되더군요. 그걸 막아준 것이 바로 당신입니다. 그래서 감사하고 있어요.”
“행복이라? D.C.T로 피해 본 사람들을 보세요. 악몽 때문에 가족과 이별하고, 소중한 사람들을 잃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부회장은 잠시 생각한 뒤 말했다.
“그건 저희 잘못만은 아닙니다. D.C.T 본질은 일주일에 한 번 행복한 꿈을 꾸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사람들이 통제하지 못하고 무분별하게 사용했기 때문에 악몽이 생긴 것이죠. 돈을 낼 수 있다면, 악몽을 꾸게 하진 않습니다. 문제는 사람들의 선택입니다.”
정우는 부회장의 말에 잠시 말이 없었다. 틀린 것은 없었다. 중독되게 만든 것은 회사가 아니라, 자신을 통제하지 못한 사람들이었다.
그때 교도관이 말했다.
“면회 시간 끝났습니다.”
정우는 부회장에게 마지막으로 말했다.
“물론 사람들은 스스로 선택했지만, 선택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걸 알고 있었잖아요. 그들을 막아야 했고, 방치했다는 것만으로도 잘못이 있는 겁니다. 네 잘못과 내 잘못, 그리고 말하지 못한 사람들의 잘못이요.”
부회장은 감옥으로 돌아가며 입가에 살짝 미소를 띄었다. 정우는 속으로 ‘당신 같은 사람이 있어 다행이다’라고 느꼈다.
밖으로 나오자, 지애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웃으며 정우를 바라보았다.
말없이 지애 앞으로 다가선 정우가 물었다.
“왜 묶여 있지 않았으면서 안 왔어요?”
“그게 더 낫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L.S에 잡혀 있다고 생각하게 하면, 더 절박한 상황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했거든요.”
“우리가 얼마나 걱정했는데…”
정우는 안도와 화, 두 감정을 동시에 느끼며 눈물이 흘렀다. 지애는 그런 정우를 안아주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미안해요.”
정우는 지애의 품에 안겨, 마지막으로 마음속 질문을 속삭였다.
“정말 우리가 이긴 걸까요…? 우리가 한 행동이 옳았던 걸까요…?”
“…그럼요. 너무 잘하셨어요…”
지애의 망설임 섞인 목소리에도, 정우는 그저 지금은 눈물을 흘리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