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포기각서 획득
드디어 작전 당일이었다.
서재는 옆 동산과 가까워, 산길에는 경비가 거의 돌지 않았다. 정우와 세희는 산에 몸을 숨기고, 경비가 서재를 확인하고 나가는 순간을 기다렸다. 세희는 그때 침입해 금고를 따면 되었다. 설령 금고를 열지 못해도 상관없었다. 금고를 통째로 들고 나와 도망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 사이 두식이 경비를 돌며 우리와 마주쳐도, 그는 단지 문을 닫고 지나갈 뿐이었다. 그렇게 약 20분의 시간이 생겼고, 도망칠 시간까지 합하면 약 15분 안에 모든 일을 마쳐야 했다.
작전 5분 전, 정우와 세희는 앞동산에 엎드려 경비의 움직임을 살피고 있었다. 그때 세희가 정우에게 속삭였다.
“야.”
“예?”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해. 이번이 실패하면, 우리 둘 다 목숨으로 갚아야 한다.”
“네…”
죽음까지 이야기하는 것은 조금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세희의 무거운 목소리 앞에서 정우는 묵묵히 알겠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마침 경비가 서재로 들어왔다. 방을 살피며 금고를 확인한 경비는 문을 닫았다. 그 순간, 세희는 놀라운 속도로 서재 안으로 침입해 금고를 따기 시작했다.
1분… 3분… 5분… 9분… 시간이 흐르자 문이 열렸다. 예상대로 두식이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세희와 두식의 눈이 마주쳤다. 두식은 세희에게 살짝 웃어 보이고 정우를 바라본 뒤, 고개를 끄덕이고 문을 닫았다. 세희는 안심한 듯, 눈을 비비고 금고 따는 데 집중했다.
12분… 14분… 15분이 되려는 찰나, ‘찰칵’ 소리와 함께 금고의 문이 열렸다. 여러 서류가 가지런히 들어 있었다. 세희는 한 장을 펼쳐 확인했다. 예상대로 신체포기각서였다. 장기를 팔아 돈을 갚겠다는 서약과, 엄지손가락까지 함께 적혀 있었다.
그때, 문밖에서 갑작스러운 소란이 일었다. 꽃병이 깨지고, 의자가 부서지는 소리가 뒤엉켰다. 이어 총성이 울리고, 곧 모든 것이 조용해졌다.
세희는 잠시 멈칫했다가, 떨리는 목소리로 정우에게 소리쳤다.
“뭐 해…! 멍 때리지 말고, 도망가자!!”
정우는 즉시 상황을 파악했다. 두식은 처음부터 자신을 희생해, 정우와 세희가 도망칠 시간을 벌기 위해 소란을 일으킨 것이었다. 덕분에 정우와 세희는 준비해 둔 차에 올라 신체포기각서를 품에 안고 도망쳤다.
세희는 운전하며 훌쩍였다. 우는 모습을 정우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것일까, 아니면 두식의 희생을 배신하고 싶지 않은 것일까. 그녀는 눈물을 참으며 차를 몰았다.
부회장 집 내부에서는, 두식이 거친 숨을 내쉬며 벽에 기대고 있었다. 여러 명의 사람이 총을 겨누고 있었고, 그 뒤로 부회장이 나타나 서재를 살피며 두식에게 말을 건넸다.
“축하합니다. 그대들의 승리입니다.”
두식은 웃으며 세상을 떠났다. 부회장은 씁쓸하게 그 모습을 바라보며, 말하듯이 덧붙였다.
“준비하세요. 경찰이 곧 들이닥칠 겁니다. 손님을 어질러진 모습으로 맞이할 순 없잖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