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작전
회장의 비서직을 맡게 된 정우는 거의 매일 회장과 함께 있어야 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주말은 최고 임원들이 모이는 날이라 비서 활동은 없었지만, 평일에는 아침부터 집에 들어가 잠들기 전까지 회장 곁을 지켜야 했다. 덕분에 많은 정보를 들을 수는 있었지만, 회장 자체에서는 쓸모 있는 정보를 얻기 어려워, 이 자리가 그다지 유리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 때도 많았다.
그러나 오늘은 달랐다. 회장에게 신체포기각서에 관해 물으니, 부회장이 돈을 받아온 날마다 가져온 문서 봉투를 본 기억이 있다고 말한 것이다. 만약 그 봉투가 신체포기각서라면, 부회장을 몰락시키는 결정적 수단이 될 수 있었다.
“내가 저번에 형님 집에 간 적이 있는데, 서재에 수상한 금고 하나가 있더라고. 내 생각엔 거기에 서류들이 모여 있을 거야.”
정우는 회장에게 부회장 집의 위치와 지리 정보를 물었다.
“형님 집에 침입하려고? 그건 안 좋은 생각일걸. 생각보다 많은 보안 장치와 경비가 있어서 들어가기 어렵거든. 게다가 네 얼굴이 들키면 내 위험도 커지겠지.”
“걱정 마십시오. 침입이 들킨다 해도, 부회장에게 복수하기 위해 회장님 곁에 붙었다고 말씀드릴 겁니다. 그러면 회장님은 속은 걸로 끝나실 거예요.”
“뭐… 그거라면 안심이긴 하네. 위치랑 집 정보는 알려줄게. 걸리면 난 모른 척할 거야.”
회장은 멍청한 건지 순수한 건지, 혹은 일부러 그러는 건지 알 수 없는 사람이다. 덕분에 정우는 쉽게 부회장 집 주소를 알게 되었고, 오랜만에 팀원들과 정보를 공유했다.
“이 정도면 우리는 없어도 되는 거 아니에요?”
두식과 세희는 정우가 가져온 정보의 양에 놀란 듯했다. 특히 세희는 임원과 함께 있는 자리에서 정보 분야를 담당하고 있었는데, 정우의 정보량에 살짝 위축된 기색을 보였다.
“아닙니다. 세희 씨가 모아 온 정보 중에 정말 필요한 게 있어요. 이걸 보세요.”
정우는 세희가 가져온 지도를 펼쳤다. 부회장 집 내부 지도였다. 사실 세희는 부회장의 집이 수상하다고 판단해 미리 침입하여 지리를 파악한 것이었다. 덕분에 금고가 있을 법한 서재의 위치를 예측하기가 수월했다.
“회장에게 부회장 집 내부에 대해 듣긴 했지만, 옛날이야기고 말이 이상하게 이어져 잘 이해가 안 됐거든요. 세희 씨 덕분에 훨씬 보기 쉬워졌어요.”
“이 정도는 당연한 거지! 뭘 이 정도로 말이야.”
정우의 말을 들은 세희는 평소 자신감을 되찾았다. 두식은 그런 세희를 보며 키득거렸지만, 세희가 한번 째려보자 웃음을 멈추고 화제를 돌렸다.
“그럼 뭐부터 시작할까요?”
“일단 제가 회장에게 들은 바로는, 그 집의 내부 경비는 철저합니다. 다만 한 달에 한 번, 청소 업체가 들어오는 날 경비들이 밖으로 빠진다고 하더군요. 그날 청소업체로 변장해 침입하는 것이 가장 적합할 것 같습니다.”
“그건 힘들 것 같은데요.”
“왜요?”
“내 조사에 따르면 부회장은 자신 집에 들어오는 사람을 거의 다 얼굴로 기억해요. 청소 업체 직원도 항상 같은 사람을 쓰니까 이미 얼굴이 알려져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니 그 방법은 위험해 보여요.”
상황은 생각보다 복잡했다. 부회장이 집 안 모든 직원을 알고 있다면, 침입은 어려워진다. 경비가 있을 때는 10분마다 서재를 확인하고, 청소할 때 침투한다고 해도 열린 문 사이로 서재 금고를 건드리다 청소업체와 눈이 마주친다면 즉시 신고가 들어갈 것이다.
고민하던 중 두식이 입을 열었다.
“만약 그 서류를 얻는다면 L.S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확신하나?”
“확신은 못합니다. 그 서류가 신체포기각서가 아닐 수도 있고, 설령 맞다고 해도 그것만으로 L.S가 무너진다는 확신은 없거든요.”
“하지만 조사는 받을 수 있게 만들겠지. 좋아, 이 문제는 내가 해결할게.”
“어떡하려고요?”
세희가 불안한 눈으로 두식을 바라봤지만, 두식은 방긋 웃으며 그 자리를 떠났다.
떠나는 두식을 바라보며 세희는 중얼거렸다.
“또 저 눈이지….”
마지막 모임 후 며칠 지나, 두식에게 연락이 왔다.
‘해결됐어. 3일 후 저녁 6시 10분~6시 30분 사이 작전 거행하면 될 것 같아.’
구체적인 시간이었다. 정우는 저 시간이 두식이 서재 경비를 맡는 시간임을 직감했다. 경비가 돌다가 우리와 마주쳐도, 두식은 그냥 문을 닫을 것이고, 다음 순번이 올 때까지 시간이 생길 것이다. 괄호 안은 경비가 조금 일찍 올 수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덕분에 서류를 확보할 수 있는 시간은 충분했다. 금고를 열지 못하더라도 서류를 들고 도망칠 시간은 확보된 셈이었다.
이제 모든 준비가 끝났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다. 만약 이번에 신체포기각서를 손에 넣지 못하면 다른 방법은 없고, 회장이 우리의 음모를 눈치챌 수도 있다. 성주라는 변수도 여전히 남아 있으며, 무엇보다 지애의 안전이 가장 큰 문제였다. 이미 지체된 시간만으로도 지애가 D.C.T에 중독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서둘러야 한다. L.S를 무너뜨리고, 지애를 정상적인 삶으로 되돌려주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