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완성되지 않은 존재로 읽는 천부경
천부경을 읽기 전에, 존재를 바라보는 시선
나는 천부경을
완성된 상태에서 읽지 않는다.
이해를 끝낸 사람의 눈으로도,
답을 가진 사람의 태도로도 아니다.
대부분의 시간,
나는 흔들리는 상태로 이 문장들 앞에 선다.
그래서일까.
천부경은 언제나
설명보다 먼저 상태를 묻는 글처럼 다가온다.
사람들은 이 경전을
고대의 철학이나 우주의 원리로 설명하려 한다.
하나가 셋이 되고,
셋이 만물을 낳는 구조를
논리와 개념으로 정리하려 애쓴다.
하지만 나는 어느 순간부터
그 방식이
이 글을 더 멀게 만든다는 걸 느꼈다.
천부경을 처음 다시 마주했을 때,
내 삶은 정렬되지 않은 상태였다.
노력은 반복되는데 결과는 비슷했고,
옳다고 믿은 선택들은
항상 같은 지점에서 멈춰 섰다.
그때 이 문장들은
정답처럼 위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질문처럼,
내 옆에 조용히 놓여 있었다.
'하나는 본래 하나다'라는 말은
완성된 진리를 선언하는 문장이 아니라,
아직 분리되지 않으려는
하나의 상태처럼 느껴졌다.
이미 나뉘어 버린 존재에게
되돌아갈 수 없는 시작점을
가만히 보여주는 문장처럼.
그래서 나는 이 경전을
이해하려 들기보다
같이 머물러 보기로 했다.
모르는 채로,
확신 없는 태도로,
아직 과정에 있는 존재로.
천부경은 나에게
"이것이 진리다"라고 말하지 않았다.
대신 계속해서 묻는다.
지금,
너는 어떤 상태로
이 문장을 읽고 있는가.
이 연재는
천부경을 해설하기 위한 글이 아니다.
삼일신고와 참전계경을
가르치기 위한 기록도 아니다.
다만,
완성되지 않은 한 존재가
고대의 문장들과 함께
자신의 삶을 다시 배열해보는 과정이다.
아직 나는 답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래서 계속 읽고 있다.
그리고 아마,
이 읽기는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