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 보지 말고 살아라는 말의 뜻이 길거리에 팬티만 입고 돌아다녀도 된다는 소리가 아니다. 로마에 왔으면 로마법 따라야 하듯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야 한다. 하지만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며 사는데도 불구하고 눈치 보느라 인생 제대로 살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왜 그런 것일까?
직장에서 눈치 보는 사람은 상사가 회식하자고 했을 때 머리가 아파온다. 특별한 이유 없이 싫다고 말하면 그가 서운해할 것이 염려되기 때문이다. 없는 약속 지어내 그럴듯한 변명 거리 찾느라 바쁘다. 핑곗거리를 찾지 못한다면 속절없이 끌려가야 한다. 매일같이 눈치 보느라 마음대로 퇴근하지 못하고, 주말 등산이나 휴일근무 등의 요청을 거절하지 못하는 경우도 일상 다반사이다.
사실 이렇게 타인의 요구에 눈치 보며 끌려다니는 이유는 간단하다. 내 모습에 자신이 없어 남에게 평가받는 게 두려워서 그렇다. 남이야 어떻게 생각하든 신경 끄고 내 갈 길 가면 되는데 그게 어렵다. 그러다 보니 모든 사람에게 웃는 얼굴의 가면을 쓴다. 인간이 살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과 관계 맺고 살겠는가. 한번 쓰기 시작하면 써야 할 가면이 끝도 없이 늘어난다. 이럴 때 우리에게는 두 가지의 선택지가 주어진다.
첫 번째는 가면 쓴 껍데기 같은 삶을 계속해서 살아가는 것이다. 남들은 여전히 나를 좋아하고, 긍정적이며 열린 마음의 소유자로 생각할지도 모른다. 리스크는 적다. 나라는 사람의 인생을 살지 못한 채 평생 꼭두각시처럼 살아야 한다는 사실만 제외하면 말이다.
두 번째는 가면을 벗고 남들 기대 따위 다 무시하고 사는 것이다. 끌려다니면 끝이 없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의 선택이다. 상대가 실망하든 말든 그건 당신들 자유다. 내가 관여할 바 아니고, 마찬가지로 그들이 나에게 관여할 권리도 없다. 어떤 사람을 만나더라도 나는 내 모습 그대로 관계한다.
당신은 어떤 선택지를 고를 것 인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고 불가능한 꿈을 꾸면 괴롭다. 그건 욕심이다. 억지로 상대 기분 맞춰주며 내 마음도 좋은 속 편한 방법은 없다. 하나만 정하자.
눈치 보는 삶을 선택해도 된다. 상사 눈치 봐서 야근하고, 군말 없이 주말 반납하고, 회식 끌려가며 웃음 짓는 대가로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면 그렇게 살아도 된다. 내 인생 하나쯤이야 평화로운 직장 생활을 위해 희생하는 선택도 나름 훌륭하다. 가면 쓴 껍데기 같은 삶일지라도 만족하고 살 거면 그렇게 살자.
하지만 평생 그렇게 살 자신 없다면 가면 따위 당장 벗어버려야 한다. 상사가 실망하든 말든 시간 되면 칼같이 퇴근하자. 나는 근로계약서에 명기된 대로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일하면 된다. 회식 따위 “재밌게들 노시고 저는 다음에 참석할게요.”라고 말하면 그만이다. 이를 위해서는 ‘네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든, 나는 내 결정과 소신대로 세상 살 것이다’라는 굳은 다짐이 필요하다. 아잔 브라흐마 스님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누가 당신에게 무슨 말과 행동을 하더라도 미동조차 하지 마라.
그건 내 일이 아니다.
속내를 살펴보면 내 생각이 문제다. 상대가 나를 좋은 사람으로 생각해주길 바라고 나쁘게 생각할까 봐 걱정한다. 내 마음도 뜻대로 못하는데, 남의 마음이야 오죽할까. 내 것 아닌 일에 집착하면 인생이 괴롭다. 눈치 보느라 괜한 힘 빼지 말고 당당하게 살자. 빌어먹을 눈치인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