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등이 뿌리를 향해 굽어간다

by 희봄

지하철 역에서 본 풍경


​어머니의 시선은 장성한 아들에게 머물고,

아들의 시선은 다시 제 자식의 등으로 흐른다.

내리사랑이 가지를 뻗어 세상을 덮을수록,

어머니의 등은 생의 무게가 버거워

흙을 향해 천천히 굽어간다.

얽히고설킨 채 대지를 움켜쥔,

저 깊은 곳의 뿌리를 닮으려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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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역 입구, 백발의 노인이 자신보다 조금 젊은, 아들일 듯한 노인과 걷는 뒷모습을 보았다. 노인이 차려입은 선명한 붉은 코트는

향하는 길이 설레는 곳임을 짐작게 했다.

​종종걸음으로 아들의 뒤를 쫓던 노모. 두 사람은 적당한 거리를 두고 보폭을 맞추더니, 에스컬레이터 앞에서는 나란히 섰다. 유난한 다정함도, 서먹한 무심함도 없이.

​굽은 채로 묵묵히 나아가던 노인의 뒷모습이 한참 동안 눈에 밟혔다. 저토록 지극한 등은 풍파를 견뎌내며 생을 지탱해 온 노년의 뿌리 같았다. 가진 모든 것을 지상으로 밀어 올리고, 다시 흙으로 돌아가려는 뒷모습.


엄마의 등도 천천히 땅으로 향한다.

그 속도를 조금이라도 늦추기 위해

서둘러 그녀의 손을 붙잡아야지.

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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