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은 기억을 이긴다

울릉도 여행을 다녀오며

by 박정미



대학 친구들과 7월 26일부터 3박 4일간 울릉도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늘 친구들과 여름이 되면 놀러 가지요. 이번에는 울릉도로 가기로 이미 6개월 전에 이야기가 되어 시간을 맞추어 놓았고 계획을 세워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후포항을 출발하여 선플라워호를 타고 4시간 30분이 걸려 울릉도 사항에 도착했습니다. 일행 중 한 명의 차를 가지고 섬에 들어갔습니다.


저는 여행 전날 대구에 라이팅 코치 수료식이 있었습니다. 후포항에서 배를 타려면 새벽 일찍 집을 나가야 했기에 대구에서 영주까지 오지 않고 안동 친구 집에 들러 자고 거기서 같이 후포까지 가기로 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저는 4박 5일 여행이 되었지요. 이렇게 오래 집을 비워보기는 처음입니다. 나이가 드니(?) 이런 일도 가능해집니다.



배는 후포항에서 8시에 출발 예정이었습니다. 대구, 구미, 안동, 영주서 온 친구들이 모두 후포항에 모였습니다. 차를 선적하고 아침으로 여객선 터미널 근처 식당에서 황태 콩나물국을 먹었습니다. 큰 배 안으로 이어진 줄을 따라 들어갔습니다. 우등 서이라 의자도 젖혀지고 발받침도 있고 앞뒤 공간도 널찍했습니다.


차에는 카페부터 노래방까지 각종 편의 시설이 갖추어져 있었습니다. 선상에서 간식과 음료수도 사 먹고 편안하게 있었습니다. 4시간 반이 훌쩍 지났지요. 배가 육지에서 멀어지자 인터넷이 되다가 말다가 했습니다. 하필이면 그때 중요한 연락이 와서 확인은 했는데 답변을 못해줘서 조금 애가 탔습니다. 보내려 하면 자꾸만 멈추고 한참 있다가 재전송 버튼을 누르면 다시 또 안되고... 얼마나 답답하던지요.


울릉도 도착해서 천천히 인터넷 안정되면 연락해도 되는데 뭐가 그리 급한 마음이 들었는지. 두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먼저 늘 숨 쉬고 있기에 공기의 소중함을 모르듯이 늘 카톡을 주고받고 있기에 그 편리함을 몰랐다. 둘째 왜 나는 잠시도 참지 못하고 이렇게 애를 끓이나 그런 것이었지요. 마음에 조급함이 아직도 많이 있습니다. 천천히 살아가기를 늘 꿈꾸지만 그건 머릿속 생각일 뿐이고 실제는 그렇지 않구나 하는 것을 절감했습니다.



울릉도에 들어가서는 같은 숙소에서 3일 동안 머무르며 섬 구석구석을 돌아다녔습니다. 독도는 가지 못했습니다. 여행 계획을 짤 때 당연히 독도에 가자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사전 예매를 하지 못했지요. 그래서 대기라도 걸어두고 혹시 자리가 나면 가려고 새벽부터 일찍 여객선 터미널에 가서 줄을 서서 대기자 명단을 적고 했지만 결국 실패했습니다. 좀 더 꼼꼼하게 계획을 세워야 했는데 아쉬웠습니다.


독도 대신 죽도는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죽도는 울릉도 주변 부속 섬 중에서 가장 큰 섬이라고 하는데요. 둘레가 4킬로미터 밖에 되지 않는 작은 섬이었지요. 그곳도 예매를 해야 하는데 다행히 티켓 구하기가 어렵지 않았고 전날 예매에 성공해서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작은 섬을 둘레길을 걷고 중간에 휴게소에서 더덕 주스를 한 잔씩 먹고 내려왔습니다. 대나무가 많아서 죽도라고 불리는 그곳에는 현재 한 가구가 살고 있다고 합니다. 처음에 가파른 계단을 오르기가 만만치 않았지만 그 뒤부터는 천천히 사진 찍으며 둘레길 걸으며 섬 경치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여행을 떠나며 혹시나 몰라 수영복을 챙겼습니다. 울릉도는 화산섬이라 울진처럼 넓은 모래사장이 펼쳐진 곳은 없었습니다. 물론 해수욕장이 군데군데 있기는 했습니다. 숙소 바로 앞에 내수전 해수욕장이 있었지요. 잠시 시간을 내서 가고 싶었는데 친구 중에 수영이나 물놀이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하나도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나 혼자 이른 아침에 잠깐 산책 다녀오며 발 한번 담그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이제 친구들은 물놀이 따위는 관심이 없습니다. 땡볕에 생각만 해도 싫다고 하네요. 그런 나이가 되었습니다. 저는 그래도 동해 섬에 갔는데 수영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조그만 기대를 가지고 떠났는데 수영복은 그대로 그냥 들고 왔습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발이라도 담가 보았으니까요.


이제까지 보아온 동해나 남해, 어쩌다가 가본 서해와 달리 울릉도에는 해변에는 거의 다 큰 돌 아니면 작은 돌들이 깔려있었습니다. 수상 안전요원도 보이지 않고 물놀이를 하기에는 적합하지 안구나 하는 것을 느꼈답니다. 이렇게 적으며 떠올려보니 지형의 특성이 그대로 그려집니다.



관광 명소에는 전망대가 많았습니다. 워낙 경치가 좋다 보니 섬 주위를 돌며 무슨 무슨 전망대가 많아서 그 위에 올라가 보면 넓고 깊은 바다가 보였지요. 해안 둘레길을 많이 걷기도 했는데 기암절벽과 에메랄드빛 맑은 물에 정말 탄성이 절로 나오기도 했습니다.


성인봉에 오른 것도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4시에 일어나 준비를 하고 5시에 숙소를 출발해 산행 시작 지점으로 갔습니다. 성인봉은 여러 곳에서 출발할 수 있습니다. 그중 한 곳으로 갔는데 공사 안내 표지가 있어 되돌아갔다가 다시 주민을 만나 설명을 듣고 되돌아가는 등. 산행 시작도 전에 거의 한 시간을 길에서 헤매기도 했습니다.


약간 짜증이 나려고 한순간 산행을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좋았습니다. 길 양쪽으로 숲이 우거져서 얼마나 울창한지 햇볕이 거의 들어오지 않고 바람 또한 시원하게 불어왔지요. 안내 표지에는 그곳이 원시림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숲으로 우거지고 바람이 불어오는 길을 따라 걸으니 초반에 길을 못 찾아 답답하고 짜증스럽던 마음은 어디로 갔는지 싹 사라져 버렸습니다.




가파른 야자수 매트가 깔린 길과 덱 계단길을 걸어서 약 4킬로미터 정상에 올랐습니다. 정상에는 성인봉이라는 표지석이 있었고 사진을 많이 찍었습니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봤습니다. 역시 섬의 가장 높은 봉우리에 올랐기에 360도 주변이 모두 바다였지요. 힘들게 올라온 보람이 있었습니다. 푸른 바다를 눈으로 사진으로 담았습니다.


며칠 만에 글을 쓰려니 뭘 어떻게 써야 할지 잘 몰라 생각나는 대로 썼습니다. 4일간 여행 기간 동안 많은 일이 있었고 하나하나 기억을 떠올려보면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이 일들이 다 잊힐지도 모릅니다. 잊기 전에 기록해 둡니다.


4일 동안 친구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많이 먹고 많이 구경했습니다. 많이 걷기도 했네요. 며칠 동안 계속 걸었더니 지금 다리가 퉁퉁 부었습니다. 모기에도 여러 방 물려서 간지럽고 따갑기도 하네요. 여름휴가 제대로 다녀왔습니다.



친구들 모두 직장 다니며 아이들 키우고 이제 오십 대 중반이 되었습니다. 한 친구는 이 여행을 기다리며 지루하고 따분한 일상을 참았다고 했습니다. 그만큼 소중한 여행입니다. 또 단단한 일상이 있었기에 이런 특별한 여행을 즐길 수 있는 것도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다가 한 번씩 만나는 우리들입니다.


이야기가 뒤죽박죽 되었네요. 정리가 잘 안 됩니다. 이제 저도 그만 일상으로 돌아와야겠습니다. 생각나는 대로 글을 써봅니다. 글을 쓸 때는 설명하지 말고 보여주어야 하는데 설명하는 글이 되어 버렸네요. 기억에는 남는 순간들을 핀센으로 집어 올리듯 콕 집어, 독자 눈에 보이는 것처럼 들리는 것처럼 써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네요.


그래도 이렇게 기억나는 순간들이 있고 그 순간들을 기억하며 글을 씁니다. 아쉬운 점도 있고 생각지도 못하게 좋았던 순간도 있습니다. 차분하게 앉아서 지난 며칠을 떠올려 보며 의미와 가치, 교훈을 찾아봅니다.


밤새 불을 붉히며 오징어를 잡으러 나갔던 배들이 새벽 해가 뜰 무렵 서서히 다시 항구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숙연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읽고 쓰는 삶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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