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더 냉혹한 지주들

직무로 읽는 세상이야기 17화

by 박재영

플랫폼, 더 냉혹한 지주들: 롯데 명동점보다 지독한 쿠팡

직무로 읽는 세상이야기 17화


0. 명당의 주인은 바뀌지 않는다: 부동산 권력 vs 알고리즘 권력

헨리 조지는 『진보와 빈곤』에서 땅의 가치는 개인의 노력이 아니라 사회가 만든 인프라가 만든다고 말했습니다. 지하철이 뚫리고 도로가 놓이며 유동 인구가 모이면, 그곳은 스스로 ‘금싸라기’가 됩니다.

그리고 그 과실은 대개 먼저 자리를 차지한 사람에게 돌아갑니다.

이 논리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준 곳이 한때 대한민국 유통의 심장이었던 명동이었습니다.

롯데백화점 명동점은 ‘1층 명당’을 쥔 최종 승자였고, 유통업이지만 재고 부담 없이, 입점 브랜드로부터 20~40%의 수수료를 가져갔습니다. 반기마다 진행되는 MD 개편에서 매출 하위 브랜드는 탈락하고, 그 자리를 기다리는 브랜드는 줄을 섰습니다.


오프라인 영업 담당자에게 백화점 MD는 바이어가 아니라 입지 권력을 배분하는 관리자였습니다.

온라인이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믿었습니다.

“가상공간엔 땅의 한계가 없으니, 이제는 모두가 평등하겠지.”


하지만 현실은 더 강한 승자독식이었습니다. 플랫폼들 사이에서도 이미 치열한 경쟁이 벌어졌고, 그 싸움 끝에 살아남은 몇 곳만이 독점적 위치를 장악했습니다. 그리고 그 거대한 플랫폼 안에서도 다시 한 번 순위와 노출을 두고 승자독식이 반복됩니다.


다만 이번에는 땅 대신 물류 인프라와 알고리즘이 명당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핵심 차이가 하나 있습니다. 온라인의 새로운 지주들은 단순히 자리를 빌려주고 수수료만 받지 않습니다.



쿠팡은 물류센터를 깔고, 로켓배송을 위해 직접 매입한 상품을 창고에 쌓아두는 구조(재고 부담)를 선택했습니다. 재고 리스크를 떠안는 대신, 배송 속도와 고객 경험을 표준화하고 유통의 주도권을 가져간 것입니다.


마켓컬리 역시 새벽배송을 위해 직매입과 콜드체인에 투자하며, 신선식품의 품질 통제권을 자기 책임으로 쥐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이제 디지털 신도시의 지주는 건물주가 아니라 플랫폼입니다. 그리고 그 권력은 입지 대신 노출 순서, 매대 대신 검색 랭킹, 유동 인구 대신 트래픽과 클릭률로 작동합니다. 땅을 선점한 자가 아니라, 재고와 물류를 선점한 자가 디지털 명당의 주인이 되는 시대입니다.


영업의 문법도 바뀌었습니다.
과거가 ‘좋은 자리를 얻고 지키는 수성전’이었다면, 지금은 알고리즘이라는 보이지 않는 시스템을 상대하는 게임입니다. 클릭률, 전환율, 재고 회전, 리뷰 평점 같은 숫자들이 ‘땅값’을 결정합니다.

백화점의 영주가 사라진 게 아니라, 그 권력이 대시보드 속으로 숨어든 것입니다.


17화에서 만날 세 가지 현장

이 냉혹한 디지털 명당에서 실제로 매출을 만들어내는 세 가지 국내 온라인 영업 현장을 살펴봅니다.


1. 사람을 만나지 않아도, 영업은 이미 시작되었다

이 시리즈는 영업이라는 거대한 대륙을 세 개의 지도로 나누어 탐험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단순히 “잘 파는 법”을 말하지 않습니다. 무엇을 파느냐에 따라 영업의 중력과 문법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유형의 세계: 눈에 보이는 제품이 물류와 매대를 타고 이동하는 세계

디지털의 세계: 코드와 시스템, 소프트웨어가 설루션이 되어 침투하는 세계

무형의 세계: 신뢰와 판단, 리스크라는 보이지 않는 가치를 거래하는 세계


지난 16화에서는 유형의 세계 중에서도 가장 먼 전장, 해외 온라인 영업을 다뤘습니다. 플랫폼이라는 디지털 장안(長安) 안에서 알고리즘과 물류를 무기로 국경을 넘는 기마전을 살펴보았습니다.


이번 17화에서는 시선을 국내로 돌립니다. 광활한 영토를 질주하는 개척전이 아니라, 이미 포화된 시장 안에서 0.1%의 전환율, 한 칸의 검색 순위를 두고 벌이는 정밀한 시가전입니다.

여기서 영업은 더 이상 명함을 건네는 장면으로 시작하지 않습니다.
클릭률, 재고 회전, 리뷰 평점, 계약 전환율 같은 숫자들이
과거의 ‘입지’와 ‘매대’를 대신합니다.


플랫폼이라는 새로운 지주 앞에서

영업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이미 열린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는 영업과

아직 열리지 않은 시장을 계약으로 여는 영업은 무엇이 다른가.
그리고 사람의 신뢰를 매출로 전환하는 제휴 영업은 어디에 서 있는가.


국내 온라인이라는 가장 치열한 전장에서
영업이 어떻게 구조를 읽고,

판을 설계하며,
보이지 않는 권력과 맞서는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회의실이 아닌 대시보드 위에서, 술잔이 아닌 데이터 그래프 위에서, 영업은 지금도 조용히 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국내 온라인: 채널 최적화와 비대면 성과

지난 화에서 살펴본 해외 온라인 영업이 플랫폼이라는 국경을 넘어가는 이야기였다면, 국내 온라인 영업은 이미 포화된 시장 안에서의 정밀한 최적화에 가깝습니다. 국내 이커머스 환경에서는 제품의 경쟁력이 출발점일 뿐, 그 자체로 성과를 보장해주지 않습니다.


같은 제품이라도

어떤 채널에 들어가느냐

어떤 방식으로 노출되느냐

어떤 구조로 판매되느냐

에 따라 매출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사람을 만나지 않는 영업’의 가장 치열한 무대

국내 온라인 영업은
눈에 보이는 제품을 다루지만
고객을 직접 만나지 않습니다.


대신

플랫폼의 알고리즘,

MD와의 협상 구조,

비대면 접점에서의 전환율,

이 영업의 성패를 가릅니다.

그래서 이 영역에서는 말을 잘하는 사람보다 채널의 룰을 정확히 이해하는 사람이 성과를 냅니다.



2. 국내 이커머스 채널 영업의 구조: 온라인 영업은 모두 같지 않다

온라인으로 물건을 팔겠다고 마음먹는 순간을 떠올려봅시다.

처음은 대개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입니다.
입점이 쉽고, 광고로 노출을 조절할 수 있으며, 대표가 직접 운영할 수 있습니다.
상세페이지를 만들고, 광고를 집행하고, 택배를 싸며 장사를 시작합니다.

매출이 오르면 다음 단계로 확장합니다.

11번가, G마켓, 옥션 등 오픈마켓에 입점합니다.
이 단계에서는 운영 능력이 곧 영업입니다.


더 성장하면 쿠팡 3P 셀러로 들어갑니다.
직접 재고를 관리하며 플랫폼 안에서 판매합니다.


그리고 일정 규모에 도달하면 제안을 받습니다.

“직매입으로 진행해 보시겠습니까?”


이 순간부터 게임의 성격이 바뀝니다.
입점이 아니라 직매입(1P), 즉 거래 구조 자체가 달라집니다.

동시에 브랜드는 자사몰(D2C)을 구축합니다.
고객 데이터와 가격 기준을 스스로 쥐기 위해서입니다.

결국 대부분의 브랜드는 다음 네 단계를 모두 경험합니다.


플랫폼 1P(직매입)

플랫폼 3P(셀러 직배송)

오픈마켓 운영

자사몰(D2C)

이 순서는 곧
매출 규모 · 리스크 · 요구 전문성의 위계이기도 합니다.


플랫폼 1P(직매입) 영업 – 메이저리그

1P란 무엇인가

플랫폼이 상품을 직접 사서 재고를 보유하고 판매하는 구조입니다.
쿠팡·컬리가 제조사로부터 상품을 매입하고
자기 물류센터에 보관한 뒤
플랫폼 이름으로 배송·CS까지 책임집니다.

이 순간, 상품은
브랜드의 상품이면서 동시에 플랫폼의 상품이 됩니다.


왜 1P가 가장 위인가

플랫폼이 재고를 떠안는 대신
노출·가격·배송·프로모션을 통제합니다.

즉, 재고를 쥐는 순간
유통의 주도권도 플랫폼이 가져갑니다.

그래서 물량도 가장 크고,
매출 파급력도 가장 큽니다.


쿠팡과 컬리가 1P(직매입)를 선택한 이유

(1) 배송을 통제하기 위해

빠른 배송은 기술 문제가 아니라 재고 위치의 문제입니다. 직접 사입해 물류센터에 미리 쌓아두면 출고 속도와 품질을 표준화할 수 있습니다.


(2) 고객 경험을 일정하게 만들기 위해

SKU 선정, 패키징, 유통기한, 클레임 대응까지 플랫폼이 직접 관리해야 “항상 같은 품질”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3) 노출과 가격을 주도하기 위해

재고를 쥐는 순간, 검색 상단, 딜, 멤버십 혜택을 전략적으로 설계할 수 있습니다.


(4)한 줄 정리

1P는 더 많이 팔기 위한 구조가 아니라, 배송·품질·노출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전략입니다.


1P 영업은 무엇을 하는가

입점 영업이 아닙니다. 물량과 손익을 함께 계산하는 영업입니다.


단가·마진·행사 조건 협상

사입 물량 및 리오더 조율

재고 회전 관리

가격 질서 방어


한 문장으로, 플랫폼과 함께 팔릴 구조를 만들고, 그 물량을 함께 책임지는 영업


플랫폼 3P(셀러 직배송) – 채널 통제의 영역

같은 플랫폼이라도 3P는 다릅니다.
플랫폼은 공간만 제공하고, 재고는 셀러가 관리합니다. 여기서 핵심은 매출 확대보다 가격·채널 통제력 유지입니다.


공식 스토어 운영

가격·재고 관리

리셀러와의 가격 충돌 방지

리뷰·CS 모니터링

브랜드 신뢰를 지키는 방어형 영업에 가깝습니다.


오픈마켓 운영형 영업 – 알고리즘 대응

11번가·G마켓 등 오픈마켓에서는 영업의 상대가 사람이 아니라 시스템입니다.


가격 전략 설계

SEO 기반 노출 관리

기획전 참여

리뷰·반품 관리


여기서 영업은 설득이 아니라 운영 기술에 가깝습니다.


자사몰(D2C) – 모든 채널의 기준점

자사몰은 매출이 가장 클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전략적으로 가장 중요합니다.


가격 정책의 기준

신상품 테스트 공간

브랜드 메시지 통제

전용 상품 운영


자사몰은 “많이 파는 채널”이 아니라 모든 채널을 정렬하는 기준점입니다.


정리하면

국내 이커머스 채널 영업은 “온라인에서 판다”로 묶을 수 없습니다.

1P는 물량과 손익을 함께 책임지는 구조

3P는 채널과 가격을 통제하는 구조

오픈마켓은 알고리즘 대응 구조

자사몰은 전략 기준점


같은 온라인이지만 권력 구조와 리스크, 요구 역량이 완전히 다릅니다. 이 차이를 이해하는 순간, 국내 온라인 영업은 하나의 직무가 아니라 서로 다른 네 개의 종목이라는 것이 보입니다.


면사랑 이커머스 온라인 영업팀장은 어떤 역할인가: 모든 온라인 채널을 ‘하나의 손익표’로 묶는 사람


면사랑과 관련된 이야기는 [직무로 읽는 세상이야기 15화 국내영업은 왜 이렇게 복잡한가]에서 자세히 보실 수 있습니다.


면사랑의 온라인 판매 구조는 단순하지 않습니다.
플랫폼 1P(직매입), 3P(셀러 직배송), 오픈마켓, 자사몰(D2C)까지 서로 다른 구조의 채널을 동시에 운영합니다. 이 네 채널은 모두 온라인이지만 거래 방식, 리스크, 수익 구조가 전혀 다릅니다.


이 안에서 이커머스 온라인 영업팀장은 단순한 매출 관리자가 아니라,


메이저 플랫폼(쿠팡·컬리 등) 직매입(1P) 영업 총괄

채널 간 가격·물량·프로모션 충돌 조정

영업·마케팅·물류·생산을 연결하는 사업 컨트롤 타워

역할을 맡습니다.

즉,
“온라인 매출을 올리는 사람”이 아니라
“온라인 사업 전체의 손익을 책임지는 사람”에 가깝습니다.


왜 1P(직매입) 경험이 핵심인가

온라인 매출에서 가장 크고, 동시에 리스크가 큰 영역은 쿠팡·마켓컬리 같은 메이저 플랫폼의 직매입 구조입니다.

직매입은


단가 협상

사입 물량 조율

행사·광고 조건 결정

재고·마진 관리 가 한 번에 묶여 움직입니다.


판단 하나가 수개월 손익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실제 직매입 구조를 운영해 본 경험이 필수로 요구됩니다.


필수 요건 (핵심)

대형 플랫폼 1P(직매입) 영업 경험

단가·물량·프로모션 협상 경험

매출 및 손익 관리 경험


우대 요건 (리스크 관리 관점)

식품·냉동·냉장 카테고리 경험

콜드체인 및 유통기한 구조 이해

재고·반품·폐기 리스크 관리 경험

특히 식품 카테고리는 재고와 유통기한이 손익에 직접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운영 경험이 중요합니다.


한 문장 정리

면사랑 이커머스 온라인 영업팀장은 온라인 채널을 운영하는 관리자가 아니라, 플랫폼 앞에서 회사의 가격·물량·생산 전략을 대신 결정하는 사람입니다.


인사이트

온라인 영업이 고도화될수록 사람을 덜 만나는 영업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더 많은 판단을 더 빠르게 내려야 하는 자리로 바뀌고 있습니다. 특히 1P 직매입 영업에서는 플랫폼도 재고를 안고, 브랜드도 이름을 겁니다. 그 사이에서 회사 전체를 대표해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이커머스 온라인 영업팀장입니다.


그래서 이 자리는 경력이 쌓이면 자연스럽게 오는 자리가 아니라, 경험을 증명한 사람만이 맡을 수 있는 자리입니다.


3. 비대면 B2B 영업(Inside Sales): 디지털로 무장한 현대적 아웃바운드

전통적인 B2B 영업이 가방을 들고 발로 뛰는 ‘외판’이었다면, 현대의 B2B 영업은 전화와 메일, 그리고 데이터로 움직입니다.


사무실 안에서 전국의 기업을 만나고, CRM 위에서 고객을 관리하며, 제안서와 피드백 루프를 반복해 계약을 만들어내는 방식.이것이 오늘날 비대면 B2B 영업, 즉 인사이드 세일즈입니다.

그리고 이 영역의 최전선에 있는 기업이 위펀(Wefun)입니다.


어떤 산업이고, 이 회사는 무엇을 하는가

위펀은 ‘스낵 24’를 시작으로, 기업 복지, 사무실 간식, 조식 배송, 사무용품 관리까지 기업 운영에 필요한 일상적 요소를 한 번에 해결해 주는 B2B 플랫폼입니다. 핵심은 단순합니다.


기업이 일일이 발품을 팔지 않아도
사무실 환경과 구성원의 만족도를
구독형·플랫폼형 서비스로 관리할 수 있게 돕는 것입니다.


이 서비스의 본질은
‘디지털’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유형의 세계에 깊이 발을 담그고 있습니다.


간식은 실제로 배송되고

물품은 실제로 소비되며

비용은 실제로 절감됩니다.

다만 그 접점이
오프라인 방문이 아니라 온라인과 비대면 영업으로 구현될 뿐입니다.


이 직무는 회사에서 어떤 역할을 맡는가

이번에 다루는 위펀 아웃바운드 특판·제휴·신사업 영업 포지션은 기존 고객을 관리하는 역할이 아닙니다.

이 직무는


새로운 법인 고객을 발굴하고

제휴 가능성을 탐색하며

아직 정의되지 않은 수요를 계약으로 만드는

전형적인 ‘공격수’ 역할입니다.


특히 JD에 명시된 것처럼 신사업과 제휴 영업을 함께 포함하고 있어, 이 직무는 위펀이 새로운 영토를 확장하는 선봉에 해당합니다.


이커머스 채널 영업과 무엇이 다른가 :“온라인에서 판다”는 공통점 뒤에 숨은 결정적 차이

1) 이커머스 채널 영업: 이미 열린 시장에서의 최적화

이커머스 채널 영업의 전제는 명확합니다. 고객은 이미 온라인에 와 있습니다.


자사몰·오픈마켓이든, 쿠팡 1P·3P 같은 대형 플랫폼이든
상품은 시장에 올라가 있고, 수요도 존재합니다.


영업의 역할은

더 잘 보이게 만들고

더 많이 담게 하고

더 자주 사게 만드는 것

핵심 데이터는 검색량, 클릭률, 전환율, 재구매율 같은 행동 데이터입니다.
성과는 매출 그래프로 즉시 확인됩니다.


요약하면,
이커머스 채널 영업은 이미 열린 판에서 점유율을 높이는 영업입니다.
재고를 전제로 한 대량 판매 구조입니다.


2) 비대면 B2B 영업: 아직 열리지 않은 시장을 여는 일

반면 비대면 B2B 영업은 출발점이 완전히 다릅니다.

고객은 아직 우리를 찾고 있지 않습니다. 심지어 문제를 문제로 인식하지 않은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시작은 노출이 아니라 타깃 설계와 문제 정의입니다.


어떤 기업이 잠재 고객인지 선별하고,

누가 의사결정자인지 찾고,

왜 지금 이 설루션이 필요한지 논리를 세워야 합니다


성과는 클릭이 아니라 계약 체결로 증명됩니다. 재고가 아니라 관계와 계약이 축적됩니다.


3) 데이터 접근 방식의 차이

비대면 B2B 영업은 단순 콜드콜이 아닙니다. CRM으로 과거 접점 데이터를 분석하고 기업 DB를 활용해 투자·인원 변화 등 성장 신호를 포착하고 LinkedIn 등으로 실제 의사결정권자에게 접근합니다


무작위 전화가 아니라 성공 확률이 높은 타깃을 설계해 공략하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이 직무는
“전화 많이 하는 사람”이 아니라
확률 높은 전화를 설계하는 사람을 필요로 합니다.


정리하면

같은 온라인 위에 있지만, 두 영업은 완전히 다른 종목입니다. 이커머스 채널 영업은 구조·가격·노출을 설계하는 최적화 영업이고 비대면 B2B 영업은 문제를 정의하고 계약을 만들어내는 개척 영업입니다.


하나는 열린 시장에서의 점유율 경쟁,
다른 하나는 아직 열리지 않은 시장을 여는 일입니다.


온라인이라는 공통점은 같지만, 싸우는 방식과 증명하는 방법은 전혀 다릅니다.


4. 인플루언서 제휴 영업: 확성기를 키울 것인가, 요리하는 사람을 빌릴 것인가

샌드박스 사무실 회의실.

인플루언서 제휴 영업 담당자가 조용히 말을 꺼냅니다.


“대표님, 광고는 충분히 하셨습니다. 노출도 나쁘지 않고요. 다만 지금은 ‘알리는 단계’에서 멈춰 계신 것 같습니다.”


사장님이 고개를 끄덕입니다.

“맞습니다. 제품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은데, 매출이 더 치고 올라가지는 않네요. 정체 구간에 들어간 느낌입니다.”


담당자가 리포트를 넘기며 설명합니다.

“광고는 브랜드가 직접 말하는 방식입니다. ‘이 칼은 강도가 높다’, ‘이 팬은 코팅이 좋다’는 식으로요. 그 덕분에 제품 인지도는 올라갔습니다. 그런데 이제 필요한 건 스펙이 아니라 사용 장면입니다. 고객은 이제 ‘좋은 제품’이라는 말보다 ‘저 사람이 실제로 쓰는 모습’을 더 신뢰합니다. 요리 유튜버가 ‘이 칼로 채소 손질이 편하다’고 보여주고, 신혼부부 브이로그에서 ‘첫 살림템으로 이 냄비를 쓴다’고 자연스럽게 등장하는 순간,

제품은 광고가 아니라 일상이 됩니다.”


그는 덧붙입니다.

“지금은 더 많은 광고비를 넣는 구간이 아니라, 신뢰를 빌릴 차례입니다. 브랜드가 직접 말하는 구조에서 신뢰받는 사람이 대신 보여주는 구조로 넘어가는 것. 그게 인플루언서 제휴입니다. 이미 알리는 데는 성공하셨습니다. 이제는 다른 접근이 필요합니다.”


인플루언서 제휴 영업은 유명인을 붙이는 일이 아닙니다. 브랜드의 목표와 크리에이터의 세계관, 그리고 실제 판매 채널을 연결해 ‘신뢰가 매출로 이어지는 구조’를 설계하는 일입니다.


광고가 멈춘 자리에서 성장이 다시 시작되는 지점. 그 전환점을 만드는 것이
바로 이 직무의 역할입니다.


어떤 산업이고, 샌드박스는 어떤 회사인가

이 직무가 속한 산업은 MCN(Multi Channel Network) 및 미디어 커머스 산업입니다.


샌드박스는 도티, 유병재 등 영향력 있는 크리에이터를 보유한 국내 대표 MCN 기업으로, 콘텐츠 IP를 기반으로 광고, 공동구매, 굿즈, 커머스까지 비즈니스를 확장해 왔습니다.


샌드박스는 단순히 인플루언서를 관리하는 회사가 아니라, 크리에이터의 영향력을 ‘유통 채널’로 만드는 회사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브랜드가 샌드박스를 찾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어떤 인플루언서가 이 제품과 맞는지,

어떤 채널(카카오·네이버 라이브, 쿠팡 등)이 적합한지,

어떤 방식으로 팔아야 팬덤의 신뢰를 해치지 않는지,


이 복잡한 문제를 한 번에 설계해 줄 수 있는 조직이기 때문입니다.


이 직무는 실제로 무엇을 하는가

JD에 적힌 ‘인플루언서 섭외 & 제휴 영업’은 매우 입체적인 역할입니다.


첫째, 제품을 읽는 일입니다.
이 제품의 가격대·타깃·사용 맥락이 어떤 인플루언서의 세계관과 어울리는지 먼저 판단합니다. 팔 수 있는가 보다, 어울리는가를 먼저 봅니다.


둘째, 사람을 매칭하는 일입니다.
단순 팔로워 수가 아니라 팬덤의 결속력, 신뢰도, 콘텐츠 톤을 기준으로 적합한 크리에이터를 선별합니다.


셋째, 채널을 설계하는 일입니다.
카카오·네이버 라이브가 맞는지, 쿠팡 연계가 효율적인지, 공동구매가 나은지 단발성 협찬이 나은지, 내부 채널과 함께 판매 구조를 짭니다.


넷째, 조건을 협상하고 실행을 끝까지 관리하는 일입니다.
출연 조건·수익 배분·일정 조율부터 콘텐츠 업로드, 판매 데이터, 정산까지, 결과가 나올 때까지 책임집니다.

성과는 대부분 매출과 직접 연결되고, 커미션 구조로 환산됩니다. 그래서 이 직무는 매출과 가장 가까운 온라인 영업입니다.


JD 분석: 왜 이런 요건을 요구하는가

SNS 콘텐츠 소비 이해도가 필수인 이유
트렌드를 모르면 매칭이 어긋납니다. 지금 어떤 톤이 먹히는지, 어떤 방식이 ‘광고 같지 않게’ 보이는지, 읽지 못하면 영업은 시작도 못 합니다.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중요한 이유
상대는 기업 바이어가 아니라 자신만의 브랜드를 가진 창작자입니다. DM 한 줄, 제안서 한 문장의 온도가 협업 여부를 결정합니다.


광고·공동구매 구조 이해가 필요한 이유
단순 협찬인지,
매출 셰어 구조인지에 따라
제안의 논리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딜을 설계할 수 있어야 브랜드와 인플루언서 모두에게 매력적인 판이 만들어집니다.


이 직무의 위상과 의미

인플루언서는 더 이상 홍보 수단이 아니라 스스로 매출을 만드는 1인 유통 채널입니다.

그래서 인플루언서 제휴 영업 담당자는


유통사의 MD처럼 상품을 고르고,
광고 AE처럼 캠페인을 설계하며,
영업사원처럼 매출을 책임지는 하이브리드 역할로 진화했습니다.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인플루언서 제휴 영업은 사람의 신뢰를 구조화해 매출로 전환하는 일입니다. 광고비로는 만들 수 없는 ‘신뢰의 속도’를 설계하는 자리— 그것이 이 직무가 온라인 영업에서 차지하는 가장 특별한 위치입니다.


5. 마치며: 명당은 사라지지 않았다, 형태만 바뀌었을 뿐

17화는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명당의 권력은 없어지지 않았다. 다만 주소가 바뀌었다.


예전에는 명동 롯데백화점 1층이 그 자리였습니다. 유동 인구가 몰리고, 동선이 모이고, 사람들이 지나가는 길목을 먼저 점령한 쪽이 승리했습니다. MD는 그 ‘자리’를 배분하는 권력이었고, 입점 브랜드는 그 권력을 설득하기 위해 모든 것을 걸었습니다.


온라인이 그 판을 뒤집을 것 같았지만 결과는 더 선명해졌습니다. 지금의 명당은 검색 1페이지, 랭킹, 딜 슬롯, 새벽·로켓 배송권입니다. 그리고 그 명당은 단순히 “자리를 빌려주는” 곳이 아니라, 재고와 물류까지 직접 떠안으면서 판 자체를 설계하는 플랫폼이 소유합니다.


국내 온라인 영업의 세 가지 얼굴

첫째, 이커머스 채널 영업(면사랑)
이 영업은 ‘알고리즘 명당’에서 살아남는 기술입니다.
쿠팡·컬리 같은 플랫폼이 재고를 안는 순간, 유통 주도권을 쥐고 노출·가격·프로모션을 설계합니다.
그래서 채널 영업은 결국 플랫폼의 권력 구조 안에서 물량과 조건을 협상하는 영업이 됩니다.


둘째, 비대면 B2B 영업(위펀)
여기는 명당이 ‘검색 결과’가 아닙니다. 애초에 시장이 열려 있지 않습니다.
고객은 아직 필요를 자각하지 않았고, 영업은 리스트에서 시작해 문제를 정의하고 계약으로 끝나는 구조입니다. 같은 온라인이지만, 판 위에서 싸우는 게 아니라 판을 여는 영업이었습니다.


셋째, 인플루언서 제휴 영업(샌드박스)
여기서 핵심은 플랫폼도 알고리즘도 아닙니다. 사람의 신뢰입니다.
광고비를 더 넣어도 정체되는 순간, 성장의 돌파구는 “누가 말해주느냐”에서 만들어집니다.
인플루언서 제휴 영업은 제품·사람·채널을 한 번에 엮어
신뢰를 매출로 환산하는 구조를 설계하는 영업이었습니다.


결국

국내 온라인 영업은 “온라인에서 판다”로 묶을 수 없습니다.
같은 온라인이어도


이커머스 채널 영업은 명당의 룰을 읽고 최적화하는 영업이고,

비대면 B2B 영업은 아직 열리지 않은 수요를 계약으로 여는 영업이며,

인플루언서 제휴 영업은 사람의 신뢰를 설계해 확산시키는 영업입니다.


명동 롯데의 시대가 끝난 게 아니라, 그 권력이 대시보드와 데이터, 그리고 신뢰의 구조로 옮겨간 것뿐입니다.


이제, 디지털의 세계로 넘어가 보려 합니다.
눈에 보이는 제품이 아니라, 코드∙시스템·소프트웨어·사용 경험이 ‘팔리는 대상’이 되는 순간, 영업의 문법은 또 한 번 완전히 달라집니다.


다음 화에서, 그 새로운 판을 함께 열어보겠습니다.


작가의 이전글당나라 장안(長安)의 신라 열풍:K-뷰티의 기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