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로 읽는 세상이야기 27화
직무로 읽는 세상이야기 27화
기업의 세무팀은 대체로 알고 있습니다.
세무조사는 언제쯤 올지.
국세청의 정기 세무조사는 보통 4~5년 주기로 이루어집니다. 그래서 기업의 세무팀도 대략적인 시기를 예상합니다.
“우리 회사는 5년 주기니까 아직 몇 년은 괜찮겠지.”
그렇게 생각하던 어느 날, 회사로 세무조사를 실시한다는 공문이 도착합니다.
“잠깐… 우리 2년 전에 조사를 받았는데?”
정기 조사라면 아직 올 시기가 아닙니다. 그렇다면 질문이 하나 떠오릅니다.
“이 조사, 왜 지금 하는 거지?”
그 순간부터 회사 내부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경영진에게 보고가 올라가고 재무팀과 세무팀이 긴급히 모입니다. 그리고 기업이 가장 먼저 찾는 사람이 있습니다.
국세청 출신 ‘전관’ 세무사입니다.
이들은 국세청 조직의 내부 흐름을 알고 있습니다.
이번 조사가 단순한 추가 점검인지 특정 이슈를 겨냥한 타깃 조사인지
국세청이
어떤 거래를 보고 있는지,
어떤 금액을 목표로 하는지,
이 정보부터 파악하는 것이
전쟁의 시작입니다.
하지만 기업도 알고 있습니다.
“국세청을 완전히 이길 수 있는 기업은 없다.”
세무조사는 승패의 문제가 아니라 손실을 어디까지 줄일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국세청이 작정하고 들여다보면 수년간의 거래와 계약, 수천 개의 회계 자료가 모두 검토 대상이 됩니다.
그래서 기업의 세무팀은 두 가지 사이에서 줄타기를 합니다.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
어디까지 지켜낼 것인가
실제 협의에서는 이런 대화가 오갑니다.
“이 부분은 우리가 인정하겠습니다. 대신 저 거래는 과도한 해석이라는 점을 봐주십시오.”
이것이 바로 실무에서 이루어지는 세무 협의입니다.
숫자를 둘러싼 가장 조용하지만 치열한 협상.
그리고 이 협상은 단순히 기업 내부에서 이루어지는 일이 아닙니다.
세무조사의 현장에서는 세 가지 주체가 마주 앉습니다.
세무조사를 수행하는 국세청 조사관,
기업의 세무 리스크를 관리하는 기업 세무 담당자,
그리고 국세청의 시각을 이해하고 대응 전략을 조언하는 국세청 출신 세무사입니다.
이 세 주체가
자료를 검토하고
논리를 맞대며
기업 규모에 따라 수주에서 몇 달에 걸쳐 협의를 이어갑니다.
결국 세무조사는 단순한 세금 계산이 아니라 숫자를 둘러싼 해석과 협상의 과정입니다.
그래서 기업에는
이 협상을 준비하고
세금 리스크를 관리하는
세무 조직이 존재합니다.
대부분의 기업에서는 우선 국내 세무를 담당하는 세무팀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법인세, 부가가치세, 세무조사 대응 등 기업의 기본적인 세금 문제를 관리하는 핵심 조직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기업이 성장하고, 해외 사업이 늘어나면 세무의 세계는 훨씬 더 복잡해집니다.
국경을 넘는 거래에서 발생하는
국제조세,
그리고 다국적 기업 내부 거래 가격을 둘러싼
이전가격(Transfer Pricing) 문제가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화에서는
기업과 국가 사이에서 숫자를 해석하고 협상하는 사람들,
세무의 세계를 세 가지 영역을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일반 세무 — 기업의 세무 리스크를 관리하는 세무 담당자
국제조세 — 국경을 넘는 세금을 다루는 전문가
이전가격 — 국가 간 과세 분쟁을 다루는 글로벌 세무 전문가
숫자는 회사가 만들지만,
세금은 국가가 해석합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숫자를 다시 설명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세무 담당자들입니다.
SK이터닉스 세무 담당 포지션
기업이 돈을 벌면 반드시 따라오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세금입니다.
세무팀의 역할은 세금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법과 규정 안에서 정확하게 계산하고 관리하는 것입니다.
이를 이해하려면 먼저 세금의 종류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세금의 종류 — 국가가 거두는 여러 가지 방식
세금은 크게 과세 방식에 따라 다음과 같이 나뉩니다.
(1) 직접세 : 소득이나 이익에 직접 부과되는 세금입니다.
대표적인 예 :
법인세 : 법인이 한 해 벌어들인 소득(이익)에 부과되는 국세
소득세 : 개인의 근로·사업·이자·배당 소득에 부과되는 국세
지방소득세 : 소득세·법인세의 일정 비율로 부과되는 지방세
기업에게 가장 중요한 세금은 바로 법인세입니다. 기업이 한 해 동안 벌어들인 이익에 대해 국가가 과세하는 세금입니다.
(2) 간접세 :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세금입니다.
대표적인 예 :
부가가치세(VAT) : 재화·용역 거래 과정에서 창출된 부가가치에 부과되는 세금 (기본 10%)
관세 : 수입 물품에 부과되는 세금
개별소비세 : 특정 고가·사치품에 부과되는 세금
기업은 이 세금을 소비자로부터 받아 국가에 대신 납부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세금은 누가 거두느냐에 따라 다음과 같이 나뉩니다.
(3) 국세 vs 지방세
국세 : 중앙정부가 부과하는 세금 (법인세, 소득세, 부가가치세 등)
지방세 : 지방자치단체가 부과하는 세금 (지방소득세, 취득세 등)
기업은 사업을 운영하면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양쪽 모두에 세금을 납부합니다.
또한 세금은 징수 방식에 따라 다음과 같은 형태가 있습니다.
(4) 원천징수세 (원천세)
기업이 직원 급여나 이자·배당 등을 지급할 때 세금을 미리 떼어 국가에 대신 납부하는 제도입니다.
즉 기업이 세금을 ‘내는 주체’이면서 동시에 ‘징수하는 역할’도 수행하게 됩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기업 세무팀은
다음과 같은 세금을 관리합니다.
법인세 및 지방소득세
부가가치세
원천세
각종 거래 관련 세무 이슈
그리고 이 모든 세금은 결국 하나의 숫자에서 시작합니다.
재무회계 숫자입니다.
그래서 세무팀은 회계 데이터를 가장 깊이 이해하는 조직 중 하나입니다.
산업 — 에너지 인프라 산업
SK이터닉스가 속한 산업은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인프라 산업입니다. 대표적인 사업 영역은 다음과 같습니다. 해상 풍력 발전, 육상 풍력 발전, 태양광 발전, 에너지 인프라 투자등 재생에너지 산업의 특징은 초기 투자 규모가 매우 크다는 점입니다. 발전소를 건설하려면 부지 확보, 설비 투자, 인허가, 금융 조달등 수천억 원 규모의 투자가 먼저 이루어집니다. 하지만 발전소가 완공되면 장기간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합니다. 그래서 이 산업에서는 프로젝트 투자, 장기 금융 구조, 세무 구조 설계, 같은 재무·세무 관리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회사 — SK이터닉스
SK이터닉스는 에너지 인프라 사업을 중심으로 성장하는 기업이며 SK그룹사 에너지 사업 부분 재편 중에 있습니다. 특히 해상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사업은 탄소중립 정책, 에너지 전환 정책, 글로벌 ESG 투자 확대
등과 맞물려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입니다. 이 과정에서 대규모 프로젝트 투자와 사업 구조 변화가 동시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세무팀의 역할도 점점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대규모 투자나 사업 구조 개편이 이루어질 때 세무 구조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수백억 원의 세금 차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직무 — SK이터닉스 세무 담당은 무엇을 하는가
이 포지션은 기업의 세금 리스크를 관리하는 핵심 실무입니다.
주요 업무는 다음과 같습니다.
① 법인세 및 결산 세무조정
기업이 결산을 하면 회계 기준과 세법 기준의 차이가 발생합니다.
그래서 세무팀은
세무조정 계산
법인세 신고
지방소득세 신고
를 통해 최종 세금을 계산합니다.
[세무조정 시나리오: R&D 투자에 따라 달라지는 이익과 세금]
법인세율을 20%라고 가정하고,
매출 1,000억 / 일반 비용 800억 인 기업을 보겠습니다.
Case 1. R&D 200억을 전부 ‘비용’ 처리 (보수적)
매출: 1,000억 / 비용: 800억 + 200억 = 1,000억 / 법인세 차감 전 이익: 0억
납부 세금: 0억
Case 2. R&D 200억을 ‘자산화’ (5년 분할)
매출: 1,000억 /비용: 800억 + 40억 = 840억 / 법인세 차감 전 이익: 160억
납부 세금: 32억
이처럼 같은 R&D 비용 200억을 썼지만
이익은 0억 vs 160억
세금은 0억 vs 32억으로 완전히 달라집니다.
여기서 관점이 갈립니다.
세무팀은 “세금을 줄이는 것이 맞다”라고 보고
경영진은 “이익을 크게 보여야 한다”라고 봅니다.
이익이 커지면
투자자에게는 성장 신호가 되고
금융기관에는 신뢰가 되며
기업가치에도 직접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실제 기업은
단순히 세금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이익
세금
기업가치
이 세 가지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선택을 합니다.
그리고
이 판단을 바탕으로
회계 숫자를 세법 기준으로 다시 계산하는 과정이
바로 세무조정입니다.
세무 담당자는 단순 신고자가 아니라 회계와 세법의 차이를 해석하고 기업 전체 관점에서 가장 합리적인 숫자를 만드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세무팀은 기업 안에서 회계를 가장 깊이 이해해야 하는 조직입니다.
② 부가가치세 및 원천세 관리
기업의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가가치세
원천세
등을 신고하고 관리합니다.
③ 세무 이슈 검토
기업이 새로운 거래를 하거나 투자를 진행할 때 세무팀은 항상 질문합니다.
이 거래 구조는
세법상 문제가 없는가
세금 부담은 어떻게 발생하는가
조직 개편이나 투자 구조에
세무 리스크는 없는가
그래서 세무팀은
투자
신규 사업
조직 개편
같은 의사결정에도 참여합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회사가
해외 자회사에 500억을 투자한다고 가정해 보면
단순히 투자만 보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나중에 그 자회사로부터 배당을 받을 때 세금은 얼마인지
이자 형태로 가져오면 과세 구조가 어떻게 되는지
국내에서 과세되는지, 해외에서 과세되는지
이중과세가 발생하는지
에 따라 실제로 세금으로 80~85억을 지불할 수 도 있고 구조를 잘 설계하면 실효 세부담을 30억~35억 정도로 줄일 수도 있습니다.
또 다른 예로
국내 사업부를 분할해 신설 법인을 만드는 경우에도
단순 분할로 하면
양도소득세나 취득세로 수십억의 세금이 발생할 수 있지만
적격 분할 요건을 맞추면
세금을 이연(미뤄)하거나 줄일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같은 거래라도 구조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그래서 세무팀은 거래가 끝난 뒤가 아니라,
거래가 시작되기 전,
즉 의사결정 단계부터 참여합니다.
④ 세무조사 대응
국세청 세무조사가 진행되면
자료 제출
세무 논리 설명
과세관청 협의
등을 통해 기업의 입장을 설명하고 대응합니다.
왜 세무는 결국 회계에서 시작하는가
세금은 따로 존재하는 숫자가 아닙니다. 기업의 모든 세금은 재무제표 숫자에서 출발합니다.
매출
비용
이익
자산
이 숫자를 기준으로 세법이 다시 계산을 합니다.
그래서 세무 담당자는
세법뿐 아니라 재무회계 구조를 깊이 이해해야 합니다. 세무는 결국 “회계 숫자를 세법의 언어로 다시 해석하는 일”입니다.
자격요건
기업이 원하는 세무 담당자의 조건은 명확합니다.
필수
세무 경력 9~12년
법인세 및 세무조정 경험
부가가치세 및 원천세 신고 경험
재무·회계·외부감사 협업 경험
우대
회계법인 또는 세무법인 경력
대기업 세무팀 경험
SAP 등 ERP 시스템 경험
투자·조직 개편 관련 세무 검토 경험
인사이트 — 세무는 “숫자의 해석”이다
많은 사람들이 세무를 단순히 세금을 신고하는 업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제 기업에서 세무는 그보다 훨씬 전략적인 역할을 합니다.
어떤 거래 구조를 선택할 것인가
어떤 투자 방식이 가장 효율적인가
어떤 조직 구조가 세금 리스크가 낮은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
세무팀의 역할입니다.
그래서 세무 담당자는 단순한 신고 담당자가 아니라 기업의 숫자를 세법의 관점에서 해석하는 전문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구글의 조세 전략
국제조세를 이야기할 때 가장 유명한 사례가 있습니다. 바로 구글, 애플 등 빅테크 기업들이 사용했던
‘더블 아이리시 & 더치 샌드위치(Double Irish & Dutch Sandwich)’ 전략입니다.
이 구조는 생각보다 정교합니다.
먼저 구글은 아일랜드에 두 개의 법인을 만듭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 네덜란드 법인을 하나 끼워 넣습니다.
구조를 단순화하면 이렇게 됩니다.
미국 본사
→ 아일랜드 법인 1
→ 네덜란드 법인
→ 아일랜드 법인 2 (실질적 조세회피처)
여기서 핵심은 지식재산권(IP)입니다.
구글은 검색 알고리즘, 광고 시스템 같은 핵심 기술의 권리를 세율이 매우 낮은 아일랜드 법인(혹은 조세회피처 성격의 법인)에 보유하게 만듭니다. 그다음 유럽 각국에서 벌어들인 매출은 각 나라에서 바로 세금을 내는 것이 아니라 ‘로열티 비용’ 형태로 아일랜드 법인에 지급됩니다.
즉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에서 번 돈이
비용 처리되면서 이익이 줄어들고
그 돈이 다시
네덜란드를 거쳐
세율이 거의 없는 아일랜드 법인으로 이동합니다.
왜 네덜란드를 끼웠을까요?
유럽 내에서는 국가 간 로열티 이전 시 과세가 제한되는 조세협약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각국 → 네덜란드 → 아일랜드 이 경로를 거치면 중간 과세 없이 돈을 이동시키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원래라면 각 나라에서 각각 세금을 내야 했던 이익이 하나의 법인으로 모이고, 그곳에서 매우 낮은 세율만 적용됩니다. 이 전략을 통해 구글은 수조 원의 이익을 올리면서도 실효세율을 한 자릿수까지 낮추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이 사례가 중요한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세금은 단순히 “얼마를 버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디에서 벌었다고 설계하느냐”의 문제라는 점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전략이 전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면서 지금의 국제조세 규제(글로벌 최저한세 등)가 만들어지게 됩니다.
지금은 달라졌다 — “설계”가 아니라 “방어”의 시대
하지만 지금의 국제조세는 완전히 다른 게임이 되었습니다. 각국 정부는 이러한 조세 회피를 막기 위해
BEPS, 글로벌 최저한세(Pillar 2) 같은 강력한 규제를 만들었습니다.
이제 국제조세 담당자의 역할은
“세금을 줄이는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 아니라
“각국 세무당국의 공격에서 회사를 보호하는 것”
에 가깝습니다.
예를 들어
해외에서 이미 세금을 냈는데
한국에서도 다시 과세하려는 경우
또는
특정 국가에서 과도한 과세를 시도하는 경우
이러한 이중과세와 세무 리스크를 방어하는 것이
핵심 역할입니다.
산업 — 글로벌 에너지 산업 (GS칼텍스)
정유·석유화학 산업은 대표적인 글로벌 산업입니다.
원유는 중동에서 들여오고
제품은 전 세계로 수출되며
해외 법인과 거래가
끊임없이 발생합니다.
이 과정에서
각 국가의 세법
조세조약
환율
이전가격 규제
가 모두 얽히게 됩니다.
그래서 GS칼텍스와 같은 기업은 단순히 한국 세법만 아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 세무 지도”를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기업입니다.
직무 — GS칼텍스 국제조세 담당은 무엇을 하는가
이 포지션은 글로벌 세무 리스크를 관리하는 전문가입니다.
주요 업무는 다음과 같습니다.
국외 계열사 세무 리스크 관리 → CFC, 글로벌 최저한세 대응
계열사 간 거래 검토 → 이전가격 및 부당행위 여부 판단
국내·국제 세무 신고 → 각국 세무 기준에 맞는 신고 수행
세무 이슈 검토 및 대응 → 투자, 거래 구조에 대한 세무 영향 분석
대내외 기관 대응 → 국세청 및 해외 과세당국 협의
즉
이 직무는 국가와 국가 사이에서 기업의 세금을 지키는 역할입니다.
자격요건 — 왜 이런 역량이 필요한가
필수 요건을 보면 방향이 명확합니다.
국제조세 경력 → 각국 세법과 규제 이해 필요
영어 능력 → 해외 법인 및 세무당국과 직접 소통
세무/회계 지식 → 거래 구조와 과세 논리 이해
우대 요건
국내외 세무 자격증 → 전문성 검증
글로벌 경험 → 실제 국제 거래 이해
결국 기업이 원하는 사람은
“회계 + 세무 + 글로벌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인재”입니다.
인사이트 — 국제조세는 ‘세금 외교’다
재무회계가 숫자를 기록하는 일이라면,
국제조세는 그 숫자를 국가 간에서 지켜내는 일입니다.
과거에는
세금을 얼마나 줄이느냐가 중요했다면
지금은
이중과세를 막고
규제를 준수하며
글로벌 리스크를 통제하는 것
이 더 중요해졌습니다.
그래서 국제조세 담당자는 단순한 세무 담당자가 아니라, 외교관 + 법률가 + 재무 전문가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합니다. 국경을 넘는 순간 세금은 단순한 비용이 아니라 국가 간 협상의 대상이 되기 때문입니다.
애플과 아일랜드, 19조 원의 싸움
앞서 본 구글 사례와 비슷하게 애플 역시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해 세금을 줄였습니다.
원래 기업이 여러 국가에서 사업을 하면
각 나라에서 벌어들인 이익에 대해
그 나라에 세금을 내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리고 계열사 간 거래도
“제삼자와 거래하는 것과 비슷한 가격”
즉 정상가격(Arm’s Length Price)으로 거래해야 합니다.
하지만 애플은 다른 방식을 사용했습니다.
애플은 아일랜드에 자회사를 두고 아이폰, 아이패드 등 핵심 제품의 IP 수익을 아일랜드 법인으로 집중시키는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각국에서 발생한 이익이
단순 매출로 남는 것이 아니라
→ “IP 사용료(로열티)”라는 비용으로 빠져나가고
→ 그 돈이 아일랜드 법인으로 이동하는 구조입니다.
이 과정에서 핵심은 하나입니다.
그 로열티 가격이 얼마로 책정되었는가입니다.
EU의 반격 — “그 가격, 정상가격이 아니다”
EU는 이 구조를 문제 삼았습니다.
애플이 설정한 이전가격은
시장 가격과 맞지 않고
아일랜드 정부가 특정 기업에만
세금 혜택을 준 것과 같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EU 집행위원회는
“그동안 덜 낸 세금을 다시 내라”
고 결정했고 그 금액이 무려 131억 유로 (약 19조 원)였습니다.
왜 이 사건이 중요한가
이 사건은 한 가지 사실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세금은 매출이나 이익 자체보다
“그 이익이 어디에서 발생했다고 보느냐”
그리고
“계열사 간 가격을 어떻게 설정하느냐”
에 따라 결정된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이 사건 이후 각국 세무당국은 이전가격에 대해 훨씬 더 엄격하게 접근하기 시작했습니다.
즉
이전가격은 더 이상 절세 기술이 아니라, 조 단위 리스크를 만드는 핵심 이슈가 되었습니다.
먼저, 이전가격이란 무엇인가 — “같은 회사 안에서의 가격”
이전가격(Transfer Pricing)은 회사 내부 거래의 가격입니다. 조금 더 쉽게 말하면 본사와 해외 자회사처럼 같은 기업 안에 있는 법인끼리 거래할 때의 가격입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한국 본사가 제품을 생산하고 미국 자회사가 판매한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생산원가: 500원 / 미국 판매가격: 1,000원
이때 핵심은 한국본사가 미국자회사로 넘기는 가격(이전가격)입니다.
Case 1. 600원에 넘기는 경우
한국본사= 이익 100원 /미국자회사 = 이익 400원
Case 2. 900원에 넘기는 경우
한국본사= 이익 400원 /미국자회사= 이익 100원
같은 제품, 같은 사업인데
가격만 바꿨을 뿐인데 이익과 세금도 달라지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어느 나라에 이익을 몰아주느냐에 따라 총세금이 달라집니다.
그래서 기업 입장에서는
“어느 가격이 우리에게 유리한가”를 고민하게 되고
각국 세무당국은 이렇게 묻습니다.
“그 가격, 외부 회사와 거래했어도 같은 가격이었겠느냐?”
이 기준이 바로
정상가격(Arm’s Length Principle)입니다.
즉
기업 마음대로 가격을 정할 수는 있지만, 그 가격이 시장 기준으로도 합리적이라는 것을 반드시 입증해야 합니다.
그리고 중요한 점 하나.
이전가격은 본사–자회사 같은 ‘특수관계자 간 거래’에만 적용됩니다.
일반 고객에게 직접 판매하는 가격은 시장 가격이기 때문에 이전가격 문제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전가격은 단순한 가격이 아니라, 국가 간 세금을 나누는 기준이 되는 숫자이고, 그 숫자를 설명하고 방어하는 일이 바로 이전가격 업무입니다.
왜 이전가격 업무는 회계법인이 하는가
이전가격은
기업 내부에서도 다루지만
핵심 설계와 대응은 대부분 EY한영 같은 글로벌 회계법인에 맡깁니다.
그 이유는 명확합니다.
(1) “정상가격”은 데이터 싸움이다
이전가격의 핵심은
“이 거래가 시장에서라면 얼마인가?”를 증명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전 세계 기업들의 거래 데이터
산업별 수익률
비교 가능한 기업군
이 필요합니다.
이 데이터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가진 회계법인이 압도적으로 유리합니다.
(2) 국가마다 규칙이 다르다
이전가격은
한국만 맞추면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
미국
유럽
동남아
중동
각 국가의 세법을 동시에 만족해야 합니다.
기업 내부 조직만으로는 이 복잡한 규제를 모두 대응하기 어렵습니다.
(3) 세무조사 대응은 ‘전문 영역’이다
세무당국과의 분쟁에서는
경제학적 분석
판례
법률 논리
가 필요합니다.
또한 APA(사전가격승인제도)처럼
국세청과 사전에 합의하는 과정도 전문 자문사의 역할이 핵심입니다.
즉 이전가격은 회계 + 세무 + 경제학 + 법률이 결합된 고난도 영역입니다.
EY한영 — 글로벌 이전가격 자문의 핵심 플레이어
EY한영은 글로벌 Big4 회계법인 중 하나로 150개 이상의 국가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이전가격 및 국제조세 자문을 수행합니다.
주요 역할은
이전가격 정책 설계,
정상가격 분석 및 보고서 작성,
세무조사 대응 및 방어 논리 개발,
APA(Advance Pricing Agreement : 사전가격승인제도) 협상 지원
→기업이 해외 계열사와 거래할 때 적용할 가격(이전가격)을 과세당국과 미리 합의하여, 향후 수년 동안 발생할 수 있는 세무조사 리스크를 사전에 완전히 차단하는 업무입니다.
즉 기업이
국세청과 “가격을 둘러싼 싸움”을 할 때 가장 앞에 서는 전문가 집단입니다.
직무 — 이전가격 담당은 무엇을 하는가
이 포지션은
기업의 글로벌 거래 구조를 분석하고
세무 리스크를 관리하는 역할입니다.
주요 업무는 다음과 같습니다.
이전가격 정책 수립 → 계열사 간 거래 가격 구조 설계
정상가격 분석 → 비교 기업 분석 및 수익률 검토
이전가격 보고서 작성 → 각국 세무당국 제출용 문서 작성
세무조사 대응 → 과세당국 질의 대응 및 방어 논리 개발
APA 수행 → 국세청과 사전 가격 합의 진행
즉
“가격을 숫자로 설계하고, 논리로 방어하는 직무”입니다.
자격요건 — 왜 이렇게 높은 전문성이 필요한가
필수 역량은 명확합니다.
회계 및 세무 지식 → 재무제표와 과세 구조 이해
경제학적 분석 능력 → 정상가격 및 수익률 분석
영어 능력 → 글로벌 프로젝트 수행
데이터 분석 능력 → 비교기업 및 시장 데이터 활용
우대 요건
회계사(CPA), 세무사
국제조세/이전가격 경험
글로벌 프로젝트 경험
즉 기업이 원하는 사람은 “숫자를 이해하는 분석가 + 글로벌 커뮤니케이터”입니다.
인사이트 — 이전가격은 ‘이익과 법 사이의 최적점을 찾는 일’이다
이전가격은 단순한 회계나 세무 업무가 아닙니다. 기업이 할 수 있는 선택 중에서 이익을 가장 크게 만들 수 있는 가격을 찾고 동시에 그 가격이 법적으로 문제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일입니다.
앞서 본 것처럼
가격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이익이 어느 나라에 쌓일지
세금이 얼마나 나올지
완전히 달라집니다.
그래서 기업은 고민합니다.
“어디까지가 합법적인 최적화인가”
너무 보수적으로 잡으면 세금을 불필요하게 많이 내게 되고
너무 공격적으로 잡으면 세무조사에서 수천억, 수조 원의 리스크가 발생합니다.
이 두 경계 사이에서 가장 유리한 지점을 찾는 것이 이전가격의 본질입니다.
그리고 그 지점을 선택했다면
데이터
비교기업 분석
경제학적 논리
법적 근거
를 통해 “이 가격이 정상가격이다”라고 끝까지 설명하고 방어해야 합니다.
그래서 이전가격 업무는
단순한 신고가 아니라,
이익을 극대화하면서도,
법적 리스크를 통제하는
가장 치열하고 전문적인 세무 영역입니다.
이전가격 담당자는 숫자를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기업의 이익과 세금을 동시에 설계하는 전략가입니다
세무조사로 시작된 이야기였습니다.
처음에는 “얼마를 더 내야 하는가”라는 질문처럼 보였지만, 이 장면을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세무의 본질은 전혀 다른 곳에 있습니다.
세무는
이미 법과 원칙이 촘촘하게 정해진 영역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수많은 거래와 구조, 해석이 얽히면서
완벽하게 흑백으로 나뉘지 않는
거대한 ‘그레이존’이 존재하는 영역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같은 숫자를 두고도
기업은 말합니다.
“이 처리는 합리적인 선택입니다.”
과세당국은 말합니다.
“그 해석은 과도합니다.”
결국 세무는 누가 더 논리적으로 해석하고 그 해석을 끝까지 방어할 수 있는가의 문제가 됩니다.
그래서 세무 담당자의 역할은 명확합니다.
법과 원칙을 지키면서도
기업의 이익을 놓치지 않는 것.
이 두 가지 사이에서 가장 합리적인 지점을 찾아내는 일입니다.
국내 세무에서는 회계와 세법의 차이를 조정하고
국제조세에서는 여러 국가의 세무당국과 협의하고
이전가격에서는 이익이 어디에 남을지를 설계합니다.
이 과정에서 세무 담당자는 한국 국세청뿐 아니라 해외 과세당국과도 협력하고, 협상하고, 때로는 경쟁하는 글로벌 플레이어가 됩니다.
구글과 애플의 사례에서 보았듯이
한때는 천문학적인 절세 구조가 가능했던 시대가 있었고
그 결과로 전 세계는 BEPS, 글로벌 최저한세와 같은 규제를 통해 세무 환경을 훨씬 더 엄격하게 만들었습니다.
즉 지금의 세무는 과거처럼 ‘기술’의 영역이 아니라, 규제와 해석, 그리고 전략이 결합된 고도로 진화한 영역입니다.
이제 우리는 재무·회계·세무의 네 번째 영역을 탐구했습니다.
숫자를 기록하는 것에서 시작해
돈의 흐름을 이해하고
이제는 그 숫자를 둘러싼
법과 국가, 그리고 전략까지 살펴보았습니다.
그리고 이제 그다음 단계로 나아갑니다.
회사가 만들어낸 이 숫자를 시장에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다음 화에서는
기업과 투자자를 연결하는 언어, IR(Investor Relations)의 세계를 살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