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로 읽는 세상이야기 29화
직무로 읽는 세상이야기 29화
재무회계가 과거를 기록하고,
자금과 외환이 현재의 호흡을 지키며,
세무가 국가와 기업 사이에서 숫자의 해석을 다투고,
IR이 그 숫자를 시장의 언어로 번역한다면,
그 모든 흐름은 결국 한 사람에게 모입니다.
바로 CFO(Chief Financial Officer)입니다.
회사의 숫자는 각 부서에서 만들어지지만, 그 숫자의 방향은 CFO의 책상에서 결정됩니다. 그래서 CFO는
단순한 최고재무책임자가 아닙니다.
어떤 회사에서는 곳간을 지키는 관리자이고,
어떤 회사에서는 투자와 철수의 타이밍을 결정하는 전략가이며,
어떤 그룹에서는 오너의 구상을 현실의 숫자로 구현하는 사실상의 이인자이기도 합니다.
같은 CFO라는 이름 안에도 권한의 폭이 다릅니다.
재무출신의 대표적 워너비 모델, 권영수 전 LG 부회장
재무 분야에서 커리어를 쌓는 많은 사람들이 가장 현실적으로 닮고 싶어 하는 인물이 있습니다.
바로 권영수 전 LG 부회장입니다.
권영수 부회장은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화학 전지사업, LG유플러스, ㈜LG, LG에너지솔루션 등 그룹의 핵심 계열사를 두루 이끌며, 재무 출신 경영자가 단순한 구조조정형 관리자에 머무르지 않고, 사업을 키우는 CEO가 될 수 있다는 모델을 보여줬습니다.
재무 출신 CEO라고 하면, 사람들은 흔히 구조조정, 비용 절감, 보수적 의사결정, 허리띠 졸라매기부터 떠올립니다. 하지만 권영수 부회장은 그 이미지를 바꿨습니다.
숫자를 안다는 것은 돈을 아낀다는 뜻만이 아니라,
언제 크게 베팅해야 하는지를 안다는 뜻이라는 점을 실적으로 보여준 것입니다.
그래서 그는 재무회계, 세무, IR, 재무기획·전략으로 이어지는 길 끝에서 충분히 CEO까지 확장할 수 있다는 가장 현실적이고도 설득력 있는 워너비 모델로 남았습니다.
이학수 부회장의 ‘예외적 최고 경지’
하지만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아니 사실은 한 걸음이 아니라 완전히 다른 산을 오른 인물이 있습니다.
바로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입니다.
그는 IMF 외환위기 이후
삼성의 구조조정본부, 전략기획실을 이끌며, 그룹 전체의 자원 배분과 구조 재편, 성장 전략을 사실상 총괄했습니다. 언론 보도와 인물 프로필들은 그를 이건희 회장의 최측근이자 삼성의 실질적 이인자로 묘사해 왔습니다.
이학수 부회장은 보통의 CFO가 아닙니다.
그는 개별 회사의 재무 책임자를 넘어, 그룹전체의 숫자를 설계하고 움직인 사람이었습니다.
어디에 돈을 넣을 것인가,
무엇을 정리할 것인가,
어떤 계열사를 살리고 어떤 사업을 키울 것인가.
그 결정이
한 회사의 분기 실적이 아니라
한 그룹의 10년을 바꿨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말합니다.
권영수가
재무인의 “현실적인 정상”이라면,
이학수는
다시 나오기 어려운
CFO 역할 확장의 에베레스트라고.
이건 단순히 개인의 능력만으로 설명할 수 없습니다.
IMF라는 시대적 격변, 강력한 오너 중심의 지배구조, 그리고 이건희 회장의 경영 스타일이 함께 맞물렸기에 가능했던 매우 특수한 위상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학수 부회장을 일반적인 CFO의 커리어 모델로 삼는 것은 조금 무리입니다. 그는 오히려 “예외가 어디까지 가능했는가”를 보여주는 사례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정현호 부회장
삼성그룹 안에서도 이후 비슷한 역할로 거론된 인물이 있었습니다. 바로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 TF장 부회장입니다.
정 부회장은 2017년 이후
사업지원 TF를 이끌며 그룹오너의 부재와 사법리스크 속에서도 삼성의 차세대 먹거리와 주요 경영 현안을 조율해 왔고, 언론에서는 그를 삼성의 이인자, 혹은 실무 사령탑으로 자주 불렀습니다.
다만 2025년까지의 평가를 보면,
그의 역할이 컸음에도 이학수 부회장 시절과 같은 장악력이나 상징성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시선이 적지 않습니다. 한편 2025년 11월 삼성전자는 사업지원 TF를 사업지원실로 재편했고, 정 부회장은 회장 보좌역으로 물러났습니다.
이 비교는
누가 더 뛰어났느냐의 문제라기보다 시대가 바뀌었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과거에는 한 명의 슈퍼 CFO가 제국의 설계자이자 통치자로 기능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이사회, 시스템, 규제, 시장의 견제가 함께 작동하는 시대입니다.
그래서 오늘날 CFO에게 요구되는 역량도 조금 달라졌습니다.
숫자를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사업을 읽어야 하며,
시장과 투자자를 이해해야 하고,
오너와 이사회, 경영진 사이에서
현실적인 전략을 설계할 수 있어야 합니다.
결국 CFO의 길에는 두 개의 산이 있습니다.
하나는 권영수 부회장처럼 재무를 바탕으로 CEO로 확장하는 현실적이고 재현 가능한 정상.
다른 하나는 이학수 부회장처럼 그룹의 운명을 설계하는 다시 보기 어려운 에베레스트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실제로 마주하게 될 CFO의 이야기는 '산정상과 에베레스트 사이 어딘가 ' 라기 보다는,
'평지와 산정상 사이 어딘가'에 있습니다.
누군가는
CFO라는 직무 자체에 충실하며, 기업의 숫자와 리스크를 지키는 길을 선택하고,
또 누군가는 그 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CEO로서 기업을 직접 경영해보고자 합니다.
이학수라는 에베레스트는 어쩌면 ‘Be ambitious’라는 상징으로는 의미가 있을지 모르지만, 역사적으로 단 한 번 등장한 매우 특수한 사례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그래서 이제 우리는 그 신화를 잠시 내려놓고
현실로 돌아가 보려 합니다.
CEO의 의사결정을
숫자로 뒷받침하고,
기업의 방향을
재무로 설계하는 사람.
CFO라는 ‘본연의 자리’에서 그들이 실제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이제 재무·회계·세무 시리즈의 마지막, 숫자의 지휘관 CFO를 만나보겠습니다.
CFO라는 직함의 시작 — DuPont에서 시작된 ‘숫자의 권력’
1901년,
한 21살 청년이 주당 10달러를 받으며,
한 기업에 입사합니다.
이름은 John Jakob Raskob.
처음에는 단순한 비서였지만,
그는 숫자를 단순히 기록하지 않았습니다.
숫자를 통해 기업의 미래를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그는 DuPont의 상장을 주도했고, General Motors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이끌며 DuPont이 GM 지분 43% 를 보유하는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나아가 Empire State Building 건설 자금 조달에도 관여하며, 자본이 어떻게 기업과 산업을 움직일 수 있는지를 직접 보여준 인물이었습니다. 당시에는 CFO라는 직함이 없었지만, 그가 바로 현대적 의미의 첫 CFO였습니다.
하지만 이 역할이 처음부터 지금처럼 강력했던 것은 아닙니다. CFO는 시대에 따라 완전히 다른 역할로 진화해 왔습니다.
(1) 1세대: 수비형 CFO “곳간을 잠그는 자”
1970년대 이전, CFO의 역할은 지금과 완전히 달랐습니다. 그들은 전략가가 아니라 “관리자”였습니다.
무엇을 했는가
장부 정리
세금 신고
비용 통제
내부 부정 감시
한마디로 “돈이 새지 않게 지키는 역할”
사례로 보면
회사 사장이 묻습니다.
“우리가 공장을 더 지을까요?”
이때 CFO의 답은 이렇습니다.
“작년에 비용이 15% 증가했습니다.”
맞는 말이지만 의사결정에는 도움이 안 되는 답
핵심 특징
과거 중심
정확성 중심
리스크 회피
결국 CFO = “회계 책임자”였습니다.
(2) 2세대: 전략형 CFO “자본을 움직이는 사람”
1980년대 이후 자본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합니다.
LBO (차입매수)
회사채 시장 확대
글로벌 투자 확대
그리고 한국에서는 IMF 외환위기가 모든 것을 바꿉니다.
이제 기업은 단순히 돈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어디에 돈을 넣고” “무엇을 버릴지”를 결정해야 했습니다.
무엇을 했는가
자금 조달 (회사채, 증자)
구조조정 (사업 정리)
투자 재배치
M&A
사례로 보면
회사에 사업이 5개 있습니다.
A: 돈 잘 벌지만 성장 없음
B: 적자지만 미래 유망
C: 적자 + 전망 없음
1세대 CFO라면 “비용 줄입시다”
2세대 CFO는 다릅니다. “C는 정리하고, B에 집중 투자합시다”
한국에서의 대표 장면 IMF 당시 삼성,
이학수 부회장은 그룹의 수많은 계열사를 정리하고, 핵심 사업에 자본을 집중했습니다. 단순한 재무 담당이 아니라 그룹의 생존 전략가였습니다.
핵심 특징
미래 중심
선택과 집중
자본 배분
결국 CFO = “전략가”였습니다
(3) 3세대: 가치 창출형 CFO “미래를 설계하는 공동 파일럿”
2000년대 이후 CFO의 역할은 또 한 번 바뀝니다.
변화의 계기
Enron 사태 → 투명성 강화
2008 금융위기 → 리스크 관리
ESG 등장 → 기업 책임 확대
디지털 전환 → 데이터 기반 경영
이제 CFO는 단순히 돈을 배분하는 사람이 아니라, “기업의 미래 구조를 설계하는 사람”이 됩니다
무엇을 하는가
ESG 전략 설계
디지털 투자 결정
사업 포트폴리오 설계
글로벌 투자 판단
사례로 보면
회사가 선택해야 합니다.
“공장에 투자할까?”
“AI에 투자할까?”
“전기차로 갈까?”
이때 CFO는 말합니다. “이 투자는 5년 뒤 시장 점유율을 바꿉니다.”
이제 CFO는 미래를 숫자로 설명하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권영수 부회장의 사례
LG 배터리 사업초기에는 막대한 투자 + 불확실성
하지만 “미래 수요”를 보고 선제 투자를 했으며 결과는 LG에너지솔루션 글로벌 1위권
핵심 특징
미래 가치 중심
사업 이해 필수
CEO와 공동 의사결정
결국 CFO = “공동 경영자 (Co-Pilot)”이 되어야 합니다.
이제 3세대 CFO는 장부를 보고 '안 됩니다'라고 말하는 거부권자가 아닙니다.
BI(Business Intelligence) 툴과 방대한 데이터를 활용해 '이 조건이라면 가능합니다'라고 대안을 제시하는 데이터 과학자의 면모를 갖춰야 합니다. 숫자의 기록을 넘어, 데이터로 미래의 확률을 계산하는 '공동 파일럿'이 현대 CFO의 진정한 모습입니다."
현대 CFO의 4대 핵심 미션 “숫자를 만드는 것에서, 기업을 움직이는 것까지”
지금의 CFO는 과거처럼 하나의 역할만 하지 않습니다. 4가지 역할을 동시에 수행합니다.
(1) 회계 및 컴플라이언스
“회사의 신뢰를 지키는 마지막 방어선”
결산
공시
내부통제
틀리면 끝입니다.
사례
재무제표 오류 발생 → 투자자 신뢰 붕괴 → 주가 급락
그래서 CFO는 항상 “최악의 상황”을 막는 사람
(2) 자본 운용
“회사의 혈액을 흐르게 하는 사람”
현금 관리
자금 조달
금리 전략
사례
같은 회사라도 금리 3%로 조달 vs 7%로 조달에 따라서 수백억 차이 발생
CFO의 판단이 회사의 체력을 결정하게 됩니다.
(3) 전략 및 투자
“성장을 결정하는 사람”
M&A
신사업 투자
구조조정
사례
회사가 스타트업 인수 고민
CFO 판단: “지금 사면 비싸다 / 2년 뒤가 적기다”
이 한 번의 판단이 회사의 10년을 바꿈
(4) 시장 소통
“기업의 가치를 파는 사람”
IR 총괄
투자자 대응
주가 관리
사례
실적이 나쁨
설명 못하면 → 주가 폭락
설명 잘하면 → 방어 가능
CFO는 시장과 싸우는 최전선입니다.
정리 — CFO는 무엇이 되었는가
과거 CFO는 숫자를 기록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지금 CFO는 숫자로 회사를 움직이는 사람입니다.
이렇게 진화해 온 CFO의 역할은 실제 기업에서는 어떻게 구현되고 있을까요. 이제 하나의 현실적인 기업 사례를 통해 CFO라는 자리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같은 회사, 다른 힘 —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CFO”
기업이라는 조직은 하나의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여러 개의 축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CEO를 정점으로
영업을 총괄하는 임원,
마케팅을 책임지는 임원,
생산과 구매를 담당하는 조직,
R&D 연구소,
그리고 인사·경영지원 조직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서
재무·회계·세무를 총괄하는 사람이 바로 CFO입니다.
직장생활을 해본 사람이라면 이 구조를 단순한 조직도로 보지 않습니다. 같은 회사에 다니지만 부서마다 ‘힘의 크기’가 다르다는 것을 몸으로 느끼게 됩니다.
특히 재무 조직은 조금 다릅니다.
돈을 직접 벌어오는 조직은 아니지만,
모든 돈의 흐름을 통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종종 이런 말이 나옵니다.
“지 돈도 아니면서 주인 행세는 ...”
실제로 영업 조직이 매출을 만들어도
대금 지급은 재무를 거쳐야 하고,
마케팅이 예산을 쓰려해도
재무의 승인 없이는 실행이 어렵습니다.
인사, 감사, 비서실, 그리고 재무.
이 조직들은 회사 안에서
항상 ‘통제의 축’에 가까운 위치에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CFO는
단순히 숫자를 관리하는 사람이 아니라
회사 전체의 자원 흐름을 쥐고 있는 자리입니다.
어떤 산업인가?
이제 이 구조를 지오영이라는 실제 기업 위에 올려보겠습니다.
지오영은 매출 약 4.6조 원 규모의 국내 최대 의약품 유통 기업입니다.
병원과 약국, 그리고 제약사를 연결하는
전국 물류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헬스케어 산업의 핵심 인프라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하나입니다.
지오영은 의약품을 직접 제조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조 원대 매출을 만들어냅니다.
이 구조를 이해해야 이 산업과 CFO의 역할이 보입니다.
의약품 유통은 단순히 “물건을 옮기는 사업”이 아닙니다. 각 제약사는 자신의 제품을 생산하지만, 전국 수천 개 병원과 약국에 직접 공급망을 구축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등장하는 것이 유통 기업입니다. 지오영은 전국에 대형 물류센터와 배송망을 구축해 여러 제약사의 제품을 한 번에 모아 병원과 약국에 공급합니다.
이 과정에서 단순히 배송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재고 관리
유통기한 관리
주문 통합
빠른 배송 대응
거래처 관리
까지 함께 수행합니다.
결국 개별 제약사보다 더 효율적으로, 더 빠르게, 더 넓게, 의약품을 공급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든 것입니다.
그래서 이런 현상이 발생합니다.
제약사는 제품 하나를 만들어 마진은 높지만, 유통 범위에는 한계가 있고,
지오영은 마진은 낮지만, 수많은 제품을 전국으로 유통시키면서 매출 규모는 오히려 더 커질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제조사는 “하나를 만들어 많이 남기는 구조”이고,
유통사는 “많이 움직여서 크게 만드는 구조”입니다.
물론 제조업은 마진이 높습니다. 하지만 유통업은 거래량과 회전율을 기반으로 압도적인 매출 규모를 만들어냅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물류 네트워크와 운영 효율이라는 진입장벽이 있습니다.
그래서 지오영의 경쟁력은 단순합니다.
“누가 더 잘 파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잘 흘러가게 만드느냐”
입니다.
이 구조에서는
재고가 쌓이면 바로 손실이고,
현금이 막히면 바로 위기입니다.
그래서 이 산업에서 CFO는 단순히 “얼마를 벌었는가”를 보는 사람이 아니라 “이 회사의 흐름이 멈추지 않도록 만드는 사람”에 가깝습니다.
즉
지오영과 같은 대형 유통업 CFO에게 가장 무서운 적은 '잠자는 돈'입니다. 마진이 박한 산업 특성상 재고가 쌓이거나 미수금이 묶이는 순간, 수조 원의 매출도 순식간에 모래성처럼 흔들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유통업 CFO는 운전자본(Working Capital)의 회전 속도를 단 1초라도 더 줄이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흐름의 마술사'가 되어야 합니다."
담당 직무
이제 같은 업무라도 레벨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보겠습니다.
지오영 CFO 포지션의 JD를 보면
회계·세무, 자금, 그리고 프로젝트 업무가 핵심입니다.
하지만 이 업무는
직급에 따라 완전히 다른 의미를 가집니다.
회계와 세무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실무 담당자는 결산을 수행하고, 전표를 처리하며, 세금 신고를 준비합니다. 이 단계에서는 기준이 명확합니다. 무엇이 맞는지,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를 정확하게 판단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팀장급이 되면 결산을 총괄하고 외부감사를 대응하며 회계 정책을 검토하게 됩니다. 이때부터는 단순한 처리 문제가 아니라 “이 방식이 문제없이 통과될 수 있는가”라는 리스크 관점이 중요해집니다.
하지만 CFO는 전혀 다른 질문을 합니다.
“이 회계 기준을 선택했을 때 회사는 어떻게 보이는가”
“이 숫자가 투자자와 금융기관에 어떤 신호를 주는가”
회계는 더 이상 기록이 아니라 회사의 모습을 만드는 도구가 됩니다.
자금 영역에서는 차이가 더 극명해집니다.
실무자는 지급을 처리하고 계좌를 관리합니다.
팀장은 자금 계획을 세우고 차입을 조정합니다.
하지만 CFO는
자금이 부족한 상황에서 단순히 돈을 빌려오는 것이 아니라
“이 사업 구조가 지속 가능한가”를 먼저 봅니다.
필요하다면 차입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투자를 줄이거나
사업을 정리하거나
전략 자체를 바꾸는 결정을 내립니다.
즉, 자금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자금 문제가 생기지 않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CFO의 역할입니다.
세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실무는 신고를 하고,
팀장은 세무조사를 대응하지만,
CFO는
“세금이 어디에서 발생하도록 만들 것인가”를 고민합니다.
사업 구조, 투자 구조, 법인 구조를 통해
세무 리스크와 비용을 동시에 관리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JD에서 짧게 언급된
‘프로젝트 업무’가 사실 CFO의 핵심입니다.
실무자는 자료를 만들고,
팀장은 프로젝트를 운영하지만,
CFO는
그 프로젝트를 “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합니다.
예를 들어 물류센터를 새로 짓는 상황을 생각해 보면,
실무자는 비용을 계산하고,
팀장은 투자안을 정리합니다.
하지만 CFO는
이 투자가 회사의 미래를 바꾸는지,
현금흐름이 감당 가능한지,
그리고 이 결정이 5년 뒤 어떤 구조를 만들지를 판단합니다.
결국 CFO는
숫자를 보는 사람이 아니라
결정을 내리는 사람입니다.
이러한 역할 때문에 CFO의 자격요건은 자연스럽게 높아집니다.
지오영 포지션에서도
15년 이상의 경력,
연결재무제표 작성 경험,
IFRS 이해,
회계·세무·자금 전반의 경험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경력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을 찾는다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한 가지 중요한 특징이 있습니다.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에서는 CFO를 외부에서 채용하기보다 내부에서 육성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CFO는 숫자만 아는 사람이 아니라
그 회사의 사업 구조, 의사결정 방식, 조직의 힘의 흐름까지
모두 이해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외부에서 영입된 CFO는
숫자는 잘 알 수 있지만
“이 회사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이해하는 데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많은 기업들은 오랜 시간 내부에서 경험을 쌓은 인재를 CFO로 올리는 방식을 선택합니다.
결국 CFO라는 자리는 단순한 재무 전문가의 끝이 아닙니다.
실무는 숫자를 만들고,
팀장은 숫자를 검증하지만,
CFO는 숫자로 회사를 움직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가장 중요한 차이가 하나 생깁니다.
실무는 정답을 찾습니다.
하지만 CFO는 선택을 합니다.
정답은 틀리면 고칠 수 있지만,
선택은 틀리면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CFO는 숫자를 다루는 사람이 아니라, 책임을 지고 결정을 내리는 자리입니다.
“우리가 살펴본 모든 조직은 결국 하나로 모인다”
지금까지 우리는 재무회계세무라는 하나의 큰 영역을 여섯 개의 파트로 나누어 살펴봤습니다.
처음에는 각각이 서로 다른 직무처럼 보였을 수도 있습니다.
회계는 회계,
자금은 자금,
세무는 세무,
IR은 또 완전히 다른 세계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기업 안에서는 이 모든 기능이 따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들은 하나의 축 아래에서 유기적으로 움직입니다.
그 축의 중심에 있는 사람이 바로 CFO입니다.
가장 먼저 우리가 봤던 것은 회계와 결산입니다.
재무회계팀, 원가회계팀, 연결회계팀, 내부회계팀.
이 조직들은 기업의 숫자를 만드는 곳입니다.
매출과 비용이 어떻게 기록되는지, 이익이 어떻게 계산되는지, 그리고 그 숫자가 외부에 어떻게 보이는지를 결정합니다. 모든 것은 여기서 시작됩니다. 숫자가 없으면 의사결정도 존재할 수 없습니다.
그다음은 자금과 금융 영역입니다.
자금팀, 외환팀, 투자관리팀.
이 조직들은 그 숫자에 “현금”을 연결합니다.
돈이 언제 들어오고, 언제 나가며, 어떻게 조달되고, 어디에 투자되는지.
회계가 종이 위의 숫자라면, 자금은 실제로 흐르는 돈입니다.
기업이 살아 움직이기 위해서는 이 흐름이 끊기지 않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 위에는 재무기획과 전략이 있습니다.
경영관리, 재무기획, 재무전략.
이 조직들은 이미 만들어진 숫자와 현재의 자금 흐름을 기반으로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를 설계합니다.
어디에 투자할 것인지, 어떤 사업을 키울 것인지, 어떤 구조를 가져갈 것인지.
여기서부터 숫자는 단순한 결과가 아니라 미래를 설계하는 도구가 됩니다.
세무는 이 모든 흐름에 또 하나의 축을 더합니다.
세무팀, 국제조세, 이전가격.
같은 거래라도 어떻게 구조를 짜느냐에 따라 세금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그래서 세무는 단순히 신고하는 기능이 아니라 기업의 구조와 이익 배분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영역입니다.
특히 글로벌 기업에서는 국가와 국가 사이에서 숫자를 어떻게 배치할 것인지까지 고민해야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IR이 있습니다.
Investor Relations.
지금까지 내부에서 만들어진 모든 숫자를 시장에 설명하는 조직입니다.
회계가 숫자를 만들고,
재무가 흐름을 만들고,
전략이 방향을 만들었다면,
IR은 그 모든 것을 투자자의 언어로 번역합니다. 같은 숫자라도 어떻게 설명하느냐에 따라 기업 가치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이제 다시 보겠습니다.
회계,
자금,
전략,
세무,
IR.
이 다섯 개의 영역은 각각 독립된 기능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하나의 질문으로 연결됩니다.
“이 회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그리고 이 질문에 답해야 하는 사람이 CFO입니다.
CFO는
회계팀처럼 숫자를 직접 만들지 않습니다.
자금팀처럼 매일 돈을 집행하지도 않습니다.
세무팀처럼 신고서를 작성하지도 않습니다.
IR팀처럼 직접 투자자를 만나 설명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숫자를 이해하고,
이 모든 흐름을 연결하고,
이 모든 선택의 결과를 책임지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CFO는 하나의 직무가 아닙니다.
회계이면서,
자금이면서,
전략이면서,
세무이면서,
IR입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각각의 조각을 따로 보았습니다. 그리고 이제 그 조각들이 하나로 합쳐집니다. 결국 CFO는 숫자를 관리하는 사람이 아니라 기업이라는 시스템 전체를 이해하고 설계하는 사람입니다.
우리는 이번 편의 시작에서 세 명의 CFO 출신 인물을 살펴봤습니다.
권영수 부회장은 재무를 기반으로 CEO까지 확장하며, “재무도 경영이 될 수 있다”는 현실적인 모델을 보여줬고,
이학수 부회장은 삼성이라는 거대한 그룹의 자원과 구조를 설계하며, CFO라는 역할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를 극단적으로 보여준 사례였습니다.
그리고 정현호 부회장은 변화된 시대 속에서 시스템과 조직 안에서 CFO 역할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는 또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이 세 사람은 서로 다른 길을 걸었지만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모두 숫자를 이해하는 수준을 넘어 숫자로 기업을 움직였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번 재무회계세무 시리즈를 통해 그 숫자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하나씩 따라왔습니다.
회계와 결산에서 시작해,
자금과 금융을 거치고,
재무기획과 전략으로 확장되며,
세무와 국제조세를 통해 구조를 설계하고,
IR을 통해 시장과 연결되는 흐름까지.
처음에는 서로 다른 직무처럼 보였던 이 영역들이 결국 하나의 방향으로 연결된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숫자는 만들어지고,
흐르고,
해석되고,
설명됩니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은 기업이라는 하나의 의사결정으로 수렴됩니다.
재무라는 영역은 겉으로 보면 숫자의 세계처럼 보이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결국은 선택과 판단, 그리고 그 선택에 대한 책임의 이야기입니다. 이제 우리는 그 숫자의 흐름을 따라왔고, 그 끝에서 CFO라는 자리를 마주했습니다.
재무회계세무 6부작은 여기서 마무리됩니다. 다음 편에서는 또 다른 직무와 기업의 이야기로 만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