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명호의 영화편애 Jun 29. 2021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미디어교육에 관하여

온택스 수업으로 새롭게 시작하기


예술교육은 변곡점에 서 있다. 예술교육은 그동안 한국사회의 경직된 교육시스템에 큰 활기를 불어넣었다. 특히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사업을 통해서 짧은 시간 안에 큰 진전을 보였다. 강사처우나 지나친 프로그램 경쟁을 부추기는 등 정책적으로는 다양한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지만, 재능 있는 예술교사들의 도움으로 학교라고 하는 경직된 시스템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학생들이 사고와 신체를 더 유연하게 만들고 자아 성찰의 기회를 갖고, 문화 소외지역의 청소년들이 새로운 체험을 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예술교사가 텍스트가 되어 교실에 서 있는 것만으로 학생들에게 큰 영감을 주고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많은 학생들이 설문조사나 인터뷰에서 예술수업이 인생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음을 이야기하는 것을 쉽게 들을 수 있다. 특히나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예술교육의 필요성은 더 커지리라 생각된다. 우리가 관습적으로 배우는 공부는 대부분 앞으로 인공지능 로봇이 대체할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오히려 시험에는 없는 가장 인간적인 것들이 결코 로봇이 따라올 수 없다. 모라벨의 역설은 이를 잘 드러낸다.




인간에게 어려운 것은 로봇에게 쉽고,

인간에게 쉬운 것은 로봇에게 어렵다.




예술교육은 기본적으로 아날로그적이다. 그것은 인간의 가장 본질적인 인간다움을 회복시키는 교육이기 때문이다. 예술교육을 통해서 사고를 유연하게 하고, 또 신체를 유연하게 하고 인간성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한 목표인데, 그것은 아날로그적인 수업 방식과 잘 어울린다. 자연과 가까이 하고, 경직된 신체를 움직이고, 내면속으로 깊이 들어가는 인간의 본질에 다가가는 예술 수업은 신선함을 주고, 성장을 돕는다. 그래서 산업적으로는 영화가 연극보다 더 영역이 크지만, 교육적으로는 반대로 연극이 영화보다 더 효과가 큰 이유는 그것이 더 예술교육의 본질과 잘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연극배우는 기본적으로 신체를 활용하고, 인간의 감정을 탐구하고, 표현의 기술을 익힌다. 그것은 인간을 전인적으로 성장하게 한다. 반대로 영화는 강사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기본적으로 종합 예술이긴하지만 단순하게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위한 수업이나, 기술을 가르치는 수업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보니 예술교육으로써의 정체성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종종 미디어는 우리가 우리 자신을 더 투명하고 정직하게 직면하는 것을 방해한다. 우리의 정신을 자꾸 산만하게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그것은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만들어졌지만, 인간의 커뮤니케이션을 점점 더 서툴게 만들고 있다. 실제로 가장 사교적인 미디어인 페이스북의 창시자인 마크 주커버그는 매우 관계에 서툰 사람이었다. 그것은 모든 사람을 연결시켜주었지만, 동시에 한명과 깊은 관계 맺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 미디어라고 하는 도구는 그렇게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지니고 있다. 그래서 과거의 미디어교육/예술교육은 미디어 기기에 대해서 부정적인 입장이 강했다. 그것이 가지고 있는 중독성이라든지, 폭력적이고 자극적인 콘텐츠가 아이들에게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 때문이다. 이를 무시할 순 없다. 실제로 소셜 미디어의 중독성은 우리의 삶을 너무 많이 바꾸어놓았고 심지어 뇌의 구조도 달라지는 듯하다.




하지만 2020년, 지금은 미디어 환경이 너무나도 우리의 삶에 가까이 다가왔다. 미디어가 환경을 넘어서서 우리의 신체의 일부가 된 듯 한 상황이다. 미디어 환경이 너무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고,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미디어는 더 우리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미디어 연구가인 마샬 맥루언이 말한 대로, 미디어는 신체의 일부이고 감각의 확장을 가져왔다. 특히나 코로나로 인해서 더 빠르게 온라인 교육 시스템이 자리를 잡게 되었다. 이런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서 태어난 세대를 ‘디지털 네이티브’라 부른다. 그들은 날 때부터 스마트폰을 쥐고 자라난 세대이다. 그들은 책을 읽는 것보다 스마트폰을 만지고 활용하는 것을 더 쉽게 여기고, 마치 그 작은 기기가 신체의 일부인 것처럼 여겨진다. 그런 아이들이 지금의 교실에 앉아있다. 그들은 이 시대의 도구를 이용하여 창조하고 싶어한다. 이런 상황에서 예술교육의 의미와 방향은 더 확장되어야 한다. 과거와 같은 예술교육은 여전히 의미가 있지만, 반대로 한계도 있다. 탈 미디어적인 예술교육도 여전히 필요하지만, 동시에 뉴미디어를 활용한 예술교육도 요청되는 것이다. 두 비전이 동시에 진행되는 것이 현명하다. 그런데 탈 미디어적인 예술교육은 이미 많이 실천되고 있기에 나의 글에서는 뉴미디어를 활용한 예술교육 쪽으로 포커스를 맞추려고 한다. 그러므로 내가 제안하는 예술교육이 미디어와 너무 가까운 것에 대해서는 양해 바란다. 앞으로는 미디어 교육과 예술교육이 점점 더 많은 부분은 공유하여야한다고 주장하는 바이다.




이런 상황에서 뉴미디어를 통해서 예술교육이 새롭게 재구성되는 것이 요구된다. 예술교육 안에서 동시대의 미디어 도구를 활용하여 새롭게 구성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미디어 도구를 활용하는 것이 효과가 있다고 해서 지나치게 재미만을 추구하거나, 기술을 가르치는 수업을 하는 것은 예술교육의 철학을 잃어버릴 위험이 있다. 그것도 옳지는 않다. 그 부분은 주의해야겠다. 교육적인 목표를 위해서 적절한 뉴미디어 활용을 하는 것이 중요한데, 기술을 과시하거 그것에 의존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면 수업이 인간성의 회복이 아닌, 인간성이 상실되는 수업이 될 우려가 있다. 어쩌면 그 지점이 예술교육과 미디어교육이 조금 어긋나는 지점이기도 하다. 많은 미디어센터에서 진행하는 미디어교육은 주로 기술을 가르치는 수업이 대부분이다. 그것이 목표달성이 분명하고, 수요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그런 와중에 좋은 미디어교사와 기획자들은 기술을 가르침과 동시에 미디어를 통한 표현과 소통을 중요시여기고 가르친다. 기술을 가르치면서도 더 큰 목표를 바라보는 것이다. 좋은 교육은 눈에 드러나는 면 뿐 아니라, 눈에 드러나지 않는 부분까지도 바라보아야 한다. 인간의 전인적인 성장을 목표로 해야 하는 것이다. 언제나 예술교사가 미디어를 활용할 때에 그렇게 기술을 과시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기술을 활용한 수업은 편리함이 있다. 학생들의 시선을 끌기도 좋고, 또 결과물도 쉽게 나오기 때문이다. 그것은 즉각적인 성취감을 안겨다준다. 하지만 거기에서 멈춘다면 인간의 전인적인 성장을 가져오지는 못할 것이다. 지나치게 기술에 의존하는 수업의 양상을 보면 영화 <모던타임즈>가 떠오른다. 편리함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시대에 신기술을 무비판적으로 들이기 시작했고, 그 결과 인간은 점점 비인간화된다. 주체와 객체가 전도되어 오히려 인간의 기술의 부품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수업에서 미디어 활용이 자칫 그런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그러지 않기 위해서는 예술교사라면 예술교육이 추구하는 방향을 잊지 말아야한다. 단순히 기술을 배우고 결과물을 만드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예술교육의 목표는 다음과 같다. 1) 창의적은 생각을 키우고 2)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향상시키며 3) 감정표현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하고 4) 자신감을 키워주고 5) 스스로를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향상시키고 6) 미학적인 감각을 길러주고 7) 시각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고 8) 문제 해결력과 결정력을 향상시키고 9) 다른 사람과의 협동심을 키우는 것. 이러한 목표 아래에서 미디어 도구를 적절하게 활용할 때에 의미있는 예술교육이 이루어질 것이다.





앞으로 뉴미디어를 활용한 예술교육에 대한 실제적인 노하우를 공유할텐데, 시간관계상 기술을 중심으로 가르치겠지만 수업의 현장에서는 우리는 사람을 바라보고 이러한 예술교육의 본질적인 목표를 바라보아야 한다. 우리의 목표는 단순히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 아닌, 사람의 성장을 돕는 비전을 가져야 한다.



필자는 10년 동안 미디어 교육을 진행하면서 미디어를 활용한 예술수업을 여러 차례 진행을 했고, 꽤나 큰 성과를 이루었는데 그 내용들을 공유하려고 한다. 스마트폰을 활용한 영화제작 수업, 유튜브 리터러시 수업, 1인 방송 콘텐츠 제작 수업, 가상현실, 미디어아트와 같은 미디어 수업을 통해서 우리가 문화예술교육의 비전을 실천하고, 또 다가오는 미래를 준비하는 수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뉴미디어를 활용한 예술교육은 인간성을 회복하고 전인적인 성장을 도우면서도, 또 다가오는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수업이어야 한다. 그럼 다음 시간부터 하나씩 뉴미디어를 활용한 예술수업의 구체적인 사례와 설계방식을 살펴보도록 하자.




작가의 이전글 마션, 코로나 시대를 극복하는 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