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얼마일까요?

혜자가게를 사랑하는 방앗간 참새

by 하얀밤

관악역에서 내려 전철을 타러 가는 길, 버스정류장 앞 한 가게에 사람들이 북적북적했다. 문도 없고 가게가 통째로 개방되어 있는데 앞에 여러 가지 야채와 채소가 박스 안 작은 봉지에 소분되어 놓여있었다. 사람들은 분주한 듯 물건을 골랐고, 무언가에 이끌리듯 나도 가게를 둘러보았다.

처음 눈에 띈 것은 샤인머스켓 9000원.

네 송이가 들어있는 샤인머스켓 박스를 유심히 보자, 사장님인듯한 분이 ‘언니, 내가 그거 먹어봤는데 엄청 달더라구, 팔천원에 줄게’ 하며 천원을 바로 깎아주는 것이 아닌가.

변변한 장바구니도 없었지만 나는 봉지에 샤인머스켓 네송이를 들고 전철을 탔다. 집에 와서 먹어보니 맛도 너무 좋다. 싼 게 비지떡 이란 말은 이 가게에 해당되지 않는다.

그 날 이후로 나는 참새가 방앗간을 들르듯 장바구니까지 구비하고 그 야채가게를 매일매일 들르게 되었는데, 대학원에 가는 것보다 그 야채가게에 어떤 야채가 나올 것인가가 더 기대될 정도였다.

다음날은 상추랑 감자를,

다음날은 양파랑 청경채, 청양고추, 그린키위, 동태포를.

다음날은 당근과 토마토를 샀다.

드디어 대학원 수업 마지막 날, 나는 사뭇 비장한 마음으로 장바구니를 들고 마지막 쇼핑을 준비했다.

이 날은 처음 본 야채들도 있었다. 적겨자, 세발나물, 치커리를 챙기고, 엄마가 필요하다고 한 양배추도 한 통 샀다. 한라봉과 골드키위까지 담고나니 바구니가 꽉 찼다. 여기까지가 한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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