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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밤 Jun 08. 2024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는 것은

허리는 아프지만 마음은 충만해.

“허리에 큰 멍이 든 것 같아요.”

“진짜 멍이 들었나요?”

“아니요... (그런 느낌이라구요;;)”

정형외과에서 물리치료를 받는 데 썩 괜찮은 것 같진 않다. 양방은 진통제와 약을 얻는 목적인 것 같다.


오늘은 한의원으로 갔다. 우리집에서 10분 정도만 걸어가면 돼서 참 편하다. 맥을 짚어주는 기계가 있어서 신기했다. 동그란 세 개의 배터리(?)가 내 맥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벽에 붙여진 한의사의 이름과 약력을 보았는데 이름이 요즘 사람 같았다. 요즘 사람이란... 나랑 동시대를 살았거나 나보다 어린 세대 같은 느낌이다. 지구는 나 위주로 돈다 하지 않았는가. 

한의사 샘을 직접 봤을 때 역시 내 예상이 맞았구나 싶었다. 나는 요즘 병원투어를 하며 여러 의사들을 만나고 있는데 의사가 가진 전문지식은 차치하더라도 그걸 어떻게 전달하고 어떻게 표현하는지가 천차만별이라는 것을 느낀다. 우선 한방병원 의사는 친절하였지만, 추나 1분, 침치료 10분 등 처치가 너무 빨리 끝나 읭(?)스러웠고 내과 의사는 좀 냉철한 면은 있지만 설명을 정확히 해주려고 한다고 느꼈다. 정형외과 의사는 내가 가진 통증을 좀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느낌이 들었다. 확신의 T느낌이랄까. 그치만 뭐 나는 의사란 자고로 잘 고치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오늘 만난 한의사는 차분하고 친절한 느낌이 들었다. 기계가 짚어준 내 맥 상태를 보고 내가 자궁과 방광이 좋지 않고, 간기능도 많이 떨어져 있음을 알려주었다. 1월달에 해 본 건강검사에서 ‘간기능이상의심’ 이라고 나왔던 게 기억이 났다. 한의사는 약 15분간 나에게 설명을 해주면서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침을 맞으러 갔을 때도 약침, 사혈을 했는데 별로 아프지 않았다. 겁쟁이인 나에겐 엄청난 명의였다. 뜨듯한 찜질까지 약 30분정도 치료를 받았다. 얼마나 괜찮아졌냐고? 물어본다면 확 나아지는 건 없다. 근데 여긴 찐이다. 이 정도로 환자에게 충분한 시간을 내어 정보를 제공하고 치료를 해준다면 나는 너무 만족스러웠다. 또 오고 싶은 병원이었다.

문득 어디에선가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라는 책의 제목을 본 기억이 났다. 읽지는 않았지만 책의 중심내용이 바로 제목일 것이리라. 우리가 사는 생활은 환자에게, 내가 맡은 아이들에게, 또 동료들이나 가족에게 충분한 시간을 내기에 너무 바쁠 것이다. 그래서 너무 차갑지 않은 온도로 상대에게 시간을 내는 것이 참 어려운 일이 된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오늘 한의사가 보여준 모습은 그의 비즈니스일 수도, 또는 그의 신념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로 인하여 내가 함께하는 사람에게 조금 더 따뜻하고 다정하게 행동해야겠다고 느꼈다. 허리는 아프지만 마음은 충만해진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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