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처럼 문득 다가온
누구나 마음 속에 잊지 못할 누군가는 있는 거겠지
금요일, 또는 휴일 전날. 훌쩍 떠나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땐 바다를 보고 싶다.
우리 학교에서 1시간 반을 달리면 작은 바닷가 마을에 도착하는데 창을 열면 바다가 보이는 민박이 자그마치 42,000원이다. 내 콧구멍에 신선한 바다내음을 선물해주는 비용으로 너무 소소하지 않은가. 꽤나 즉흥적인 계획충인 나는 아침에 그 민박을 예약한 후 학교를 마치고 떠났다.
중간에 내가 좋아하는 한식뷔페에서 신선한 쌈채소와 족발을 먹고, 그 지역에서 유명하다는 빵집도 들렀다.
그리고 민박집에서 하루를 보낸 후 돌아오는 길.
그곳이었다. 그 사람 차를 타고 지나가는 길에 보던 닭장처럼 생긴 건물. 특이해서 기억하고 있었다. 그 사람 회사 주변이었다.
내가 우회전하려고 잠시 정차되어 있었는데 “쿵!” 박아버린 것이다. 나의 애마 스파크를 이름 모를 suv 차량이. 차주는 매너있게 나와 나의 몸상태를 물었고 우리는 안전지대로 이동해 사고를 처리했다. 차주는 굽신거리지 않으면서도 공손했고, 침착했다. 그냥 몇 번 말하는 것만 들어도 좋은 사람 같았다. 더구나 나랑 동갑이었다. 넓게 보면 같은 시대를 살아온 친구였다. 그의 옆에는 여자친구로 보이는 사람이 있었고, 그들은 사고낸 사람답지 않게 긍정성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무소의 뿔처럼 혼자 다니는 스타일이었으므로 그들을 보며 사뭇 내가 그 사람과 헤어지는 선택을 하지 않았더라면 저들과 비슷한 모양새였을거라 생각했다.
집으로 돌아와 허리가 아파 대인접수를 하고 주말에 입원이 가능한 병원에 입원했다. 입원 시설은 매우 쾌적했다. 한 방에 3~4개의 커텐이 둘러쳐 있는데 그 안에 개인 공간이 매우 넉넉하다. 다른 커튼 안의 사람들의 얼굴은 거의 확인이 불가능할 정도로 프라이빗하다. 더구나 내 자리는 창가자리라 푸르른 녹음이 보인다. 가히 바다가 보이는 민박집에 비할만 하다. 아침 7시엔 식사를 배달해주시는데 이 병원 맛집이다. 마늘쫑을 이렇게 맛있게 무치다니! (산건가?) 오늘 나는 저녁에 만난 조리원아무머니께 “밥이 너무 맛있어요” 라고 말해버렸다. 그 분은 흐뭇하게 웃고가셨다.
엄마가 입원에 필요한 짐을 주고 가셨다. 엄마가 있어 다행이다. 병실을 나오니 오랫동안 머리를 감지 않은 듯한 할아버지가 의자에 앉아있었다. 왜 우리 병실 앞에 있을까 했는데 급기야 우리 병실에 들어오더니 어느 할머니의 식판을 들고 나가셨다. 부부가 같이 교통사고가 나서 할아버지가 할머니의 식판을 챙겨주는 모양이었다. 할머니는 팔을 다친 상태같다. 나름 그 모습이 참 스윗해보였다. 샤워하러가는데 할아버지는 “그 말이 아니라고!” 하며 할머니에게 작게 호통치는 모습도 보였지만. 나름 아파보니까 내 주변에 누가 있나 생각해본다. 내가 4,50대가 되었을 때 부모님이 안 계신다면 입원한 나를 누가 챙겨주려나. 하는 걱정이 다가 왔다. 혼자 살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미친 듯이 바쁘게 살면 인생에 외로울 틈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사고가 나도 같이 옆에서 웃어줄 사람, 다 먹은 식판 하나 갖다줄 사람, 맛있는 거 사와서 휴게실에서 같이 먹어줄 사람. 교통사고는 나에게 예고없이 다가와 외로움이라는 것을 선물해주었다.
그것이 허리가 아픈 것보다 더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