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3
안녕하세요.
오늘의 주제는 ‘어쩌면, 나의 소중한 것들은 이런 하루를 보내고 있을 지도 몰라!’입니다.
<먼지>
저는 아주 귀여운 강아지를 키우고 있습니다. 강아지를 키우지 않았던 시절로는 돌아갈 수 없을만큼 저에게는 소중한 가족이 되었는데요. 제 강아지는 저의 강아지 공포증을 극복하게 해줬거든요. 대학교에 가면서 전처럼 매일 볼 수 없기에 매일 보고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죠.
멀리서 매일 보고싶은 마음으로 지금 이 시간엔 뭘 하고 있겠군, 자고 있겠군 생각해요. 그래서 제가 생각하는 우리집 강아지의 하루는 어떨지 생각해봤어요. 일단 새벽에 밥을 먹는 특이한 강아지에요. 아빠, 엄마가 일어나는 시간에 같이 일어나고 배웅해주고 다시 잠을 자는데, 잠을 하루종일 자요. 정말 하루종일요. 그래서 하루 일과가 ‘잠’ 인 것 같아요.
이 강아지는 엄마를 세상에서 가장 좋아해요. 한 달동안 못본 언니보다 한 시간 못본 엄마를 더 반가워하거든요...(저 울지않아요) 그래도 저를 싫어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 지금도 저에게 엉덩이를 딱 붙이고 자고 있거든요 ㅎㅎ
이 세상을 살아가기엔 너무 작고 귀여운데 벌써 10년 넘게 귀여운 존재를 뿜뿜하며 살고있어요. 앞으로도 오래오래 이 아이의 하루가 제 하루에 녹아있겠죠?
<구재>
날이 밝았다. 갈색 마루바닥이 눈에 들어온다. 분명 천장을 보고 잠들었는데, 결국 침대와 벽 사이에 끼어 바닥을 바라보고 있다. 걔는 항상 그렇다. 마치 내가 없으면 잠을 못 자는 사람처럼 굴면서도, 정작 나를 제자리에 두지 않는다.
가끔은 동생 방에 내가 있을 때가 있다. 그럴 땐 나를 깜빡 잊는다. 그러다 새벽에 불현듯 깨서는 핸드폰 플래시를 켜고 조심스레 나를 찾는다. 마치 내가 없으면 잠을 자면 안 되는 사람처럼.
방금 전까지 난 날고 있었다. 걔는 잘 때마다 이불을 들었다 놨다, 덮었다 뿌리쳤다 한다. 그럴 때면 나는 이불에 휩쓸려 침대 위를 떠돌다가 결국 날아간다. 오늘은 운이 좋아 침대 사이에 낀 채 멈췄다. 차가운 바닥에 떨어지는 게 얼마나 비참한지, 걔는 알까?
걔는 늘 잠이 많다. 그래서 아침마다 허둥지둥 나가느라 이부자리를 정리하면서도 나를 찾아내지 못한다. 그러다 우연히 떨어져 있는 나를 발견하면, 흠칫 놀라며 잠시 미안한 표정을 짓는다. 그러곤 조심스레 나를 쿠션 옆에 올려둔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 걔가 밤에 자기 전 나를 찾기 전까지, 나는 차가운 바닥 위에서 밤이 오길 기다린다.
걔는 ‘소중한 물건’이라는 칸에 늘 내 이름을 쓴다. 도깨비에 한창 빠져 있던 시절, 가족들이 사준 도깨비 인형이라는 설명과 함께. 걔는 그 도깨비 인형이 침대 옆에 끼어 걔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까? 어쩌면 나는 그 아이에게 소중한 존재라기보다, 그저 잠을 부르는 도구가 되어버린 걸지도 모른다.
<순수>
소중한 것. 저에게는 아주 소중한 다이어리가 있습니다… 그치만 3개월동안 방치된 …다이어리죠.
그 다이어리는 오늘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방치되었긴 하지만 거의 항상 들고 다니기는 하는 그 다이어리는 언제나 제 가방에서 데굴데굴거립니다. 기록할 것들은 매일 있으니 매일 무언가를 쓰기는 하지만, 제가 다이어리가 그거 하나 뿐인 것도 아니고 요즘에는 메모장에 잘 쓰기도 하니까 더 손이 안 가게 된 것 같아요.
근데 토이스토리를 보면 놀아주지 않는 인형들이 주인을 그리워하고 그런 장면들이 나오잖아요. 그런 마음에 침대에 있는 인형들에 가끔씩 인사하고는 하는데 다이어리는 인사를 하는 게 아니라 뭘 적거나 정말 말 그대로 열어서 사용을 해야하는 거라 쉽지가 않네요. 심지어는 새로운 다이어리가 등장을 하면 전다이어리들은 거의 잘 쓰지를 않으니까요. 아마 다이어리는 .. 오늘은 내 주인이 나를 써줄까?하는 기대감으로 하루를 시작해서, 오 드디어 나를 열었군!하는 확신을 지나, 아 나를 쓰려던 게 아니었네… 하는 실망감을 얻는 그런 하루를 보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아마 매일 같은 하루를 보내겠죠?…
이렇게 쓰고 나니 그 친구가 조금 불쌍해진 것 같네요. 어쩌면 다시 그 다이어리를 적을 시기가 돌아온 걸지도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