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을 거래하지 마라

나락으로 갈 수 있어 조심해

by ClaireH

그가 즐겨 찾던 정육점 사장님이 나에게 꼭 할 말이 있다며, 그날 그 노래방으로 와달라는 연락을 해왔다. 기분이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꿀릴 것도 없다는 생각에 당당히 갔다.


“내가 이 애를 내 아들처럼 생각해서 그러는데, 자꾸 본심을 모르는 것 같아서 말이야.”


“무슨 마음인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쪽도 아이들이 있다며? 아이들도 생각해야지.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관계가 될 수 있어.”


나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도대체 어디가 윈윈이라는 건가요? 제가 얻는 게 뭐가 있죠?”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들이 말하는 득이란 게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술에 취한 듯한 태도는 예의도 아니었고, 마치 술주정을 부리듯 내 앞에 앉아 있었다. 더 어이가 없었던 건, 옆에서 맞장구치고 있는 그놈이었다. 순간 깨달았다. 이건 거래처가 아니라 단순한 사교 모임이었다는 걸. 감히 너희가 내 인생을 거래의 장으로 삼아? 빌어먹을 노인네!


나는 더는 가만히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왜 내가 평가받아야 하는가? 아직도 열이 뻗친다. 가장 떳떳하지 못한 자들에게 이런 취급을 받다니, 반드시 사과를 받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다음 날, 그의 회사 사장님의 사모님을 만났다. 몇 번 식사를 함께한 적이 있던 터라 조심스럽게 사정을 말씀드렸다. 정육점 사장의 무례함을 전하고, 그가 말하던 “회사의 중요한 거래처”라는 말이 사실인지, 정말 회사 사장님의 지시였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실상은 금세 드러났다. 그의 독단적인 영업 방식이었고, 사모님은 적잖이 놀라셨다. 나에게 조언도 해주고, 위로도 건네주셨다. 솔직히 그 순간은 앞으로 그와 함께하는 게 힘들다는 선포이기도 했다. 사모님은 선뜻 나를 도와 정육점 사장에게 사과를 받게 해주고 싶다고 하셨다. 다음 날 아침, 함께 그 자리에 가주셨고, 대신 내 얘기를 해주셨다. 어리다고, 여자라고 무시하지 못하게 말이다.

엄청난 사과를 받은 건 아니었지만, 그가 무슨 짓을 했는지 상기시켰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은 한결 가벼워졌다. 그리고 사모님에게 깊이 감사했다. 쉽게 받을 수 없는 위로와 응원이었다.


“이혼녀니 아이들 키우려면 돈이 필요할 거다.

도와줄 남자 찾아 마음 편히 살라.”


그 정육점 사장은 나를 비아냥대듯 비자팔이 이혼녀로 취급했다. 그 옆에 그는 옳은 말을 하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이던 그를 본 순간, 확신이 들었다. 그와 함께하는 게 내 인생을 망치는 일이라는 걸.


나는 사모님께 감사 인사를 드리고 변호사를 선임했다.

이제는 달라져야 할 시간이다.

내가 얻은 가장 큰 깨달음이었다.


더 이상, 내 삶은 흥정거리가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