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 담론을 위한 두 번째 제언
어떤 사람들은 3루에서 태어났으면서, 자신이 3루타를 친 줄 알고 살아간다
내가 사랑하는 명언 중 하나이기도 한 이 어구는 성공론을 논파하는 금수저에 대한 오랜 대중적인 혐오를 잘 보여준다. 소비자들 스스로 공급자 측에 대한 정보 또는 의견을 공유하고, 보이콧 등 소비자들의 집단적 의사 표현이 활성화된 오늘날에는 이런 비토 정서가 더욱 활발하게 나타난다.
가장 대표적인 예는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쓴 김난도 교수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그의 대표작이자 2010년대 초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베스트셀러였다. 하지만, 그가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나고 자랐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저서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를 떠나 그는 대중들 사이에서 자기계발서를 팔아먹는 위선자의 대표 격이 되었다. 결국 그가 자기계발서엔 얼씬도 안 하며 소비 트렌드 분석에만 힘쓰고, 그의 대표작이 완전히 불쏘시개 또는 희망 고문의 대명사로 통하는 현재의 모습을 보면, 성공론을 이야기할 때 대중들이 화자의 배경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지 알 수 있다.
모두는 자신이 살아온 배경과 상관없이 스스로 발견한 성공론을 설파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기계발 담론의 소비자 또는 대중들을 한 사람의 인격을 온전히 존중해 주지 않는 자들로 단순히 치부할 수는 없다. 근본적으로 자기계발 담론을 다루는 콘텐츠는 소비자의 행동을 촉구하기에 소비자의 입장에서 자기계발 담론 속 성공론을 믿고 따르는 것은 굉장히 리스크가 큰 선택이다. 그렇기에 공급자가 자신의 특별한 배경을 미묘하게 숨기고 대중을 상대로 성공론을 판매하는 경우, 소비자는 이를 값비싼 재화의 품질에 대한 공급자와 소비자 간의 정보 비대칭성을 극대화하는 불공정거래행위로 인식한다. 소비자는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비하인드 스토리를 소상히 밝히는 쉽고 작은 개선은 생각보다 큰 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결해 수요자 측에는 자신의 상황에 걸맞은 조언을 선택할 권리를 쥐여주고, 공급자 측에는 기만과 위선의 딱지가 붙는 것을 방지한다. 경제학적인 사고가 가끔은 이렇게 따뜻한 결론을 내놓는 경우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