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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영 Dec 14. 2022

[여행] 2월의 러시아 여행, 10화

모스크바의 낭만, 푸시킨 국립 박물관

 안녕하세요, 도영입니다. 날씨가 많이 쌀쌀해졌구나 생각하기가 무섭게, 여기저기서 첫눈 소식이 들려옵니다. 러시아 여행 이후부터 '눈' 하면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생각이 나고는 합니다. 서울, 경기권과 비교하여 따뜻한 남쪽 나라에 살고 있는 저로서는 여행 타이밍이 딱 맞아 떨이지지 않는 이상 눈 구경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도 러시아 여행 때 바닥이 미끄러웠던 생각을 하면 좋은 부분만 있는 것 같진 않습니다. 모두들 안전하게, 건강 조심하시면서 눈이 주는 아름다움을 만끽하시길 바랍니다.


<모스크바의 낭만, 푸시킨 국립 박물관> 


 이제는 익숙해진 모스크바 호텔의 식당에서 간단하게 조식을 먹고 와 침대에 걸터앉았다. 휴대폰의 화면을 밝혀 날짜를 확인해보니, 지금은 2019년 2월 12일 화요일 오전 10시다. 모스크바 호텔에서 네 번째로 맞이하는 아침인 동시에 마지막 아침이다. 오늘을 마지막으로 우리는 호텔에서 체크 아웃한다.


 모스크바의 아름다움은 잠시 뒤로하고 내일부터 2박 3일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시간을 보내고자 한다. 오늘 일정은 간단하게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모스크바에서 유명한 박물관 중 하나인 푸시킨 국립 미술관을 방문한 뒤, 디마의 집에 캐리어를 잠시 맡겨두고 붉은 화살호를 타고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이동할 예정이다. 다만, 오늘은 붉은 화살호를 타기 전까지의 이야기로 마무리될 것 같다. 붉은 화살호의 경우 그 자체로 하나의 관광 요소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그에 대한 설명과 직접 예매하는 방법까지 자세하게 공유하고자 한다. 그렇다면 다시, 호텔로 돌아가 보도록 하자.


 푸쉬킨 박물관으로 출발하기 전 조식 먹은 지 약 2시간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든든한 구경을 위해, 모크스바 호텔 내에 있는 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하기로 했다. 호텔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를 조금 지나면 식당이 하나 위치해 있는데, 매일 오며 가며 눈도장을 찍은 곳이라 한 번은 음식 맛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참이었다. 메뉴판을 보고 인터넷으로 생김새만이라도 검색을 해가며 주문을 마쳤다. 러시아어로 되어있었기 때문에 식당과 메뉴의 이름을 설명해드리지 못하는 점은 양해를 부탁드린다.

 첫 번째 음식은 만두와 파전을 합친 음식으로 보면 될 것 같다. 생김새는 만두처럼 생겼지만 안에 들어가는 속재료는 고기 혹은 야채만 넣거나, 둘을 적절히 섞을 수 있기 때문에 취향대로 선택하면 된다. 포크와 나이프를 사용하여 적당한 크기로 자른 후 함께 나온 사워크림에 찍어 먹으면 되는데 그런대로 맛이 좋았다.

 

 두 번째 음식은 일단 볶음밥이라고 적혀있기에 정체 모를 메뉴들 사이에서 반가운 마음에 시킨 음식이다. 눈썰미가 좋은 분들은 사진을 통해 이미 보셨을 수도 있는데, 볶음밥에 석류 열매가 들어있다. 처음에는 석류가 들어있기에 굉장히 당황하였지만, 먹어보니 새콤달콤한 것이 나쁘지 않은 맛이었다.


 세 번째는 구글에 검색했을 때 위의 이미지와 같이 빵과 비슷한 것이 검색이 되었다. 얼핏 보았을 때 안에 팥이 든 후식일 것이라 생각하였지만, 서양에서는 팥을 즐겨 먹지 않는다는 점을 간과했다. 결론적으로는 첫 번째 소개드린 음식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주문하면서 안에 들어갈 소의 종류를 선택하라길래 당황하여 질문하였더니, 일종의 '만두'와 같은 음식이라고 하였다. 새로운 디저트 류를 주문할까 했지만 그래도 이미지를 미리 검색해본 정이 있기에 그냥 주문하였다. 껍질이 생각했던 것만큼 두껍지는 않았지만, 앞의 두 음식들 때문에 포만감이 있어 전부 다 먹지는 못하였다. 맛은 야채 혹은 고기 빵과 비슷하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식사를 마친 후 음식들에 대하여 결론을 내려보자면 해당 식당은 배 채우기 용으로는 나쁘지 않을 것 같지만, 여행에 있어 음식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편이라면, 호텔보다는 다른 식당에서 먹는 것을 권해드린다. 모든 음식을 먹어보지는 못하여 일반화가 어려울 수는 있지만, 맛 본 음식들로는 그렇게 생각된다.


  모스크바 호텔 내의 식당 이야기가 나온 김에 한 가지 더 말씀드리고자 한다. 사실, 여행지에서는 하루에 3끼 이상을 먹는 경우도 많은데, 기존 포스팅에서 먹는 이야기가 너무 많이 나와 제외된 식당이다. 아래에 소개드리는 식당은 모스크바 호텔 정문으로 들어왔을 때 좌측에 위치한 식당이다.


 해당 식당에서는 보르쉬와 국물 요리를 주문해 먹었다. 보르쉬의 경우 앞서 말씀드렸듯 식당마다 레시피가 천차만별인 관계로 기존 스테이크 하우스에서 주문한 보르쉬와는 다른 맛이 났다. 사워크림도 덜어 넣을 수 있도록 분리되어 있었으며, 곁들여 먹을 빵 조각도 서빙되었다. 보르쉬에 대해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소개할 때 '러시아의 김치찌개'라는 말을 하고는 한다. 개인적으로 보르쉬에서 김치찌개의 맛을 느낀 적은 없지만 해당 식당의 보르쉬는 왜 김치찌개와 비슷한 맛이 난다고 하는지 이해가 될 뻔하기도 했다. 그래도 역시, 보르쉬는 보르쉬다.

 국물 요리의 경우 우리나라의 만둣국과 비슷한 맛이 났는데, 다만 만두가 아닌 뇨끼를 삶은 맛이었다. 호텔 식당이라고 하면 음식들이 비싸고 양이 적은 경우가 많은데, 먼저 소개해드린 식당을 포함하여 모스크바 호텔 내 식당의 경우 음식 값도 비싸지 않고 양도 적당하게 나와 만족스러웠다.


 점심 식사를 마친 후 우리는 얀덱스 택시를 이용하여 호텔에서 바로 푸쉬킨 미술관으로 이동했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도 있었지만, 붉은 화살호 내에서 밤을 보내야 했기에 체력을 비축해두고 싶었다.

 푸시킨 국립 박물관의 예술 작품들을 본격적으로 구경하기 전 방문객이라면 꼭 들러야 하는 곳이 있었는데, 그곳은 바로 '외투 보관소'였다. 유럽 국가는 여행한 경험이 없기에 러시아를 기준으로 말씀드리자면 어느 정도 '고급' 장소를 방문하여 활동을 시작하기 전에는 입고 온 두꺼운 외투를 맡기는 문화가 있다. 이번 푸시킨 박물관으로 예를 들자면, 티켓을 구매한 다음에 바로 관람을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지하에 위치한 외투 보관소를 방문하여 가지고 온 큰 가방, 코트, 패팅 등 두꺼운 외투와 짐을 맡기고 번호표를 받은 다음 관람을 시작한다. 고급 식당의 경우 자리로 안내받아 식사를 시작할 것이다. 여러분도 혹시 어떤 장소에 방문하여 입구로 들어가려고 했을 때 제지를 당했다면, 혹시 코트를 맡겨야 하는 곳은 아닌가 한 번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코트 보관'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기 때문이다. 박물관에 들어선 이후로는 예술 작품 감상 외에 별다른 이벤트가 없었기에, 일부 작품 사진 공유로 내용을 대신하고자 한다.


 푸시킨 국립 박물관 내에는 그림, 조각, 고대 유물들을 비롯하여 약 70만 개 이상의 예술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박물관이나 미술관 관람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평소에 관련 취미가 없는 사람일지라도 한 번쯤은 방문해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전시 규모가 크고, 작품들의 퀄리티가 좋았다.

 박물관 관람을 마친 뒤로는 다시 얀덱스 택시를 타고 호텔로 돌아왔다.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이동하기 위해 짐을 다시 꾸려야 했는데, 다행스럽게도 디마가 캐리어를 맡아준다고 하여 번거롭게 캐리어를 가지고 상트페테르부르크로 가지 않아도 되었다. 아침과 점심을 너무 많이 먹어서 그런지 저녁 생각은 크게 나지 않았다. 가볍게 맥주 한 잔으로 대신한 뒤, 캐리어를 끌고 디마의 집으로 이동했다.


 원래의 계획대로라면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레닌그라드 역(붉은 화살호 탑승하는 곳)으로 이동할 계획이었으나, 디마가 고맙게도 차량을 이용하여 역으로 데려준다고 하여 생각지도 않은 여유 시간이 생겼다. 우리는 이 시간 동안 디마 집 근처에 있는 마트에 들러 기차 안에서 먹을 식료품들을 사기로 하였다.

디마의 집 근처 (러시아식 근처)에 있는 마트는 위 사진의 마트였는데, 걸어가는 도중 비가 내리는 관계로 마트 정면 사진을 찍지 못하여 아쉽지만 마트의 출입구에서 측면으로 간판을 찍었다. 집 근처라고 하여 작은 규모의 마트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규모가 커서 놀랐다.


마트의 안에는 그 당시에 우리나라에서는 보지 못한 매우 큰 사이즈의 레드불이 있었고,

우리나라를 포함한 다양한 국가의 조미료들이 있었으며,

 러시아에서 수입한 김을 가지고 국내에서 가공하여 다시 러시아로 수출한 조미김이 있었다.

(그렇다면 러시아 입장에서 해당 조미김은 국내산으로 볼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토론이 있었다.)

 참고로 조미김은 디마의 선물용으로 하나 구매했다. 한국에서 맥심 커피믹스와 조미김 등을 박스채로 포장하여 전달한 적이 있었는데, 돌아온 인증 사진은 조미김을 들고 회사에 출근하여 업무와 함께 맥심 커피와 조미김을 간식으로 먹고 있는 디마의 모습이었다. 어떻게 먹든 간에 디마가 조미김을 매우 마음에 들어 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그 밖에도 이런저런 종류의 제품들이 많았는데, 특히 마트료시카 모양의 보드카가 기억에 남는다. 컨디션 조절을 위하여 구매하지는 못했지만, 지금까지도 저 술을 구매하지 못한 것이 후회가 되어 종종 떠오르고는 한다.


 캔맥주 몇 개와 캪틴큐를 닮은 작은 위스키, 하몽을 산 뒤 붉은 화살호를 타기 위해 우리는 레닌그라드 역으로 향했다. 잠깐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보자면 레닌그라드는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옛 지명으로 역사적으로 유명한 레닌그라드 전투가 일어난 도시이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 가는 기차를 타기 위해서는 레닌그라드 역에서 타야 했으며 반대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모스크바로 오는 기차를 타기 위해서는 모스크바 역에서 기차를 타야 했는데, 역 이름을 서로 간의 도시 이름에서 따왔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그렇지만 헷갈려서는 안 된다. 택시를 탈 때 목적지를 올바르게 말할 수 있도록 하자.


모스크바에는 레닌그라드 역이 있고, 상트페테르부르크에는 모스크바 역이 있다.



 현재 일주일에 한 회씩 러시아 여행기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2019년 러시아 여행에서 돌아온 이후로 서로의 생활이 바빠 디마와 연락을 자주 주고받지는 못했는데요, 이번 포스팅을 계기로 디마 생각이 나서 오랜만에 연락을 해보았습니다. 그렇지만 역시, 같은 집에서 생활한 정이 있는지 얼마 전에 본 것처럼 정겹더군요. 어서 빨리 평화가 찾아와 다시 디마와 모스크바에서 재회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레닌그라드 역으로 이동하는 내용부터는 다음 포스팅에서 이어서 작성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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