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도영 Jan 26. 2023

[여행] 2월의 러시아 여행, 마지막화

모두들 잘 지내고 계신가요?

 안녕하세요, 도영입니다. 오늘은 전국적으로 한파가 몰아쳐 야외 활동을 하기가 쉽지 않은 날이었습니다. 전날 뉴스를 통해 어느 정도 추울 것이라고는 미리 알고 있었지만, 추위를 잘 타지 않는 저로서는 참을만할 줄 알았더니 생각했던 것보다 추워서 깜짝 놀란 하루였습니다. 모스크바를 여행할 때도 영하 10도 아래로 내려간 적이 있었는데, 유독 더 춥게 느껴진 것도 같습니다. 나이가 들어서일까요? 4년이라는 시간이 마냥 짧지는 않은가 봅니다. 독자 여러분 모두 건강 조심하시라는 말로 서론을 맺으며 2월의 러시아 여행, 마지막 이야기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모두들 잘 지내고 계신가요?>


 지금은 2019년 2월 18일 월요일, 다시 모스크바에서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이다. 2주 정도 모스크바에서 머물렀는데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었다. 하루하루는 긴 것 같은데 돌아서 생각해 보면 짧은, 그런 요술 같은 시간이었다. 여행을 생각하면 여러분들은 어떤 단어가 떠오르는가? 새로움, 즐거움, 두려움, 가능성, 불확실성 등 저마다의 경험에 따라 떠올리는 단어들 또한 천차만별일 것이다. 누가 내게 동일한 질문을 한다면 나 또한 여러 단어들이 떠오르겠지만 가장 먼저 생각나는 단어는 '아쉬움'이다. 행복한 여행지에서 벗어나 일상으로 돌아가야만 한다는 아쉬움, 친구들과 기약 없는 이별을 고해야 한다는 아쉬움, 단순히 조금 더 놀고 싶다는 아쉬움, 그리고 이번에 돌아가면 다시 돌아올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대서 오는 아쉬움 등이 그것이다. 

 그러한 생각들을 뒤로하고 우리는 전날 싸놓은 캐리어를 끌고 공항으로 향했다. 다양한 기념품으로 채워진 캐리어는 더 무겁게 느껴졌다. 아마 돌아가기 싫다는 나의 생각이 캐리어에 실려 내 발을 더욱 무겁게 하는 듯했다. 한국으로 돌아가는 항공편 또한 카자흐스탄의 에어 아스타나를 이용했는데, 볼거리 없이 견뎌야 하는 그 긴 시간을 이미 알기에 더욱 힘들었다. OTT 서비스를 구독하고 있다면 꼭 휴대폰에 볼거리를 저장해 두고 비행기에 탈 것을 추천한다. 


 돌아갈 때도 카자흐스탄의 아스타나 공항에서 경유를 했었는데 다른 점이 있다면 약 7시간 정도를 공항에서 보내야 한다는 것이다. 아스타나 공항은 지난번에도 말했다시피 놀거리가 충분하지 않았는데, 경유에 필요한 시간을 의자나 카페에 앉아서 기다리자니 그만큼 힘들 수가 없었다. 전과 같이 카페에서 요기도 하고 상점들을 둘러보기도 하다, 우리들은 고민 끝에 지난번 공항을 탐험하다 발견한 '캡슐 호텔'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한다. 

 결정을 내린 후 지체할 것 없이 호텔을 향해 갔다.  '캡스락'이라는 이름의 캡슐 호텔로, 공항의 모퉁이에 위치한 왠지 자물쇠를 연상하게 되는 이름의 호텔이었다. 

 요금을 계산하자 간단한 세면 용품들과 리모컨을 건네어 받았다. 캡슐 호텔이라고 해서 씻을 곳이 없을 줄 알았는데 별도의 샤워 시설을 마련하고 있었다. 리모컨은 캡슐 내의 TV를 볼 수 있는 용도였는데, 카자흐스탄 방송이 나오기는 했지만 TV로 유튜브 시청이 가능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 볼거리는 있었다.

 바로 보이는 문은 캡슐들이 모여있는 공간과 연결되어 있었고,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화장실과는 별개로 샤워실의 문이 있었는데 사람 한 명 정도가 환복하고 씻을 수 있을 정도의 크기였다. 내부에 헤어드라이기를 포함해 필요한 건 모두 비치되어 있었고, 수압 또한 강력한 것이 만족스러운 샤워실이었다.

 캡슐은 위와 같이 위와 아래로 구분되어 있었다. 공항 자체에 사람들이 많이 없기에 모두들 캡슐 호텔에 들어간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지만, 캡슐 호텔을 방문한 사람들은 우리 밖에 없었다. 그저 공항 자체의 방문객이 적은 것이었다. 그래서 옆 캡슐에서 TV 소리가 시끄럽게 들린다던지 등에 대한 확인은 하지 못하였으니, 혹시라도 이용하게 된다면 최대한 조심스럽게 이용하기를 바란다.

실내는 두 다리를 쭉 뻗고 누울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길었다 (키가 190cm가 넘는다면 짧을 수도 있을 듯하다). 다만 폭은 양쪽으로 어깨보다 두 뼘 정도 컸기에 마음껏 몸부림을 칠 정도는 아니었기에, 폐쇄공포증이 있다면 오래 있는 것을 추천하진 않는다. 내부에는 생각보다 다양한 기능들이 갖추어져 있었다. 금고, 시계, TV, 에어컨 USB포트, 콘센트 등이 모두 있었고, 버튼으로 캡슐의 문을 열고 닫을 수 있었다. 


 그리고는 스르르 잠이 들었는데, 눈을 떠보니 비행기 탑승시각까지 약 50분 정도가 남아있었기에 카운터에서 캐리어를 챙겨 탑승 게이트 근처의 의자로 자리를 옮겼다. 남은 시간을 무엇으로 때워야 하나 고민하고 있던 찰나, 카즈흐스탄 국적으로 보이는 모자가 근처에 자리를 잡았다. 


 꼬마 아이 둘은 호기심이 왕성해서 우리에게 무어라고 말을 건넸지만, 러시아어를 할 줄 모르는 우리로서는 그저 웃으며 손을 흔들어줄 뿐이었다. 그래도 아이들은 마냥 좋았는지 가까이 다가와 장난을 치며 놀았다. 뭐로 시간을 때울지에 대한 고민이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아이의 어머니는 자리로 돌아오라는 듯 연신 아이들을 불렀지만 전혀 소용이 없었다. 주제넘은 생각일지도 모르겠으나 지나치게 활기찬 것도 그렇고 키우는 데 꽤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미니언즈 캐릭터 모양의 열쇠고리를 하나 손에 쥐어 주고 어르고 달래어 어머니께 보낼 수 있었다. 돌려주고 오라고 혼이 났는지 이내 시무룩한 얼굴로 다가오길래 '포다로크(선물)' 라고 말하는 동시에 비행기 탑승 안내 방송이 울려 퍼졌다. 마지막까지 선물 같은 만남으로 2주간의 러시아 여행은 즐겁게 마무리된다.

 

 여행으로부터 약 4년이 지난 지금 종종 연락을 주고받기는 하지만 부쩍 어른이 되어버렸을 러시아 친구들은 잘 지내고 있는지, 두 아이들은 건강하게 잘 자랐을지 궁금해진다. 


 이로써 3달가량의 러시아 여행은 한국으로 다시 돌아오며 마무리되었습니다. 모두들 즐거운 여행 되셨을지요? 이번 여행은 비록 저와 함께 다녀왔지만 여러분들의 다음 러시아 여행은 혼자, 혹은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더욱 즐거운 추억 만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저 또한 이번 여행기를 작성하고 있자니 다시 한번 러시아에 가보고 싶은 생각도 들고, 친구들과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싶은 생각도 듭니다. 


 다만, 지금은 상황이 좋지는 않지요. 포스팅을 시작하며 내심 마무리지을 때쯤이면 상황이 나아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아직은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합니다. 외교부 홈페이지를 찾아보니 별도 여행 제한 국가로 지정하고 있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만 러시아 철도청 등 다양한 시스템의 제공이 중지되어 있는 상태기에 자유롭게 여행하기에는 좋지 않을 것 같습니다. 모쪼록 평화로운 상황이 되어 모두가 즐거운 러시아 여행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미국 어학연수 시절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친구들과 함께 학교 식당에서 웃고 떠들었던 시간을 추억하며 2월의 러시아 여행기, 마무리 짓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저와 함께 여행해 주신 독자 여러분들 감사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여행] 2월의 러시아 여행, 15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