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쓰는 수학 일기]

by 횸흄

내포중학교 수학 동아리 학생들과 지도 교사 두 명이 인터넷 공유문서에 쓴 일기를 모은 책이다. 일기는 5월에 시작되어 다음 해 1월에 끝이 난다. 해는 나와있지 않지만 올해 출간되었고 코로나 이야기가 있지만 그래도 활동에 제약이 크게 없는 것으로 보아 작년에 쓰여진 글들이 아닐까 추측한다. 멀어도 2021년일 것이다. 그런데 수학 동아리의 일기가 과연 재미있을까?


어쩌다 들른 교보문고에서 이 책을 발견했다. 큰 서점에 가면 일기출판물들을 찾아서 보곤 하는데 그날은 이 책이 딱 눈에 들어왔다. 물론 사람들 드나드는 비싼 매대에 비치되어 있지 않으므로 그런 식으로 눈에 들어왔다는 말은 아니다. 과학 서가를 살피던 중이었나 에세이 서가를 살피던 중이었나 아무튼 꽂혀 있는 이 책을 발견하곤 '나도 아이들과 이런 일기를 남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마음으로 펼쳐보았다. 내 자식과 단둘이도 함께는 쓰기가 내맘 같지 않은 게 일기던데 학생들과 이 정도 두께로 썼다니 궁금했다.


5월부터 시작된 일기에는 교육자로서의 고민, 수학 동아리 부원으로서의 보람과 재미 또는 투정, 사춘기 아이로서의 일상이 담겨 있었다. 선생님들 글도 글이지만 역시 아이들 글이 더 빛난다. 나와 아들이 썼던 일기에도 내 분량이 훨씬 많았지만 허술한 아들 녀석의 일기가 더 빛났듯이 말이다. 자리가 글을 만든 게 아닐까 싶기도 한다. 아무리 공유 문서라지만 선생님은 가르치는 사람이라는 직함을 벗어나긴 어려운 법 아니겠는가! 그나마 전은경 선생님의 아들로 추정되는 김주언 군의 일기에서만 선생님도 엄마라는 사실이 드러날 뿐이다.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투덜투덜대는 주언이의 입장이 너무 공감이 많이 되었다. 중학생인데 엄마랑 같은 학교에 다니다니 고생이 많구나...


수학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의 고민을 읽으며 나 역시 깊은 고민에 빠졌다. 책을 많이 읽히고 싶은데 활동을 계획하고 실행하기엔 시간도 몸도 부족하다. 최근 독서 교육에만 관심을 갖느라 수학에는 또 소홀했던 경향이 있는데 수학도 재밌게 가르치자면 재밌을 수 있는 과목인데 너무 셈하고 정답을 찾는 데에만 매몰되어 있었던 것 같다. 그게 제일 쉬운 길이라서 그랬던 것일지도 모른다. 책을 읽으며 내가 해 볼 수 있는 활동들과 우리 반 아이들을 떠올렸다. 일단 지오밴드를 이용한 세팍타크로 공을 만들어보고 싶다. 그리고 의자쌓기 신기록 코너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우선적으로 의자쌓기 블럭을 구입해서 방과후에 아이들과 해보니 좋아한다. 저렴한 비용에 효율적인 활동이 될 것 같다. 기록측정칸을 만들어둬야하는데 학기말이라 또 자꾸 잊는다. 자극이 들어올 땐 아이디어도 샘솟는데 자극이 빠져나가면 해야할 일도 잊어 유야무야되는 일이 많다. 가르치는 사람도 이럴진대 아이들이라고 별 수 있을까? 그저 좋은 자극을 자주 주는 수밖에.


수학 동아리 부원 아이들은 하나같이 참 차분했다. 수학이라는 과목이 다른 과목을 못하는 아이가 잘하는 경우는 드물고 아무래도 모범생이라는 울타리 안에 있는 아이들이다보니 행동도 글도 어른 못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읽는 마음이 흐뭇하기도 했지만 학년에 뛰어난 학생들만이 이런 일기를 함께 쓸 수 있다는 점은 뭔가 아쉬웠다. 우리반 독후감대회에도 22명 중 8명은 포기하고 참가하지 못했는데 그런 적이 처음이라 요즘엔 비록 그 방향이 좋은 방향일지라도 한 방향으로 끌고 간다는 게 어쩌면 폭력일지도 몰라 그냥 두었다. 그래도 상품은 공유했다. 우리는 팀이니까! 자발적으로 수학동아리에 들어온 아이들의 글이기에 이렇게 알차구나! 우리 아이들도 어딘가에 자발적으로 발을 담근다면 이렇게 알찬 글과 행동을 담을 수 있을 텐데, 그 공간이 학교만이 답은 아니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아이들과 일기를 공유하고 책으로 엮었다는 사실은 무척 부럽다. 아이들이 아니라 선생님들이 복이 많은 분들이다는 생각이 든다. 그나저나 세팍타크로 공을 만들고 나면 대혼란이 생길 텐데 그게 너무 눈에 보여서 갑자기 망설여진다. 이 책은 망설이지 말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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