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백에 대한 대화편 첫번
딸램: 엄마 좀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안돼?
엄마: 내가 좀 탁월하긴 하지.
딸램: 아니 그게 아니구, 명품 가방 좀 가지고 싶다는 게 뭐 그렇게 기겁할 일이냐구. 내 친구들이나 친구엄마들도 몇 개씩은 가지고 있는 건데.
엄마: 남이 가지고 있다고 해서 나도 가지고 싶어 하면, 그건 결국 내가 가지고 싶은 게 아니야. 너한테 가지고 싶게 만드는 어떤 힘에 놀아나는 거라구.
딸램: 세상에 남이 가지고 있지 않은 게 어디 있어? 다 손으로 만들 것도 아니구.
엄마: 분위기에 휩쓸려서 자신의 경제력과 상관없는 욕심을 부리니까 하는 말이지.
딸램: 두고 봐. 난 그런 경제력이 있는 사람이 되고야 말 거야.
엄마: 그래라. 그런데 그깟 가방 때문에 경제력이 필요하다면 너무 슬프지 않니? 가방을 사기 위해 죽어라 일해야 한다는 거 아냐? 난 3만 원짜리도 예쁘고 내 맘에 들면 된다고 생각해. 적어도 물건 때문에 휘둘리는 삶은 살지 않아야지.
딸램: 명품 가방을 가지기 위해서 노력하고 그걸 사서 자기 것으로 만들었을 때의 기쁨도 있잖아. 인생에서 그런 소소한 기쁨을 누리고 살수도 있는 거지.
엄마: 그건 아주 잠시일걸? 결국 다른 걸 또 가지고 싶어 하게 마련이야. 물질에 집착하다 보면 나중에는 더 큰 욕망과 마주하기 마련이니까.
딸램: 엄마는 왜 나를 낳았어?
엄마: 뭔 말이야?
딸램: 이런 명품 딸을 낳기엔 자신의 능력이 좀 모자라다고 생각하지 않아? 그리고 엄마는 왜 명품 하나에 만족을 못 하고 저 녀석을 하나 더 낳은 거야?
딸램: 빌려서 들고 나갈 가방이 하나도 없네. 다른 애들은 엄마 가방을 잘도 훔쳐서 들고나오던데….
엄마: 아무도 훔치지 못할 명품 엄마가 있으니 얼마나 다행이니?
딸램: 그럴싸한 착장이 필요할 때도 있단 말이야. 오늘은 좀 특별해 보일 필요가 있어.
엄마: 명품을 들어야 명품으로 인정받는 것은 가짜야. 그런 사람은 가방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잖아. 돈으로 휘감지 않아도 사람 자체가 명품이면 에코백을 들어도 멋진 법이야. 분리 불가능한 진짜 명품이 되렴.
딸램: 나는 아직 명품이 되지 못했고, 스스로 명품이라고 주장하는 엄마는 메고 나갈 수가 없잖아.
엄마: 내가 필요해? 동행해줄까?
딸램: 그나마 나니까 고개 끄덕여 주는 거지. 현실은 에코백만 못하다는 거 알고 있지?
엄마: 나에게는 필요한 만큼의 자존감이 있어. 정말 다행이지 않니?
딸램: 명품 엄마라는 말보다 훨씬 설득력이 있어. 자존감 정도는… 동의해줄게.
엄마: 흥, 명품으로 인정받고야 말겠어.
딸램: 아무리 생각해봐도 가방 하나 사는 게 쉽지 않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