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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추

by 개울건너

겨울에 난로에서 나무를 태운 재를 뿌려줬더니 부추가 실하게 자라 아침 바람에 너울댄다.


남편이 가위를 가지고 나가서 부추를 잘랐다.


나는 농막에서 넓은 사각 탁자에 비닐 커버를 깔아놓고 그를 기다렸다.

그가 들어와 바구니 안에 든 부추를 그 위에 쏟았다.



우리는 부추를 다듬었다. 부추 끝에 있을법도 한 떡잎이 하나도 없어 다듬기가 수월하다고 내가 말했다.



이제 이백 그램씩 계량할 차례다.



일단 한 줌을 집어 저울 위에 놓고 정확한 계량을 위해 저울 침이 200에 닿도록 한 가닥 한 가닥 더 올리며 머리를 옆으로 해 저울 침을 보았다.



"하이고, 부추 팔아 부자되겄다! 이백 그램이라고 딱 이백 그램만 올리냐? 넉넉히 좀 올리지." 남편이 말했다.


그와 사십 년을 함께 살았다.

돌아보면 그의 생각이 대부분 옳았다.


"그럴까?"


나는 부추를 조금 더 올려 250에 맞췄다.




포장한 부추 열세 봉지를 담은 바구니를 들고 로컬푸드 매장으로 갔다.


키오스크 화면 '중량' 란에 '200그램'으로 표시했다.


값은 다른 농부들이 낸 가격보다 100원 싸게 할까? 내가 물었다.


매장을 돌아 다른 농부들이 낸 부추 가격을 살피고 온 남편이 말했다.

오늘은 다들 1800원에 냈다고, 우리도 그렇게 하자고 했다. 더 싸게 내면 다른 텃밭 농부들에게 피해를 주는 거라고.


"그럴까?"


1800원으로 찍고 가격표를 13장 뽑았다.


나는 가격표를 떼어주고 그는 받아서 포장지에 붙였다.


매장으로 가서 매대에 진열했다.




저녁 7시 3분에


<웹 발신>

로컬푸드 매출,

부추 13개, 판매금액 23,400원

완판 문자를 받았다.


그의 생각이 옳았다.


이렇게 하면 모종과 씨앗 값 건지고도 남겠다.


부추 팔아서 부자가 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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