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 싶던 어느 날, 아이가 날 바라봤다》

— 그때부터 나의 시간이 시작됐다

by 담이

죽고 싶던 어느 날, 아이가 날 바라봤다


결혼 후 6개월 만에 남편이 술집 여자들과 어울린다는 걸 알았다.

그만두고 싶었다. 너무도 당연하게.

하지만 그는 말했다.

“3년만 기다려줘. 돈을 벌려고 만나는 거야. 아무 감정 없어.”


그 말을 믿었다기보다…

그 말을 붙잡을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매일 싸우고, 매일 울었고, 가슴은 늘 답답했다.

소주 반 병을 마셔야 겨우 잠들 수 있었고,

그렇게 무너지는 나를 안고 심리치료센터로 갔다.

그곳에서 받은 건 해결책이 아닌

더 센 수면제, 진정제, 근육이완제였다.

죽고 싶은 나를, 그냥 재우려 했던 걸까.


그 사람은 집에 거의 들어오지 않았고,

나는 가족도, 친구도 못 만나게 한 그 사람의 말에 갇혀

어두운 집 안에 나를 가뒀다.

그렇게 미쳐가던 어느 날,

원치 않던 임신 소식을 들었다.

정신과 약을 끊은 지 겨우 4개월…

“괜찮다”는 의사의 말이 미심쩍었지만

나는 믿고 싶었다.


그런데 아이의 심장이 이상하다는 말을 들었고,

큰 병원에서는 폐동맥 판막 협착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내가 먹은 약 때문이었나…

미안했다.

너무 미안했다.


아이의 심장은 생후 12개월에 수술대 위에 올랐다.

심장을 꺼내는 수술.

말 그대로 생사를 오가는 순간.


그때도, 우리는 말 한마디 없었다.

그 사람은 여전히 여자들과 놀았고,

조리원에 있는 나를 새벽까지 외면했다.

그리고 그 후, 그의 인생은 터졌다.

불법적인 일들이 들통나고, 사람들은 흩어졌고

그는 끝방에서 게임 속으로 숨어버렸다.


나는 모든 걸 포기하고

아이에게만 집중했다.


그 아이가 다섯 살이 되던 어느 날

그가 말했다.

“잘해볼게.”


나는 웃음이 났다.

비웃음이었다.

‘미친 새끼…’

진심이었다.


나는 내 감정, 내 상처, 내 인생에 대해

단 한 번도 이해받은 적이 없었다.

그 사람의 언어는 폭력이었고

그의 표정도, 목소리도, 발소리도

무서웠다.


그리고 그때,

그럼 안 되는 거지만…

한 사람이 다가왔다.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내 마음에 따뜻하게 손을 얹어주는 사람.

내가 차갑게 밀어내도

끝까지 나를 이해하려 애쓰는 사람.


“네가 뭐가 아쉬워서 나 같은 사람을 만나니”

내가 그렇게 물어도

그는 대답했다.

“넌 그냥 너로 괜찮은 사람이야.”


사랑은 죄였고,

위로는 금기였지만

그 사람의 마음은

내가 오래 잃어버렸던 나를 기억나게 해줬다.


지금 나는,

작은 방 안에서 컴퓨터와 책,

그리고 쓰는 글 몇 편과 함께 살아간다.


어제 남편에게 외박이 들켰다.

하지만 내 심장은 고요했다.

심지어… 안도했다.

‘이제 나를 놓아줄지도 모른다.’

그 순간,

처음으로 진심으로 살고 싶다고 느꼈다.


나는 이제,

누구의 아내로도,

누구의 소유로도 살고 싶지 않다.


나는, 나로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