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할 수 없었다..

하늘을 선택한 이유

by 주쌤

군대. 남자라면 누구도 피할 수 없는 단어다. 나 역시 그 시간을 피해갈 수 없었다.


솔직히 말하면, 군대 이야기는 항상 막연하게만 느껴졌다. “언젠가 가야겠지”라는 생각은 있었지만, 그 ‘언젠가’가 정말로 현실로 다가올 줄은 몰랐다. 주변 친구들이 하나둘씩 입대를 하고, 누군가는 훈련소 사진을 보내고, 또 누군가는 휴가 나왔다며 치킨을 뜯는 걸 보면서도, 나는 아직도 멀게만 느꼈다.


하지만 결국 나에게도 그날이 찾아왔다. ‘나도 이제 입대 준비를 해야 하는구나.’


그 순간 나는 고민했다.

어차피 가야 한다면, 그냥 아무 데나 가는 게 맞을까?

아니면 조금이라도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내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까?


내가 내린 답은 후자였다.


그래서 선택한 곳이 바로 공군이다.



솔직히 처음부터 공군이 내 꿈이었던 건 아니다. 전투기를 타고 싶다거나, 파일럿을 동경했다거나 하는 멋진 이야기를 기대했다면 미안하다. 사실은 훨씬 단순했다.


어릴 적부터 나는 하늘을 좋아했다. 파란 하늘을 가만히 올려다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해졌고, 구름 사이로 흘러가는 햇빛을 보는 게 좋았다. 그렇게 보면 ‘하늘과 조금이라도 가까워질 수 있는 곳’이 공군이었고, 그게 나의 결정적인 이유였다.


물론 주변의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야, 공군은 훈련 길잖아. 괜히 고생하는 거 아냐?”

“편하게 18개월 하고 나오면 되는 거지, 왜 굳이?”


하지만 이상하게도 내 마음은 계속 하늘 쪽으로 기울었다. 피할 수 없는 시간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시간을 아무 의미 없이 흘려보내고 싶진 않았다. 적어도 내 선택에는 이유가 있길 바랐다.



그리고 입대를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실은 역시 생각과 달랐다.

하늘은 멀리 있었고, 나는 여전히 땅바닥에 뿌리 내린 채 구보를 하고 있었다.

훈련은 길었고, 낯선 환경에서 하루하루 버티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달라졌다.

처음엔 ‘버틴다’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내가 뭘 배우고 있지?’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동기들과 함께 뛰며 땀 흘리는 순간, 작은 농담 하나로 다 같이 웃음 터뜨리는 순간, 그리고 스스로도 몰랐던 끈기를 발견하는 순간들.

그런 경험들이 쌓이면서 나는 확실히 조금은 더 단단해지고 있었다.



군대는 피할 수 없는 길이다.

하지만 어떻게 보낼지는 분명 내 선택이었다.


나는 하늘을 선택했다.

그 덕분에 ‘군대=억지로 버티는 시간’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택한 시간’이 될 수 있었다.


아직 갈 길은 멀고, 때로는 지루하거나 힘들 때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만큼은 확실히 말할 수 있다.

내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피할 수 없었다.

그러니까 나는, 조금 더 멋지게 피하지 않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