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박 3일의 자유, 그리고 다시 시작

짧지만 오래 남는 시간

by 주쌤

훈련소 수료식을 마친 그날,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2박 3일의 휴가가 주어졌다.

그 순간의 설렘은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려웠다. 한 달 동안 매일 반복되는 규율 속에서 살아오다 보니, ‘자유롭게 걸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벅찼다.



진주에서 서울까지


나는 공군이라 훈련소가 진주에 있었다. 문제는, 우리 집은 서울이라는 것. 수료식이 끝난 뒤 곧장 이동을 시작했는데, 서울에 도착했을 땐 이미 저녁이 훌쩍 넘어 있었다. 버스와 기차를 오가며 달려온 길이 길고도 지쳤지만,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가볍기만 했다.


그날 밤은 부모님과 함께했다. 오랜만에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따뜻한 밥을 먹고,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훈련소에서는 짧은 전화 외에는 목소리조차 제대로 들을 수 없었기에, 마주 앉아 눈을 보며 대화하는 순간이 새삼 소중하게 느껴졌다. 부모님의 눈빛 속에는 걱정과 안도, 그리고 자랑스러움이 섞여 있었다. 그 모든 감정을 느끼며, ‘아, 내가 정말 집에 돌아왔구나’ 하는 실감이 났다.



둘째 날, 소소하지만 특별한 하루


둘째 날은 여자친구와 함께 보냈다. 특별히 어디를 가거나, 대단한 걸 하진 않았다. 그저 함께 걷고, 맛있는 걸 먹고, 대화를 나누었다.

하지만 그 평범한 하루가 내겐 너무 특별했다.


훈련소에서는 나 스스로 하고 싶은 걸 고를 수 있는 시간이 거의 없었다. 언제 자고, 언제 일어나고, 언제 밥을 먹는지조차 정해져 있었다. 모든 게 정해져 있는 하루를 반복하다 보니, 자율성이란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절실히 깨달았다.


그런 나에게 여자친구와 함께한 하루는 작은 해방과도 같았다. 하고 싶었던 얘기를 마음껏 하고, 걷고 싶은 길을 함께 걸으며 웃었던 그 순간들이 정말 속을 시원하게 했다. 아무것도 거창하지 않았지만,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충만했다.



마지막 날의 아쉬움


셋째 날은 부모님과 여자친구, 모두 함께 모였다. 서울역 근처의 카페에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군 생활을 앞두고 다시 진주로 내려가야 한다는 사실이 아쉽긴 했지만, 이렇게 소중한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든든했다.


카페를 나와 기차에 오르기 전, 부모님은 끝까지 내 손을 꼭 잡아 주셨다. 여자친구는 내 옆자리에 앉아 함께 진주까지 내려가 주었다. 마지막으로 진주에서 함께 저녁을 먹고, 나는 다시 특기학교로 향했다. 아쉬움은 남았지만, 동시에 그 2박 3일이 있었기에 다시 시작할 힘을 얻을 수 있었다.



짧지만 오래 남는 시간


돌이켜보면 2박 3일은 정말 짧은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 짧은 시간 속에 내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이 모두 있었다. 부모님과의 따뜻한 대화, 여자친구와의 소소한 하루, 가족과 연인이 함께 모인 마지막 순간까지.


군대라는 낯선 환경 속에서 잠시 벗어나 숨을 고를 수 있었던 그 시간이 있었기에, 나는 다시 이어질 군 생활을 조금은 더 단단한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2박 3일의 자유는 짧았지만, 그 안에서 느낀 따뜻함과 위로는 오래 남을 것이다. 그리고 그 기억은 내가 앞으로 또다시 맞이할 힘든 시간을 견디게 해 줄 소중한 원동력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