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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문 글지기 Mar 17. 2024

꽃샘추위 시샘해도 봄은 온다

영춘화 피고 봄단장 중인 홍제천을 걸으며

며칠 전 지인들과 모임에서 재미있는 말을 들었다. 부모와 자식 간 불협화음이 생기는 이유 중의 하나가 이것이란다. 부모는 후진국에서 태어났으나 선진국이 된 나라에서 살고 있고, 자식들은 선진국에서 태어나 자랐다고 지금도 살고 있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같을 수 없다. 부모 세대는 풍요로운 세상을 살면서도 그 세상을 즐길 줄 모른다. 토요일이 휴일로 지정된 지 이제 20년 되었다. 매주가 연휴이다. 일주일에 이틀이나 쉬는데 또 연차를 합하여 3일을 쉴 필요가 있는가. 이것이 내 생각이다. 연차가 남아도 딱히 사용할 계획이 없다.

      

아들은 다르다. 목요일에 모아서 할 수만 있다면 마무리하고 3일을 쉬려고 한다. 계획도 잘 세운다. 늦잠도 즐기다가, 동호회 운동 약속이 잡히는 날이면 새벽부터 준비하고 나간다. 부모를 위해서 평상시 맛보기 어려운 음식을 주문해 주기도 하지만 혼자서도 즐길 거리가 많다. 부럽기도 하다.

      

이렇게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고 생활하는 우선순위가 다르니 휴일이 되어도 좀처럼 함께하는 시간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 현재를 바라보는 시각도 다르고, 미래를 준비하는 방식도 다르니 대화를 이어가기도 쉽지 않고, 한집에 살면서도 긴 대화가 어렵다. 이것을 나고 자란 환경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을 듯하고, 다른 답도 찾아보아야겠다. 



    

이발소에 들러 머리를 손질하고, 가벼운 기분으로 홍제천을 걸었다. 하천에 들어서면서 홍제폭포가 가장 먼저 보였다. 폭포의 얼음은 이제 완전히 녹아서 사라졌고, 부근의 빛깔은 연둣빛이 완연했다. 다음에 눈에 띈 것이 천변에 있는 샛노란 빛의 영춘화였다.

      

영춘화의 가느다랗고 길게 늘어진 가지마다 철 이른 노란 꽃이 가득했다. 개나리가 시작되기 전에 먼저 보이는 노란 꽃이다. 동네에 있는 산수유도 노란빛을 더해가는데 개울 소리와 어울려 봄이 오는 것을 온몸으로 보여준다. 바람이라도 불면, 여린 가지들이 조용히 흔들린다.

      

요즘 홍제천에는 자연 친화적으로 하천을 정화하여 맑은 물을 유지하기 위하여 공사가 진행 중이다. 주요 공사는 끝난 듯하고, 마무리 작업이 남았는지 자재들이 중간중간에 쌓여있다. 휴일에는 공사가 없어서 소음이 없고, 도로 통제가 없어서 다행이다.

      

그래도 공사 때문이지 물이 흐리고, 작년보다 돌에 이끼가 많은 것이 느껴진다. 그 때문인지 한참을 걸어도 청둥오리를 한 마리도 보지 못했다. 잉어가 없는 것은 아직 겨울잠에서 깨지 않은 탓인지, 바뀐 수질과 환경 때문인지 알지 못한다. 

    

그래도 봄단장을 하는 것을 보면서, 한쪽에서 계절을 잊지 않고 제 모습을 살포시 보여주는 영춘화를 보면서 봄이 오는 것을 느낀다. 수량이 많아진 홍제천의 물소리도 제법 요란한데 지나는 사람들의 복장은 아직 겨울을 벗지 못했다. 가끔 건강 달리기를 즐기는 사람들의 가벼운 옷차림이 봄을 재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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