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운전 에피소드
남편이 해외 출장을 가는 날
정말 오랜만에 새벽녁에 일어났다.
아침 7시에 공항버스를 타는 역에 태워달라는 부탁을 한 것이다.
운전을 본격적으로 한지가 약 3개월 정도 되었나?
나에게 처음 하는 이러한 부탁이 꽤 기분이 좋았다.
이제 나의 운전실력을 믿는 거야?
그리고, 새벽 알람에 한 번에 눈이 번쩍 뜨이는 것이
알게 모르게 책임감까지 부과되었다.
가야 하는 장소는 3kg 내외에 이 유난을 떤다.
하지만 평소에 많이 가본 곳이 아니라서 긴장도 된다.
남편은 운전을 잘하는 편이고, 예전에 같이 운전연습을 하다가
보통이 그렇듯 감정이 상하거나 주눅이 들거나 하는 걸 느끼고는
그 이후로 나는 운전대를 잡을 일이 없었다.
하지만 어떠한 계기와 상황이 맞아떨어져서 운전을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현실이 다가와서는 다시금 10시간의 운전연수를
외부강사님께 받았다. 남편과 연습하는 건 서로가 원하지 않은 것임을
말을 굳이 하지 않아도 100%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운전연수를 받고, 비장한 각오를 하고
거리를 나가기 시작했다. 연수의 마지막 날은
비가 많이 오는 날, 용인에서 과천까지 고속도로를 탔었기에
무서운 것이 없었다(?)
그렇게 혼자 다닌 지 3개월, 여전히 미숙하고
운전하며 스스로가 어이가 없고 섬뜩한 일들이 있었지만
그것들에 대해 시시콜콜 남편하고 나누지 않았다.
내 기준 나는 운전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된 것이 기뻤고
이제는 차 없이는 안될 거 같은 마음도 조금씩 스며들고 있기 때문에
초치는 일은 하지 않겠다!라는 생각.
예를 들면 우리 아파트 입구에 들어갈 때 반대방향으로 들어가려다가
미쳤다며 다시 핸들을 꺾은 일이라던지,
쇼핑몰에서 앞에 차가 오르막길에서 요금을 내고 있는데,
뒤에서 기다리며 오르막길에서 내려갈 것 같은 강박에
엑셀을 뗐다가 댔다가를 반복했던 일 등등(뒤에 차는 없었습니다.
요건 며칠 뒤 슬그머니 물어봤지.
-오르막길에서 정지하고 싶으면 어떻게 해야 해?
-브레이크 밝고 있으면 되지.
-아~~(이때는 정말 내가 이해가 안 되었다.)
역시나 남편을 태운다고 생각하니
긴장도가 높아지고, 내비게이션이 귀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실수하고 싶지 않은 마음 가득인데
결국 급 브레이크 한 번을 밟는 걸로
나의 운전실력을 그 하나로 다 판단하게끔 만들어 버린 거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는 개의치 않아 보이지만
한편으로 나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는 것.
여유 있는 표정으로
남편~~ 조심해서 잘 다녀와~를 외치고 싶었지만
뒷좌석에 둔 트렁크를 꺼내려는데 문이 안 열려서
창문을 두들기는 남편에게 소리를 친다.
-문 여는 방법을 몰라!!
남편은 다시 앞 좌석 문을 열고, 뒷문 여는 버튼을 알려주었다.
트렁크를 꺼내는 모습을 확인한 동시에
나는 내비게이션에 우리 집 주소를 찾아보고 있었다.
잠깐 주차한 도로에서 황급히 가야 한다는 생각에.
멋있는 인사를 못해준 게 이내 마음이 쓰인다.
이런 데서 본능적 행동이 나와버린다.
내가 생각하는 마음이 여유로운 사람들은
뭔가 다르게 행동했을 거 같은데.. 어떻게 했을까?
-
그렇게 아침 7시 공기를 마시고
배웅을 하고 집에 돌아오니
그래도 무사하게 집에 들어온 것이 어찌나 감사한지.
그리고, 새벽녘에 이렇게 움직이는 사람이 많은데
나는 자고 있었네 라는 생각이 이내 들어버린다.
그냥 편하게 생각하면 될 텐데
나 자신을 닥달하는 데는 일가견이 있다.
결국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지 라는 결심을 하고 말았다.
지킬 수 있어?
몇 시에 일어날 건데?
몇 시에 잘 건데?
거창하게 뭔가 하려고 하지 마.
그냥 그럼 일어나기만 해
그것만 꾸준히 해보라고 해
아침운전에 몸을 따뜻하게 녹여줄
누룽지를 챙겨먹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