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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유니 Apr 29. 2022

2018년 5월의 일기(중 일부)

사유할 시간이 더 많았던 그 때 무슨 생각을 했냐면!

2018.5.9

나는 고등학교 때 가장 친했던 친구와 둘만 다른 공간으로 떠나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했다.

(세상과 격리되었다는 느낌이 드는 곳- 야자를 더 이상 하지 않는 3학년들이 빠져나간 건물, 독서실 책상, 학교 뒷편의 불 지피던 곳, 종이 창고, 면학실)

그 아이는 친절하지는 않았지만 내가 풀려고 고민하던 매듭을 잘라 주는 애였다.


나는 내 고민거리를 남에게 잘 털어놓는 편이 아니었다.

특히 사건이 아니라 사고에서 기반한 고민이라면 더더욱!

 그 애는 내가 고민을 할 때에

크리스마스 트리를 그리라고 하거나,

(생뚱맞게도) 자기가 좋아하는 노래의 구절을 같이 따라 불러보자고 하거나

비탈길을 함께 오르자고 했다.

그렇게 우울한 생각에 집중을 하지 못하도록 만들었는데,

지금 와서 보니 항우울제의 역할이 딱 그런 거라고 하더라고!



2018.5.10

아직도 이정표가 없다. 지금은 자신감과 방향성을 잃었다.

옛날이 그리워서 학교에 다니는 꿈을 꿨는데 그리움을 멈출 수가 없다.

국어 수업이 그립다. 다시 그 때로 돌아간다면 그 시간들을 온몸으로 사랑할 텐데.

짜증난다. 미래의 내겐 지금 이 순간도 소중할 텐데 지금을 과거를 좇는 데 쓰고 있다니.

약하고 싶지 않은데 약할 수밖에 없다.

없다는 말도 쓰기 싫은데 쓸 수밖에 없다.

생각이 밀려들어오는 속도가 너무 빨라서 펜이 따라갈 수가 없다. 그래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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