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담임을 맡았던 아이의 이야기
'선생님~ 언제 한번 학교에 놀러 오세요.'
' OO이 기억하시죠? 학교 잘 다니고 있어요. OO이 만나면 샘 얘기해요~'
오랜만에 전에 기간제 교사 생활을 했던 학교의 부장님과 안부문자를 주고받고 있었다.
그런데 예상하지 못한 이름을 부장님을 통해 듣게 되었다.
그 아이는 2023년 내가 담임을 맡았던 아이다.
원래대로라면 지금 20살로 고등학교를 졸업해서 사회로 나가있어야 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부장님과 퇴근 후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다.
'선생님, OO 이한테 저 오늘 간다고 전해주세요!'
번호가 자주 바뀌던 아이라 현재 그 아이의 번호가 없었다.
'오늘 수업은 3시 40분에 끝나는데, 기다리라 할까요?'
만나기로 한 시간이 5시 30분이었기 때문에 나 때문에 2시간 기다리라고 말하기가 조심스러웠다.
'일찍 끝나네요! 음.. 오래 기다려야 해서 OO 이한테 선택권을 주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냥 간다고만 전해주세요~!'
그리고 잠시 후 부장님께서는 그 아이의 번호와 함께
집에 갔다가 나를 보러 다시 온다고 했다는 아이의 말을 전해주셨다.
집에서 학교까지 거리가 왕복 1시간 이상이었던 것을 알았기에
아이를 번거롭게 하고 싶지 않아
나는 부장님을 만나기 전 미리 그 학생과 만나기로 약속을 변경했다.
"OO아~! 잘 지냈니~~ 오랜만이당! 이따 4시 10분쯤 만나서 스벅갈래~?
선생님 보기로 한 시간이 5시 반이라서 그전에 봐도 될 거 같아서~!"
"네, 시간 맞춰서 갈게요."
그리고 약속한 시간에 아이를 봤을 때, 분명히 무슨 일이 있었음이 느껴졌다.
하지만, 만나자마자 무슨 일 있었냐고 성급하게 묻기에는 아이도 부담스러워할 것 같아서
내색을 하지 않았다.
그저 일상적인 이야기로 말문을 열었다.
'요즘 학교생활 하는 건 어때?' '후배들이랑 같이 지내는 건 어렵지 않아?'
나의 물음에 늘 그렇듯 그럭저럭 모든 것이 괜찮다는 아이의 답이 돌아왔다.
2023년,
사실 이 학생은 내가 담임을 맡을 당시 나의 아픈 손가락이었다.
흡연, 가출, 무단결석, 사이버도박, 오토바이 등등 일탈행동을 일삼던 아이였다.
오토바이는 합법적으로 면허를 취득한 것이었지만,
헬멧을 쓰지 않고 신호를 지키지 않는 위험천만한 운전이라서 일탈행동에 더 가까웠다.
이전의 '나'라면 그런 부류의 아이들을 혐오했다.
하지만, 담임교사로서 나는 그 아이의 환경적 배경을 이해하게 되었다.
중학교 때까지 성적도 우수하고 성실하고 바른 모범생이었던 아이는 부모님의 이혼으로
아버지의 손에 삼 형제가 자라는 한부모가정이 되면서 일탈행동을 보였다고 했다.
그 상황적 배경이 너무 안타까웠고,
아이를 지도할 때마다 깊은 이야기를 할 때,
그 아이의 내면이 나쁘지 않다는 것이 느껴져서 더 마음이 아팠다.
선생님이 말을 한다고 쉽게 듣는 고등학생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만날 때마다 "오늘은 헬멧 꼭 써야 해." "오늘은 신호 꼭 지켜!"라는 말로 인사말을 대신했다.
그러면 그 학생은 "에이, 선생님 안 다치는 저만의 방법이 다 있어요~"라며 능글맞게 말했다.
청소년기의 특성인 개인적 우화가 잘 드러나는 대답이었다.
개인적 우화 : 자신은 특별한 존재이며 절대 죽지 않는다는 믿음.
하지만 병원에서 일하며 수많은 오토바이 사고들을 직간접적으로 봐왔기 때문에
그런 위험 속에서 해맑은 아이가 걱정되기만 했다.
나는 한 학기 동안 그렇게 그 아이에게 신경을 많이 쏟았지만,
2학기에는 나의 임용준비를 위해 일을 그만두게 되었다.
"OO아, 2학기에 선생님 없어도 학교 잘 나오고 건강하게 잘 지내야 해! 알겠지?"
그렇게 나는 마지막 인사를 하고 학교를 떠났다. 그리고 12월. 그 아이와 오랜만에 연락을 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