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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터 이스탄불 Oct 29. 2022

박원장이 일러주는 슬기로운 건강생활

16. 살며 사랑하며 사라지며

21세기는 17세기의 국지적인 과학혁명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대규모의 동시다발적 디지털 혁명이 일어나고 있는 시간대이다. 젊은 세대는 컴퓨터를 이용한 검색 능력이 노년 세대보다 월등하기에 이전 세대가 설파하는 인생의 논썰에 진지하게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그저 꼰대가 하는 잔소리라고 홀대한다. 그러나 정보의 홍수 속에는 진짜와 가짜, 명품과 싸구려가 마구 섞여 있어 삶의 연륜이 적은 디지털 혁명 세대의 호모사피엔스는 상당한 헤맴을 겪는다.


독점적인 왕권에 의해 세상이 다스려지던 중세시대에는 존귀한 신분의 소수자가 특권을 휘두르며신분제 사슬로 평민 호모사피엔스들의 능력을 묶어 놓고 정보를 독점하였다. 소수의 권력자들은 정보의 열람이 배제된 평민 호모사피엔스들을 종교와 관습으로 미혹시켜 자신들이 가진 정보가 새어 나가지 않도록 했다. 그래서 그들은 전설과 미신을 만들고 퍼뜨려 평민 호모사피엔스들을 미몽의 상태에 묶어 놓았다. 


그런데 신분제가 없어진 21세기에 어찌된 일인지 전설과 미신이 중세의 왕권시대보다 더 유행하는 것 같다. 디지털 키즈들이 열람하는 수많은 잘못된 정보는 과거의 어둠의 마법사의 주문과 같이 미혹시키고, 온라인을 도배하는 왜곡과 잘못된 해석은 근본주의식의 맹신을 강요한다. 디지털 낭인들이 신21세기형 전설과 미신을 유행시키는 중이다. 과거의 전체주의적 체계에서는 허락되지 않았던 비정상적 접근과 해석이 21세기에는 다양성의 이름으로 허용되기 때문이다. 우리 주변에는 다양성이라는 이름의 명찰을 달고 왜곡된 정보를 유통시키는 사익추구형 호모사피엔스도 많다.


그래서 필자는 우리 호모사피엔스들이 잘 걸리는 몇 가지 질환에 대한 설명과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간단한 운동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질병의 치료에 대한 호모사피엔스들의 은밀한 욕망에 충고를 하고 싶었다. ‘모든 병은 다 완치시켜야 하는가? 어디까지 치료해야 완치일까? 완치하고 나면 다시 행복한 옛날의 나로 돌아가는가?’


“완치가 되나요?” 환자가 항상 궁금해하며 묻는 질문이다. 태양아래 새것은 없다고 하지 않았는가? 슬그머니 모락거리는 불멸의 욕망일랑 접어야 한다. 숨을 쉬는 매순간 호모사피엔스는 미래로 나아갈 뿐 과거로 되돌아가지 않는다. 완치란 머언 과거로 돌아가 “젊은 나”가 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우리들 호모사피엔스는 태어나는 순간 죽음을 향해 돌진한다. 매 순간이 삶의 환희로 채워질지라도 태어나면 반드시 죽게 되어 있다. 우리는 유한의 운명을 타고 났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들 호모사피엔스는 나이가 들면 낡아가고 아파하다가 마지막엔 사라진다. 누구나 마음속에 품고 있는 낙원이 있다. 만족감과 평화로움을 느끼는 공간이다. 60대에겐 남루한 어머니가 따끈하게 끓여주던 된장국 밥상의 기억일 수 있고, 50대에겐 평생을 같이 살아가는 배우자의 마음담긴 손잡음일 수 있고, 40대에겐 일을 끝낸 후 자신의 결과물을 바라보며 느끼는 환희의 순간일 수도 있다. 그런 느낌을 한번이라도 느끼면 인생에서 낙원을 경험했으니 무엇이 더 필요할까?


여기 지구에서의 한차례 즐거운 소풍시간, 내가 할 수 있는 재미있는 일을 열심히 하다가 아파지면 때때로의 치료와 매일의 스스로 하는 운동으로 시간을 메꾸며 태연하게 풍화되어 가야 한다. 그리고 어느날 홀연히 호모사피엔스답게 슬기롭게 사라질 용기를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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