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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터 이스탄불 Oct 28. 2022

박원장이 일러주는 슬기로운 건강생활

1.  아는 것이 필요해!

공중에 흩뿌려진 산소를 들여 마시고 응집된 지각의 표면을 두발로 딛고 사는 우리들 호모사피엔스는 지구가 만들어 낸 생명체 중 가장 정교한 작품이다. 46억년 전의 원시 지구는 산소나 땅바닥이 없는 가스덩어리의 불덩어리 새내기였다. 그러나 끊임없는 방전과 융합의 물리화학 반응을 거치며 서서히 식어져서 어느덧 생명체가 살아가기에 적당한 온도를 가진 서식처가 되었다. 먼 미래의 어느 날, 우리의 별 지구는 더 이상의 복사 에너지를 방출하지 못하고 거대하고 차가운 백색 왜성이 되어 종말을 맞이할 것이다. 


지구의 걸작품인 인간, 척추동물문의 호모사피엔스도 지구가 걸어가는 역사와 비슷한 변화 과정을 겪으며 일생을 살아간다. 네발로 엉금엉금 기어 다니는 영유아기에는 굽힘과 젖힘이 원활한 유연체로 존재를 출발시키고, 호르몬이 솟구치는 청년기에는 부푼 근육과 사통팔달의 혈관을 가진 탄력체로 창달을 구가하고, 드문 숱의 백발을 지닌 노년기에는 굳어진 관절과 좁아진 척추간 간격을 가진 경직체로 수렴되어 어느 날 생을 마감할 것이다.


생로병사는 호모사피엔스 모두에게 설치된 시스템운영 (OS) 프로그램이다. 21세기에 살고 있는 호모사피엔스는 생명과학과 의술의 발전으로 이전 시대의 호모사피엔스보다 긴 시간의 삶을 영위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래서 생로병사 프로그램 후반기에 설치된 주요 앱인 질병이 동작될 시간도 길어졌다. 질병이라는 것, 그 녀석과 어떻게 싸우고 어느 정도 화해하고 얼마만큼 사이좋게 지내면 될까?


필자는 개업의로서 오랫동안 근골격계의 통증 환자들을 치료해 오면서, 환자들이 자신의 질병에 대한 원인과 예후를 친절하고 소상하게 설명해주기를 갈망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인터넷에 검색을 해보면 수많은 자료가 있는데, 어떤 것은 자신의 상태에 미치지 못하는 것 같고, 또 어떤 것은 지나치게 나가버린 것 같아 도대체 어떤 것이 자신에게 맞는 해답인지 알 수 없었다고 말하는 환자들과 수없이 마주쳐 왔다. 


그래서 나이가 들면 누구나 앓게 되는 관절의 질환에 대해서 이해가능한 설명을 하고 더불어 혼자서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건강 유지법을 알려야겠다 고 나름의 취기어린 결심을 했다. 일반인들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겠지만, 관절의 운동이 가능하다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관절을 구부리고 펴는 운동이 가능해야 숟가락과 젓가락을 사용하여 밥을 먹고, 단추구멍을 채워 옷을 입고, 화장실에 가서 앉았다 일어서며 대소변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세가지 동작은 가장 은밀하고,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척추동물의 동작인데, 자신의 의지가 명하는 대로 혼자의 힘으로 이 세가지 동작을 할 수 있어야 비로소 호모사피엔스의 품위를 지킬 수 있을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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