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순간마다, 나는 빛을 삼켰다

by 이은

프롤로그

지금의 나는 꽤 단단한 사람이다. 예전처럼 마음이 쉽게 흔들리지도 않고, 두려움에 허덕이며 하루를 버티지도 않는다. 하지만 이렇게 말할 수 있기까지는, 아주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한때는 작은 일에도 숨이 가빠지고, 이유 없이 눈물이 터지고, 스스로가 낯설 만큼 약해지는 순간들이 있었다. 왜 이렇게 흔들리는지 몰라서 더 힘들었고, 아무에게도 내색할 수 없어서 더 외로웠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그 모든 시간은 나를 단단하게 만들기 위한 과정이었다.

혼자 견디던 밤들, 조용히 무너져 울던 순간들, 흔들리던 마음을 억눌러가며 버티던 나.

그 모든 조각들이 모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이 글은 그 시간들에 대한 기록이다.


흔들리면서 배운 것

나는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 애쓰며, 예의 바르게, 정직하게 살아왔다고 생각했다.

하지 말아야 할 말은 삼키고, 남을 힘들게 하는 행동은 하지 않으려 노력했고, 내 기준에서 ‘올바름’이라 믿는 쪽에 서왔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혹시, 이렇게 정직하게 사는 내가 바보인가?”

한 치 앞의 이익만 챙기고도 부끄럽지 않은 사람들이 더 빨리 성공하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었다.

그들의 태도는 이해되지 않았지만, 그들처럼 살아야 이 사회에서 ‘승자’가 될 수 있는 건가 하는 허무한 마음도 들었다.

그때 엄마가 해주신 말씀이 다시 떠올랐다.

“인생은 순리대로 흘러. 쌓은 덕과 저지른 화는 결국 자기한테 돌아오게 돼. 그러니까 좋은 마음만 가지고 살아.”

아빠는 늘 말했다.

“좌절해도 다시 일어서라. 사람은 쓰러지지 않는 게 아니라,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는 거다.”

그 말들이 다시 나를 제자리에 돌려놓았다.

흔들리긴 했지만, 결국 나는 내가 옳다고 믿는 길로 가기로 했다.

흔들린다는 것은 잘못이 아닌, 결국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드는 과정인 셈이다.

나를 의심하던 날들조차도 결국,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고 있었다.

결국 나는 내가 옳다고 믿는 길로 가기로 했다.

어쩌면 단단함은 포기하지 않는 데서 자라는 것인지도 모른다.


혼자 견딘 시간

목표 없이 흘러가는 내 삶이 싫어서 붙잡은 도전이었다.

포기하고 싶던 날은 수도 없이 많았다.

“이것마저 내려놓으면, 나는 앞으로 무엇을 해낼 수 있을까.” 그 질문 하나로 버틴 날이 셀 수 없었다.

책상 앞에서 보낸 시간 동안 나는 한없이 유약했다.

불안에 눌려 숨이 막히던 밤도 있었고, 잔병치레로 병원을 들락거렸고, 허리 통증 때문에 제대로 걷지 못하던 날도 있었다.

기댈 곳도 없어 책상 모서리를 움켜쥔 채, 혼자 울음을 삼키던 순간도 많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기억들이 지금은 다 추억처럼 느껴진다.

그때는 도저히 견딜 수 없을 것만 같았는데, 지나고 보니 그 모든 순간이 나를 단단하게 빚어 놓고 있었다.

특히 힘들다는 말 한마디 꺼내지 않기 위해 끝까지 버티며 스스로를 붙잡던 그 시간이, 나를 한층 깊게 만들었다.

나는 왜 흔들렸는지, 무엇이 두려웠는지, 어떻게 해야 다시 일어설 수 있는지.

그 외롭고 긴 과정 속에서 나는 나를 들여다보고, 감정을 다루고, 나를 지키기 위한 작은 호흡들을 배웠다.

그때는 그저 버티려고 발버둥쳤지만, 돌아보면 모든 순간이 나를 키우고 있었다.

나약해 보이기 싫어서 애써 다잡던 마음들이, 사실은 나를 강하게 만들고 있었다.


내 마음과 가족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나는 내 마음을 제대로 마주할 수 있었다.

감정이 날 이기려 들 때 어떻게 스스로를 달래야 하는지,

막연한 불안과 두려움이 엄습할 때 어떻게 균형을 잡아야 하는지,

삶에서 무엇을 내려놓고 무엇을 잡아야 하는지.

그 모든 성찰은 외롭고 고된 시간 속에서 자연스럽게 쌓였다.

그리고 그 시간을 버티게 해준, 말하지 않아도 날 아는 가족이 있었다.

문득 방문을 열고 들어와 등을 쓰다듬던 엄마, 전화 너머로 내 상태를 확인하며 애쓰던 아빠, 장난처럼 걱정을 건네던 오빠.

그들의 사랑과 믿음은 내가 무너지지 않게 붙잡아주는 마지막 울타리였다.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사람이 버티는 힘은 결국, 사랑에서 나온다는 것을.

그 울타리가 있었기에 나는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성찰과 성장

나는 알게 되었다.

내가 버텨온 시간, 흔들렸던 날들, 울면서도 다시 책상 앞에 앉았던 그 모든 순간이 결국 나를 성장시키고 있었다는 것을.

삶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때로는 내가 믿었던 가치가 흔들릴 때도 있고, 나 자신을 의심하는 순간도 찾아온다.

하지만 그 시간을 지나야만 보게 되는 것들이 있다.

내 마음은 이전보다 훨씬 단단해졌고, 흔들림을 받아들이는 법도 배웠다.

불안은 여전히 있지만, 이제는 나를 쓰러뜨리지 못한다.

나는 흔들릴 수는 있어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스스로를 지켜낼 힘, 나를 믿는 힘이 생겼다.

버티고 버텨 얻어낸 결과는 결코 쉽게 얻은 것이 아니었고, 그래서 더 단단한 사람이 될 수 있었다.


에필로그

이 글이 누군가의 마음에 잠시 머물러 준다면 좋겠다.

내가 버티며 지나온 시간처럼, 누군가의 지금도 언젠가 단단해지는 과정일 수 있으니까.

불안했던 나, 흔들렸던 나, 그리고 결국 일어서온 나.

그 시간이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가 되기를.

당신의 마음에도 언젠가 단단함이 찾아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