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히나 Oct 30. 2022

의류학의 꽃이자 얼굴.

패션 디자인

    보편적으로 사람들이 많이 생각하는 의류학과의 대표 직업은 역시 뭐니 뭐니 해도 '패션 디자이너'이다. 내가 의류학을 전공한다고 했을 때마다 수없이 들어온 질문의 그 직업! 가장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의류학의 간판 역할을 해주는 패션 디자인은 의류학 계열의 학과를 지원하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입학 전 졸업 후의 자신의 진로로 막연히 점찍는 전공 분야일 것이다. 그리고 나 역시 다르지 않았다. 그런 내가 공부하면서 중요하다고 생각한 두 가지를 얘기해볼까 한다.


그림 실력이 좋으면 이득이지만 못 해도 괜찮아

    내가 갖고 있던 편견일지도 모르겠지만 패션 디자이너는 그림을 잘 그려야 하는 줄 알았다. 특히 인체를 잘 그려야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알게 된 것은, 그림 실력이 출중한 사람이 반드시 디자인을 잘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림을 그리는 능력은 어디까지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수단으로써 기능할 뿐, 그 이상의 역할을 수행하지는 않는다. 물론 그림을 잘 그리면, 머릿속에 구상하는 것을 잘 표현할 수 있고, 또 결과물이 그럴듯하게 보이는 효과는 있다. 하지만 100% 비실기로 뽑아 4년간 디자인 트레이닝을 받았던 내 동기들을 보면, 대부분 졸업할 때쯤엔 자기에게 가장 적합한 도구(색연필, 마커, 펜, 혹은 컴퓨터 기기 등등)로 자신만의 특징이 드러난 스타일의 그림체로 디자인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사실 디자인의 기초라고도 할 수 있는 '스타일화'는 아이템 및 의복을 어떻게 구성할 지에 대한 것을 전체적으로 보여주는 용도이다. 때문에 인체 비율도 비현실적이게 (8등신) 그리고 옷의 전체적인 실루엣과 디테일 요소 등을 위주로 표현한다. 그리고 추가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있다면 인체의 동작에 따라 흐르는 소재의 느낌(또는 문양) 표현 정도. 물론 이게 말로는 쉽게 표현하고 쉽게 들려도 막상 하려면 어렵긴 하다. 그렇지만 4년 내내 훈련하면 안 되는 건 없다. 손그림이 안되면 첨단 기술(컴퓨터)을 사용하면 되니까! (도구는 쓰라고 있는 것이다!)


영감(Inspiration)과 창의력(Creativity)이 중요해 

    사실 디자인은 생각보다 창의력을 많이 요하는 작업이다. 그리고 이건 약 12년간 주입식 교육을 성실히 받아온 대한민국의 일반계 학생들에게 예상외로 굉장히 어려울 수도 있는 부분이다. 실제로 내가 그랬다. 미대 입시를 준비하는 친구들의 경우, 어차피 입시 미술 자체가 일정 부분 창의력(+그것을 시각적으로 구성하는) 훈련을 하기 때문에 어렵지 않을 테지만, 입시 미술 경험이 없고 중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약 6년간 학교 공부만 해왔던 (그리고 지독히 T형 인간인) 나에겐 내가 갖고 있던 기존 생각의 틀을 깨는 것이 다소 어려웠었다. 더구나 다양한 경험을 해 본적이 많지 않았기에 내 창의력의 폭은 참 미미했다. 그래서 나는 4년 내내 참 고전했다. 내 경우, 입시 미술은 안 했다고 할 지라도 5살부터 중1 때까지 순수 미술을 그렸었고,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입학하기 훨씬 전에 포토샵을 독학으로 마스터했었기 때문에 디자인 공부를 하는데 유리한 조건들은 이미 갖추어진 상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자인하는 것이 어려웠던 이유는 역시나 반짝이는 아이디어, 그게 부족해서였다. (어렸을 때 씽크빅을 안 해서 그런가 보다.)

    이해를 돕기 위해 디자인을 하는 과정에 대해서 설명 설명하자면, 우선 처음으로는 콘셉트/테마를 정해서 이미지맵이란 것을 만든다. 이미지맵은 시각적인 자료들을 모아놓는 보드 같은 건데 일종의 디자인하는데 필요로 하는 영감의 원천 소스 같은 거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미지맵은 정한 테마의 무드를 표현할 뿐만 아니라 디자인에 사용할 요소들도 함께 어우러지게 배치해야 한다. 가령 질감 표현, 색상, 실루엣이나 디테일 요소로 사용할 것들 등등의 것들 말이다. 그럼 이를 바탕으로 디자인에서 사용할 색상 및 스와치(직물 샘플)들을 정하고, 정해진 것들을 바탕으로 디자인 작업에 들어가는 것이다. 

    이런 디자인 작업 과정을 개성 강한 나의 동기들은 이와 같이 전개해갔다. 동기 1은 우연히 집 앞에 버려져 있던 공룡 인형을 들고 와 디자인 테마로 삼고는 그로테스크한 갑옷 컬렉션을 만들었고, 동기 2는 다 먹고 버린 포도 껍질을 보고 상처를 연상시켜 아방가르드한 형태의 슈트 컬렉션을 완성했으며, 동기 3은 어른들의 기호식품인 맥주에서 모티브를 따와 유아용 수영복 컬렉션을 만들었다. 발상도 특이하고 그걸 전개하여 나온 완성물도 좋은 의미로 독특했다. 이런 인물들이 주변에 한 둘이 아니니, 상대적으로 내가 평범하게 느껴지는 건 어쩌면 당연한 수순일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렇다고 나를 그들과 비교하며 나를 비하했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어떻게 저런 발상이 가능할까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내린 결론은 지나치게 현실적인 내 성격이 창의적인 생각을 방해했고, 가끔은 엉뚱한 상상력이 디자인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나는 못 그랬기에, 다른 사람은 그러질 않길 바라는 마음에 얘기해 보는 것이다.


필수는 아니지만 참고하면 좋을 서적들

*패션 디자인에 대해 다룬 책들은 사실 많다. 나 또한 수업 교재로써 산 책들이 여러 권이다. 그런 책들은 그림을 그리는 방법을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약간의 도움을 줄 수는 있지만, 디자인을 공부한다고 했을 때 꼭 필요한 책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도리어 전공 서적보다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되는 목록들을 적어보았다.


<각종 패션잡지들>

- 보그, 엘르, 마리끌레르, 지큐 등등 수많은 패션잡지들 중 무엇이든 상관없다.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 예를 들면 여성복, 남성복, 아동복 등등 취향에 맞게 골라잡으면 된다.

<시즌 별 컬렉션북>

- S/S, F/W 시즌별로 뉴욕, 파리, 런던, 밀라노, 서울 등등 패션위크에 나온 디자이너 브랜드들의 컬렉션의 패션쇼 사진들을 모아놓은 책이다. 주로 해당 시즌에 잡지 부록으로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때 잡지를 필수 구매하거나, 동대문 종합시장 근처에 중고서적 파는 곳에서 예전 시즌들의 컬렉션북들을 떨이로 싸게 팔 때 구매해서 보는 것을 추천한다.

<각종 시각 자료 서적들>

- 전시 도록, 화가의 화집 등등 다양한 시각자료를 많이 접하면 디자인 영감을 받는 데에 도움이 된다. 책 외에도 영화나 영상 자료들도 많이 접하면 좋다.

이전 03화 시작은 종사관 나으리의 옷.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