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히나 Oct 30. 2022

내 기준 가장 유용하고 실용적인 것

피복 과학

    텍스타일 디자인이 의류소재의 심미성 증진을 위한 분야라고 한다면, 피복 과학(textile science)은 소재의 기능성 증진을 위한 연구를 하는 분야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요새는 '피복 과학'보단 '소재 과학'이란 표현을 더 많이 쓰지만 의류에 좀 더 초점을 맞춘 느낌의 단어라 표기를 이렇게 하였다.) 때문에 의류학 내에서 이학적(理學的) 지식을 요하는 대표적인 분야이다. (그리고 아마도 의류학과에서 문과와 이과 모두 뽑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예체능 계열 공부를 하다가 석사를 과학 분야로 했던 이유는 섬유의 특성을 잘 이해하면 직물 디자인을 할 때 좀 더 유용할 거란 생각을 해서였다. 그런데 내 생각보다 많은 걸 얻었다.


일상 속에서 가장 유용한 소재 지식

    개인적으로 학부 레벨의 수업들 중 피복 과학 영역이 일상에서 가장 실용적인 부분들을 알려주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대표적인 경우가 세탁 및 의류제품 관리 방법이다. 옷이나 소품을 만드는 법을 아는 것도 살면서 나름의 도움을 주기는 하지만, 이런 것들은 마음을 먹고 실행을 해야 되는 것들이라면 세탁은 매일 또는 매주 생활 속에서 행해지는 일이기 때문에 꽤나 사용빈도가 빈번하다. 가령, 물세탁과 드라이클리닝 중 어떤 방식으로 세탁을 해야 하는지, 옷에 뭐가 묻었을 때 어떻게 제거해야 하는지 등등 소재에 따른 대처법들은 꽤나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물론 옷에 붙어있는 라벨을 보면 되기는 하지만 간혹 온라인 쇼핑이나 길거리에서 산 저렴한 제품들 중에는 라벨이 없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인터넷에서 판매하는 옷들 중에는 의외로 종종 소재에 맞지 않은 세탁법을 기재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대표적인 게 드라이클리닝인데, 판매하는 곳에서 대게 드라이클리닝을 권장하는데 그 이유가 옷의 변형이 가장 덜 일어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모든 소재가 드라이클리닝에 적합한 것이 아니다. (그래서 사실 드라이클리닝 할 필요 없는 소재로 만든 옷을 드라이클리닝 하라고 표기되어 있는 것을 볼 때마다 화가 난다.) 하지만 소재에 대한 지식이 없는 일반 소비자들은 이를 잘 모르기 때문에 넘어가는 부분이다. 알아두면 쓸 떼 있는 신비한 지식이지만 말이다.


더 이상의 혁신은 없을지라도,

    길고 긴 섬유의 역사에서 가장 혁신적이라고 할 수 있는 사건은 인조 섬유의 발명, 특히 나일론과 폴리에스테르의 등장이다. 이 두 섬유의 등장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안정된 상태에서의 직물 제조가 가능해졌고 의류 산업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반면, 오늘날의 소재 개발은 그때와 같은 드라마틱한 혁명을 가져올 물질을 개발하는 것에 초점을 두지 않는다. (그건 더 이상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현재에 이미 만들어진 것을 조금 더 나은 수준으로 개량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소재들이 스판덱스(spandex), 고어 텍스(gore-tex), 쿨맥스(coolmax) 등과 같은 기능성 소재들이다. 가볍고 시원한 그런 종류의 소재들 말이다.

    내가 석사를 다니던 때에는 아웃도어, 기능성 의류의 소재 개발이 주류였다. 대기업들에서도 아웃 도어 브랜드를 새로 론칭하고 시장이 확대되는 그런 시기였다. 하지만 소재를 공부하면서도 당시의 나는 "아무리 신소재 개발을 한다고 해도 나일론과 폴리에스테르와 같이 그동안의 산업을 뒤바꿀 혁신적인 발명을 할 수가 없다면 그것이 과연 의미가 있을까?"란 생각에 소재 개발 연구에 굉장히 회의적이었다. (기능성 의류들이 예쁘지 않은 탓도 한 몫하긴 했다.) 이런 회의감 때문에 이 분야를 계속하면 취업은 잘 되겠지만 별로 즐거울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런 나의 편견을 깨 준건 역시 코로나로 인해 필수품이 되었던 KF94 마스크였다. 사실 일회용 마스크는 직물도 편물도 아닌 부직포로 만든 것으로 사실 그렇게 특별한 소재는 아니다. 하지만 공정 과정 및 가공 처리를 어떻게 했느냐에 따라 그 성능이 달라진다. 그리고 그 성능의 차이는 곧바로 삶의 질과 연관된다. 그동안 의미가 있는지 회의적이었던 소재의 개량 과정들로 인해 인간의 안전이 보장되고 삶이 윤택해졌다는 사실이 그 어느 때보다 나에겐 크게 와닿았다.



필수는 아니지만 참고하면 좋을 서적들

<피복 재료학> 김성련 저 / 교문사

- 이 분야의 개론서라고 할 수 있는 책이다. 각 섬유 별로 특성에 대한 설명이 자세히 되어있다. 발매된 지 오래되어 표기법이 다소 예스럽다는 단점이 있으나 아직까지도 필요할 때마다 참고할 정도로 대부분의 섬유재료에 대한 내용이 담겨있다.

<섬유 지식 기초> 안동진 저 / 한올출판사

- 위 책에 못지않을 정도로 자세하게 재료들에 대한 내용이 담겨있다. 이해하기 쉽게 쓰였다는 장점이 있고 개인적으론 현장 실무자들에게 좀 더 유용하고 적합하다고 생각된다.

<디자이너를 위한 섬유소재> 이선재, 김선미 엮음 / 교문사

- 직물 샘플(Swatch)이 함께 있는 책이다. 실제 직물을 만져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현재로선 이런 종류의 책들 중에 유일하게 절판되지 않았다.


이전 07화 Textile is Everywhere!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