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편 1편을 다시 노래하며

by 글쓰는곰돌이






주님, 이 밤에

내 걸음 멈춰 서요

세상 소리 속에서

당신을 들어요


사람들 말은 빠르게 흘러가

나를 또 재촉해, 더 멀리 가라 해

하지만 난 알아, 그 끝은 공허해

주님 없는 길은 결국 무너져


그래서 나는

다시 말씀 앞에

조용히 서요

숨을 쉬어요


나는 주께 뿌리내려

흔들려도 쓰러지지 않아

시냇가 나무처럼

내 영혼은 마르지 않아


밤이 와도 빛이 되어

주가 나를 살게 하셔

Blessed, blessed road

주님과 걷는 이 길


세상은 바람처럼 스쳐 가는데

가벼운 말들은 다 흩어지는데

주의 말씀만이 내 안에 남아

하루를 붙잡아, 나를 지켜줘


나는 믿어요

주께서 아시는

복된 길 위에

나를 세우심을


나는 주께 뿌리내려

흔들려도 쓰러지지 않아

시냇가 나무처럼

내 영혼은 마르지 않아


눈물이 와도 은혜가 되어

주가 나를 붙드셔

Blessed, blessed road

주님과 걷는 이 길


악인의 길은 사라져도

주의 길은 남아 있어

하루 끝에서도

당신은 나를 아셔


나는 주께 뿌리내려

세상이 날 흔들어도

시냇가 나무처럼

나는 주 안에 살아가


어둠 속에도 노래하리

주의 사랑 변치 않으니

Blessed, blessed road

영원히 걷는 이 길


주님…

복 있는 사람의 길…

당신과 함께







밤이 깊어서야 비로소 안다.

내가 종일 어떤 지표를 딛고 서 있었는지를.

발바닥에 남은 감각이 선명해진다.

낮의 소음 속에서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어둠의 농도를 빌려 슬그머니 정체를 드러낸다.

타인의 서슬 퍼런 말들, 목적 없이 휩쓸려 걷던 발걸음의 방향 같은 것들.




누군가의 문장 속에 너무 오래 머문다.

어느새 그 말이 내 골수까지 스며들어 마치 내 생각인 양 착각하며 산다.

정신을 차려보면 나는 내가 아닌 누군가의 자리에 주저앉아 있다.

누군가의 보폭을 흉내 내며 허덕이고 있다.

그곳이 누구의 자리인지도 모른 채.




그 길은 늘 소란스러웠다.

이해보다는 판단이 앞섰고, 말들은 날카로운 화살처럼 공중을 가로질렀다.

어떻게 견디느냐보다 어떻게 이기느냐가 생존의 증거가 되던 곳.

기다림은 도태였고, 멈춤은 패배였다.

밀려나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느라 정작 내 마음의 안부는 물을 겨를도 없었다.




그러다 어느 날, 팽팽하게 당겨졌던 마음의 줄이 툭 하고 느슨해지는 순간이 왔다.

대단한 결심은 아니었다.

그저 '이 소음 속에서는 더 이상 숨을 쉴 수 없겠다'는 본능적인 메스꺼움이 나를 멈춰 세웠을 뿐이다.

그제야 보였다.

잊고 있던 다른 길이.

목소리를 높이지 않아도 되는 길.

나를 증명하거나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길.




그 길 위에서 만난 '말씀'은 서늘한 명령이나 딱딱한 정답지가 아니었다.

그것은 차라리 평생을 곁에 두고 길들여야 할 눅눅한 문장들에 가까웠다.

한 번 읽고 고개를 끄덕이는 지식이 아니다.

고단한 하루를 살아내며 자꾸만 되새김질하게 되는 온기 같은 것.

낮에 마주했을 때와 밤에 다시 만났을 때의 얼굴이 저마다 다른, 살아 있는 눈빛.




말씀을 즐거워한다는 것.

그것은 감정의 고조가 아니라, 이 귀한 문장이 내 삶에서 휘발되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한 '붙잡음'이다.

세상이 나를 흔들어댈 때마다 돌아갈 수 있는 단단한 중심축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들뜨기보다는 고요한 안도가 찾아온다.

내가 말씀을 선택한 줄 알았는데, 돌아보니 그 말씀이 쓰러지려던 나를 겨우 살리고 있었다.




문득 시냇가에 심긴 나무 한 그루를 그려본다.

목마름을 해결하기 위해 이리저리 뿌리를 옮길 필요가 없는 자리.

바람이 잦아들 날 없는 세상이지만, 그 나무가 의연할 수 있는 건 흔들리지 않아서가 아니다.

깊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잎이 마르고 계절이 바뀌어도 그 생명이 꼿꼿한 건, 보이지 않는 땅 밑바닥에서 끊임없이 길어 올리는 생명수 때문이겠지.




반면, 어떤 확신들은 바람 한 자락에 너무나 쉽게 바스러진다.

내 손안에 꽉 쥐고 있다고 믿었던 명예나 말들이 허공으로 흩어지는 것을 본다.

그것들은 내 영혼의 뿌리가 아니었다.

그저 겉면에 묻어 있던 먼지였다.

남지 않고 사라지는 것들은, 역설적으로 그것들이 무엇이었는지를 증명한다.




결국 길은 남는다.

화려했던 것들이 다 타버리고 재만 남은 자리에도 끝까지 지워지지 않는 길이 있다.

주께서 그 길 위의 사람을 '아신다'는 말은, 성적표를 매기신다는 뜻이 아니다.

그 고단한 발자국을 잊지 않고 기억하시겠다는 약속으로 읽힌다.

하루를 겨우 건너온 이름 없는 사람의 무게를 이미 다 헤아리고 계신다는 위로로.




그래서 나는 오늘도 대단한 결단을 내리기보다, 그저 이 길 위에 머문다.

비난의 자리에 앉아 혀를 가다듬기보다 한 걸음 물러서고, 세상의 소리가 커질수록 더 깊은 침묵 속으로 침잠하는 일.

이것은 투쟁이라기보다 조용한 '방향 수정'이다.




밤이 깊어도 나는 여전히 이곳에 있다.

시냇가 나무처럼, 말씀의 곁을 지키는 사람으로. 억지로 마르지 않으려 애쓰지 않아도, 그저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 하나로 충분한 이 길.

이 길이 곧 복(福)이라는 사실을, 나는 이제 누구에게 설명하지 않고도 온몸으로 안다.

그저, 함께 걷고 있다는 그 사실 하나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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