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편 4편을 다시 노래하며

by 글쓰는곰돌이





밤이 또 나를 세워

생각이 나를 깨워

말 없는 얼굴들이

침묵보다 더 시끄러워

나는 옳았는지

나는 틀렸는지

수많은 판단 위에

숨을 고르고 서


어둠보다 빠른 이름의 소리

무너진 이 자리에서 나를 부르네


내가 부르면 응답하신다고

닫힌 이 마음에 길을 내신다고

흔들리는 밤에도

나는 묻고 나는 남아

이 밤이 끝날 때까지


더 가져야 산다고들

사람들은 말하지만

빛나는 얼굴 뒤엔

비어 있는 손

분노는 쉽게 번져

진실은 늦게 와

나는 어디에

서 있어야 하나


입술은 닫고 마음만 열어

침상 위엔 남은 질문 하나


분노로 말하지 않고

침상에서 돌아보며

입술을 닫고 마음을 열어

나보다 큰 무언가가

여기 있음을

이 밤이 나에게 말해


누가 우리에게 좋은 것을 보일까

수많은 빛들이 나를 흔들어도

곡식도 포도주도 아닌

깊은 기쁨이

내 안에서 차올라


내가 부르면 응답하신다고

고요한 이 밤에도 빛을 두신다고

세상이 나를 밀어내도

나는 다시 노래해

이 밤을 지나서


평안히 눕고 잠들 수 있는 이유

나를 둘러싼 모든 소리보다

더 깊은 고요 안에서

나는 지금

여기

있어







밤이 오면 하루가 나를 놓아주지 않는다.

몸은 자리에 누웠는데 생각은 여전히 서 있다.

낮에는 보지 못했던 얼굴들이 돌아와 앞에 선다.

말이 없는데도 그 침묵이 더 시끄럽다.

내가 옳았는지, 틀렸는지. 아무도 묻지 않았는데 마음이 먼저 묻는다.

수많은 판단 위에서 숨을 고르고 서 있는 밤, 나는 시편 4편을 펼쳤다.




이 시편을 쓴 사람도 이런 밤을 건넜을 것이다.

억울함이 가시지 않고, 분노가 쉽게 식지 않는 밤.

사람들은 더 가져야 산다고 말하고, 빛나야 괜찮아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그 말들에 휩쓸리지 않았다.

소리를 키우지 않고, 분노로 말하지 않았다.

침상에 누워 돌아보았다.

입술은 닫고, 마음만 연 채로.




그 모습이 낯설지 않다.

나 역시 하루를 살며 많은 말을 붙들고 왔다.

설명하려 했고, 증명하려 했고, 지지 않으려 애썼다.

그런데 밤이 되면 그 말들은 힘을 잃었다.

대신 아주 오래된 질문 하나가 남았다.

누가 나에게 좋은 것을 보일까.

시편은 그 질문에 서둘러 대답하지 않는다.

곡식도, 포도주도 아닌 기쁨을 말할 뿐이다.

손에 쥘 수는 없는데, 마음 안에서 조용히 차오르는 기쁨.




그래서 나는 입술을 닫고 마음을 연다.

내가 부르면 응답하신다는 기억, 닫힌 마음에 길이 났다는 믿음 하나로 이 밤에 남아 있다.

수많은 빛들이 나를 흔들어도, 더 깊은 고요가 여기 있었다.




평안히 눕고 잠들 수 있는 이유는 단순했다.

나를 둘러싼 모든 소리보다 더 깊은 고요가 있기 때문이었다.

시편의 밤이 내 밤이 되고, 그의 노래가 내 삶 안으로 들어왔다.




그렇게 나는 오늘도 다시 노래한다.

말이 아니라, 고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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