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금주 기록
술 없이 맞은 첫 번째 해
금주 한지 1년이 넘었다.
숫자로 쓰면 짧아 보이지만,
살아낸 시간으로는 제법 길다.
출퇴근으로 기차를 이용했던 난, 술 마시고 기차 안에서 자주 잠들었다.
서울에서 출발해 눈을 뜨면 하차할 곳을 지나쳐 대전, 온양은 수십 번.
만취한 날 한 두 번은 동대구, 구례까지 숙면하고 가 허탈해한 적도 있었다.
몸은 집으로 향했지만
기억은 늘 그 자리에 남아 있었다.
그땐 이상하지 않았다.
술은 사회였고, 예의였고, 일의 연장이라 생각했다.
그 믿음 뒤에
나 자신을 오래 세워두고 있다는 사실은
모른 척했다.
작년 12월 6일,
취한 내 얼굴이 유난히 낯설었다.
말과 행동이 흐려진 밤,
이미 예약된 후회,
그 반복에 더 이상 이름을 붙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멈췄다.
설명도, 선언도 없이
선 하나를 그었다.
술을 끊었다고
삶이 새로 시작되지는 않았다.
여전히 아침은 밝아오고, 여전히 사람을 만나고,
여전히 모임에도 나간다. 다만 옛 감성에 젖어 술로 시작해 술로 마치는 동창회는 조금 꺼려하게 됐다.
술을 마시지 않은 후,
아침이 조금 가벼워졌고
기억이 또렷해졌으며
무엇보다
나 자신에게 변명하지 않게 되었다.
술 없이도 감정은 지나갔고
혼자 있는 시간은 생각보다 조용했다.
술을 마시지 않은 지 1년.
앞으로가 얼마나 더 이어질지는 모른다.
다만 이 시간만큼은 분명하다.
나는 나를 조금 더 존중하며
살고 있다.
언제까지 갈지는
두고 볼 일이다.
하지만 지금,
난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