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고 싶은 나만의 이유

일기장에 쓰는 것이 아닌 내 글을 사람들과 함께 공유하고 싶은 이유

by Allan

제가 한 7,8살 때 쯤 어머니께서 저를 놀리시면서 하신 말씀이 생각이 납니다. "OO는 커서 엄청 무식해 질거다~ 책을 절대 안 읽잖아" 하지만 저도 억울한 것은 책만 펼치면 그렇게 잠이 오더라는 것이었습니다. 낮이든 밤이든 전혀 상관 없이 책을 읽기만 시작하면 그 다음엔 항상 책을 얼굴에 덮고 자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책을 제대로 읽을수도 없을 뿐 더러 안오던 잠까지 오게 만드니 저에게 책은 도무지 왜 읽어야 하는지 모르겠는 애물단지 였습니다. 그렇게 책이 도대체 왜 좋은건지 모르겠는 마음으로 스펙 쌓듯 자기개발서들을 읽어가며 20대를 보냈고, 진짜 책을 읽기 시작한 것은 30대 초반이었습니다. 지금은 책 예찬론자인 저에게 가끔씩 주의 친구들이 책을 읽어보고 싶다라고 어떤 책부터 읽기 시작하면 좋을지에 대해서 물어보곤 하는데, 그때마다 내가 무슨 책을 시작으로 이렇게 책을 좋아하게 되었을까를 아무리 떠올리려고 해도 십년이 지난 지금은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하여튼 어떤 책을 읽게 되었고, 거기서부터 계속 책을 읽게 된 원동력은 그래도 기억이 납니다.


그것은 바로 "아, 나만 이런 고민을 한게 하니구나, 나만 이런 생각을 한게 아니구나"라는 위로를 받는 순간들 이었습니다. 그러면서도 그 책의 작가님들은 이미 나보다 한단계 고민을 이미 더 하신 분들이니 내가 가지고 있던 그 복잡한 생각들을 "나도 그런 생각 해본적 있어"라고 토닥여 줄뿐 아니라 "그럴땐 이렇게 생각을 정리해나가보는건 어때?"와 같은 조언들을 주고 있었습니다. 내가 너무 위로를 받은 작가님의 책에서 언급한 다른 책들을 사서 읽고 하다보니 30대 초반엔 여행하듯이 이런저런 책에 빠져들어 있었습니다. 제가 글을 쓰고 싶은 이유도 저의 글을 읽는 분들에게 제가 받은 위로와 공감을 나누고 싶은 마음 때문입니다.


저는 제 인생에서 제 마음의 상태나 변화를 알아채고, 누군가와 제 마음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들이 없어서는 안될 정도로 매우 중요합니다. 제 마음의 상태에 대해서 가만히 들여다 보기 위해서는 혼자 있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한데 따라서 저는 고민할 필요없는 내향형의 소유자 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내향형이라 하더라도 내 마음에 대해서 다른 누군가와 나누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 인생에서 큰 복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 점은 저는 30년지기의 단짝 친구가 두명이 있습니다. 우리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만나서 지금은 기억도 나지 않지만, 분명한 건 그 당시에는 나름대로 심각한 우리의 고민들을 서로 나누었고 현재는 저에게 이 두 친구는 가족이나 다름 없습니다. 어쩌면 가족보다 더 저를 잘 알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은 저는 캐나다에 친구들은 한국에 있어 자주는 아니지만, 지금도 그 친구들과 이야기 한 날은 그동안 밀린 일기를 쓴 것과 같은 마음이 듭니다. 이 친구들과 어려서부터 서로의 마음이나 생각에 대해서 이야기하다 보니 그 뒤로 친구들을 사겨도 내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아니면 그리 가까운 사이가 되지는 못했습니다. 저에게는 많은 친구가 있지는 않지만, 오은영 박사님께서 가족 포함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인생에서 5명이면 충분하다고 하는데 저는 5명보다는 조금 더 많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저는 내 마음을 거리낌 없이 나눌수 있다는 점이 어느 누구나에게나 주어지는 것이 아닌 럭셔리(?)라는 사실을 꾀 나이가 든 뒤에 알게 되었습니다.


자신의 마음이나 생각에 대해서 누군가와 나눠본 경험이 적은 사람들은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첫번째로 자신의 마음이나 생각에 대해서 알아야할 필요가 없었을 것입니다. 두번째로는 혼자서 머릿속으로 생각한 것과 그것을 밖으로 끄집어 내어 글이나 말로 완성시키는 것에는 매우 큰 차이가 존재합니다. 제가 지금 제 머릿속에 항상 생각하고 있던 내용을 글로 옮기면서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조금 조심스러운 내 이야기를 했을 때 상대방이 "맞아, 나도 그랬어!"라거나 "응, 그럴수 있지"라는 공감의 피드백이 왔을때 갑자기 산더니처럼 커서 나를 짓누르는 것 같던 그 생각들이 솜사탕처럼 가벼워지는 경험을 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물론 "뭐라고? 무슨 소리야?"라는 피드백으로 더 움츠려드는 경험을 할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건강한 비판이 아닌 나의 조심스러운 부분에 대해서 더욱 나를 작아지게 만드는 사람은 저는 곁에 둘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우리가 법과 규칙으로 정한 사항이 아니라면 그 외에 모든 부분은 누가 맞다, 틀리다라고 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법과 규칙이라는게 존재하는 것이겠지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생각으로 사는지 생각해 보지 않은 사람들에게서 주로 보였던 부분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 모른채 그저 사회에서 공통적으로 보여지는 대다수의 생각들에 휩쓸려 살아갑니다. 우리가 유행이라는 것에 얼마나 민감한지를 보면 쉽게 이 의미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살아가는 사람들은 그저 유행에 따라 하고 그 유행에 잘 어울리지 않는 본인을 싫어합니다. 단발머리가 유행일때 나의 얼굴형은 단발머리가 아닌 긴머리에 아주 예쁜 얼굴인데 '유행하는' 단발머리에 어울리지 않는 본인의 얼굴을 미워합니다. 그 다음으로 본인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서 생각은 하는데 이걸 말이나 글로 나누지 않는 사람들은 자신이 하고 있는 생각으로 만들어진 '내가 생각하는 나'와 내가 이 생각들을 말이나 글로 정리했을 때 스스로 깨닫는 나의 모순점 혹은 내 말을 들을 사람들이 주는 건강한 피드백으로 알게되는 '실제의 나' 사이의 간격을 모르고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 간격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인생이 뭔가 공평하지 않고, 나에게만 억울한 일들이 많이 생기는 것 같은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조심스러운 나의 생각을 나 혼자 오로지 간직하고 있을때, 나의 생각을 나누었을 때 받는 공감 하나면 그 문제가 아무것도 아닐수도 있는데 그것을 하지 않아 스스로의 감옥에 가둬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의 사랑스러운 한 친구가 우리가 30살도 훌쩍 넘었을때, 어느 날 그 친구가 본인에게는 결혼하기에는 큰 장애물이 있다고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게 뭐냐고 심각하게 물어보았고, 그 친구는 부모님의 사이가 그리 좋지 않다고 하였습니다. 요지는 본인은 화목한 가정 출신(?)이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우리는 잠깐의 정적뒤에 하나둘씩 너무 아무렇지 않게 "우리 집도 부모님 엄청 싸우시는데" 라고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이미 저의 단짝 친구인 그 두명과 부모님들께서 싸우시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를 수백번도 한 상태고, 제 친언니와도 마찬가지였기에 청소년기에는 예민한 부분이기도 했지만 30살이 넘은 후에는 부모님들께서 싸우시는 것과 내 인생은 별개라는 생각을 제 친구들과 또는 언니와 나누면서 하게 됐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그 친구에게 물었습니다. 그런 마음의 부담에 대해서 친구들에게 털어놓은 적이 없냐고, 그 친구는 남에게 처음 이야기하는 거라고 하였습니다. 그 친구는 자기집만 이렇게 부모님들이 싸우시는 '화목하지 않은 집'이라고 생각했다고 하였습니다. 우리는 "부모님들이 많이 싸우는 집"이 얼마나 흔한지 그 자리에 있던 우리들이 모두 증명을 해주었고, 그 친구는 약간 놀란듯 해 보였습니다. 그 친구에게 여자형제가 있었다면 좀 더 일찍 그런 위로를 받을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혹시 마음에 두었던 무거운 생각이 있다면, 그 생각을 내 머리 한구석에 계속 방치해두고 무겁게 살아가고 있다면, 공감과 위로가 되는 글이 그 무게를 덜어줄거라고 확신합니다. 제가 느꼈던 "나만 이상한게 아니었어.."라는 안도감과 함께 말입니다. 문득 재수생활 시절 한 친구가 저에게 했던 말이 생각이 납니다. 그 친구가 " OO이랑 이야기 하면 나만 배꼽에서 냄새가 나는게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고 좋아" 라는 말을 했는데 저는 이 이야기를 어떻게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데 그 친구가 했던 그말이 저에겐 조금 특별했는지 살다가 이따금씩 생각이 나곤 합니다. 인간에게 가혹한 형벌은 "나만 이상하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순간 같습니다. 반대로 "남들도 그렇구나"라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 우리는 매우 안도합니다. 그 순간이 너무 소중합니다. 그렇게 우리는 남들과 더불어 살도록 디자인 된 생명체라는 것을 나이가 들어가면서 더욱 느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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