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항상 쉽지 않지만 ,
그래서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
감동은 늘 예기치 못한 순간에 물밀듯 몰려오듯이
내겐 몽생미셸은 처음엔 별 기대하지 않은 장소였다
몽생미셸에서 인생 최고로 비와 우박을 많이 맞았고
무거운 코트와 불편한 가방으로
컨디션도 최악이었다.
그렇지만 몽생미셸은 내가 프랑스에서 가장 사랑하는 장소가 되었다.
여행이란 참 신기한 것 같다.
몽생미셸은 파리 시내에서 굉장히 멀리 떨어져 있다
편도 4시간이 걸리니..
꼬박 하루를 다 쓸 수밖에 없는 곳
나와 친구들은 투어를 이용하기로 했는데
가이드분도 너무 좋았고
결론적으로 너무너무 만족스러웠다!
새벽부터 출발한 셔틀버스..
가위바위보에서 이긴 나는 혼자 아주 여유롭게 탔다
계속 잘 거라고 생각했는데 잠이 너무 안 와서
그냥 노래 들으면서 창문 밖만 계속 구경했다.
버스에서 몽생미셸 성을 멀리서 딱 보는 순간
와 이건 진짜 내 안에 ‘아련’이라는 감정이 인생
최대치가 되는 느낌이었다.
전생에 내가 저기 살았나?
내가 본 어떤 성보다 신비로웠고 아름다웠다.
미카엘 대천사가 꿈에 나타나 바다 위에
성을 쌓으라는 명을 내렸고
허무 맹랑한 얘기라 듣지 않았는데
세 번이나 꿈에 나오자 결국 바다에
수도원을 지었다는 설이 전해 내려온다.
주변에 진짜 아무것도 없고 평지라서
사람들이 수도원으로 성지 순례를 갈 때 도적을 만나거나 짐승에게 공격받는 일이 많았다고 한다.
이야기를 들으니까 더 신비롭고 아련했다..
혼자 우뚝 서 있는 성이 외로워 보이기도 했지만
자신만의 신념을 지키고 있는 것 같았다.
점점 성에 가깝게 다가가는 중
현실의 삶에서 벗어나
판타지 속 누군가의 순수한 모험에
동행하고 있는 것 같았다.
"네가 하늘에서 내려왔을 때 두근두근 했어. 분명 멋진 일이 시작되었구나 하고."
-천공의 성 라퓨타 中
천공의 섬 라퓨타 영화를 정말 정말 좋아하는데
하늘에 떠있는 라퓨타 성처럼
너무나 신비로운 풍경에 마음이 벅차올랐다.
그냥 눈 돌리는 풍경마다 아름다워서
카메라를 멈출 수가 없었다.
몽생미셸 성 내부로 들어왔다.
내부는 중세시대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내부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다.
동화 속 주인공의 집처럼 아기자기한 집들.
찍을 땐 몰랐는데 지금 보니 앞에 귀여운 새가
광합성을 하고 있다.
성에서 조금 올라가 뒤를 딱 돌면 보이는 풍경이다.
정말 사진에 담기지 않는 풍경이었다.
늘 사진을 좋아하고 사진의 아름다움을 인정하지만
이럴 땐 너무 아쉽다. 눈으로 최대한 담았다.
이 풍경을 본 이후로 거짓말처럼 비가 쏟아졌다.
내가 겪어 본 날씨 중 가장 변덕이 심했다.
저렇게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주고 나서
갑자기 돌변해서 비와 우박이 쏟아져내렸다.
흑화 한 몽생미셸이었다...
우산이 없어 카메라도, 코트도 다 젖었고
그냥 물에 빠진 생쥐였다.
수도원 내부 모습이다.
비를 너무 많이 맞아서 그냥 혼이 나가버려 사진을 많이 남기지 못했다.
금언 금육 금화를 지키고 있는 수도원이었다.
종교를 떠나 자연과 조화를 지키며
자신의 신념을 지키는 사람들은 늘 멋진 것 같다.
사진이 없지만... 가장 인상 깊었던 공간이다.
수도사분들이 산책하는 공간이었는데
발 보폭에 맞춰서 기둥을 제작했다고 한다.
자신의 고유한 가치관과 생활 패턴을 잘 알고
그에 맞게 조성된 공간과 건축은 늘 창의적이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라는 말처럼
기둥 간격에 맞춰서 금언을 하며 산책을 해보았는데
다들 롱다리 셨나... 거의 다리 찢기 하며 가야 했다.
수도원 관람을 다 마치고
밖으로 나왔을 때의 풍경이다.
비가 쏟아져서 거의 체념하고 있었는데
노을이 너무 아름다워서 감동은 배가 되었다.
몽생미셸 밀당을 너무 잘한다.
몽생미셸 성을 딱 처음 봤을 때
성에 올라가 전경을 처음 봤을 때
수도원에서 나와 본 노을 풍경
은 환상적이었다.
이런 순간들 때문에
몽생미셸을 평생 못 잊을 것 같다.
노을을 보고 나서 또 귀신처럼
비가 쏟아지긴 했지만... 행복했다.
주변 자연환경도 정말 아름다웠다.
성 앞에 밀물과 썰물로 인해서
물이 차오르는 시점에 물줄기가 아름답게 형성된 것도 신비로웠고
주변 넓은 초원과 양들도 동화 속 풍경을 만드는 데 한 몫했다.
왜 자꾸 라퓨타가 생각나나 했더니
주변에 아무것도 없이 홀로 떠있는 성
자연과 조화롭게 공존하며 자연의 감사함을 아는 섬
지키고자 하는 가치와 신념이 있는 성
이러한 점에서 라퓨타와 몽생미셸은
많이 닮았다고 느낀 것 같다.
라퓨타는 인간과 자연의 상생을,
몽생미셸은 종교적인 가치와 신념을.
몽생미셸 여행을 마치고
마지막으로 올려다본 밤하늘
판타지 소설이 술술 써질 것 같은 곳이었다.
신비로운 공간은 늘 나의 창작 욕구를
이끌어 내는 것 같다.
이 여운을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다는
소원을 품고 몽생미셸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