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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푸스 Jul 12. 2024

푸드스타일리스트가 누가 이쁘대?

케이터링, 그 끝이 보이지 않는 깊은 영역으로 다이빙하다.

케이터링에 뛰어 든 그 때, 내 나이는 27살이었고 아주 멋진 가을날이었다.

서류면접 이 후, 팀장언니와 2차 면접을 진행했고 그 후 3차로는 현장실습면접이 있었다.

야외 케이터링이었는데 따사로운 가을 햇빛 아래에서의 야외 셋팅은 생각보다 곤욕이었다.

벌레도 많고 햇볕도 따가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멋있게 셋팅이 완료 된 모습을 보니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


이런저런 일들을 많이 해와서인지 눈치가 빨라서인지 열심히 하는 모습이 좋아보였던건지 모르겠지만

그 날 나는 언니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겼고 그렇게 케이터링 팀에 합류하게 되었다.


약 500명이 넘는 직원들이 있는 회사 규모에 비해 우리 팀은 총 세명의 아주 단촐한 팀이었다.

팀장 언니와 선임 언니, 그리고 막내인 나.

언니들은 요식업계에서 참 멋있는 경력을 갖고 있었고 그에 비해 나는 돌고 돌아 이 곳에 온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병아리였다.


팀에 합류하고 처음에는 언니들 앞에서 칼질 하는 것조차 부끄러웠다.

손이 굉장히 빠르고 요리도 척척 잘하는 언니들을 보며 한없이 작아지기만 했다.

나는 주방에서의 경력도, 스타일링의 경력도, 제대로 된 경력이 그 무엇 하나 없었으니까 당연한 모습이었다.

내가 호박 하나를 썰면 언니들은 호박 열개를 썰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속도 차이가 참 많이 났다.

그럼에도 언니들은 늘 나를 응원해줬다.


케이터링은 참 많은 재능이 필요한 일이었다.

심지어 세명이기에 더더욱 많은 재능을 요구했다.

요리도 잘해야 하지만 손도 빨라야 했고 테이블 위를 아름답게 꾸밀 감각도 있어야 했으며 꽃꽂이까지 해야 했고 손님들과 직접 대면하는 일도 있었기에 서비스 정신도 필요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강철 체력이 필요했다.

이걸 재능이라 표현하기엔 힘들지만 이 모든것도 나는 어느정도 타고난 감각이 필요한 재능이라고 생각되었다.

내가 나를 평가하긴 힘들지만 나는 아마 10%의 감각과 70%의 카피능력과 20%의 자존심으로 뭉쳐진 사람이지 않을까 싶다.

언니들 옆에서 습득한 것들이 대부분이었고 못한다는 얘기를 듣기 싫어서 악착같이 열심히 한 그 20%의 자존심이 나를 케이터링 업계에 스며들게 했다.


이 곳에서 일한 2년은 아마 내 인생에서 가장 열심히 일 한 2년이었을거다.

새벽 2-3시에 출근하는 일도 생각보다 많았고, 그렇게 새벽에 출근해도 밤 9-10시나 되어야 퇴근하는 일도 참 많았다.


한 번은 3일동안 일 한 시간이 총 60시간이 넘었던 적도 있다.


이런 상황이 왜 생기는지 궁금할거다. 대부분은 직접 겪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는 근무시간이니까.

우리의 준비과정을 쭉 나열하다 지워버렸다.

경우의 수가 너무 많아서 설명하기 너무 힘든 부분이다.


대략적으로 얘기하자면 


- 하루 전 날, 다음 날 행사 음식 식재료 준비 및 다듬기 그리고 테이블 위에 셋팅할 기물 챙기기

-당일 일찍 출근하여 준비해두었던 식재료로 요리하기

-모든 음식 및 기물 챙겨서 행사 시작 두시간 전까지 행사장 도착

-행사 시작 30분~1시간 전까진 셋팅 완료하기

-행사 진행 및 서비스 진행

-행사 끝난 후 모두 정리

-사무실로 돌아와 설거지 및 기물 정리


이게 과정인데 우리는 세명이기에 행사 규모가 완전 대규모가 아닐 경우엔 두명이 행사를 나가고 한명이 남아서 다음 날 행사를 준비한다.

참 이렇게 써놓으니 간단한거 같지만 행사 규모에 따라, 음식 가짓수에 따라, 인원수에 따라 하루 전의 준비 할 양과 당일 셋팅 시간의 차이가 엄청나게 달라진다.


이것 역시 예를 들면, 우리는 빵집으로 유명한 회사였기에 디저트 및 빵류는 본점에서 가져왔는데 그러면 식사가 아닌 간단한 케이터링은 보통 샌드위치, 과일 등만 준비하면 됐었다.

(제일 간단한 경우였지만 이것마저도 보통 샌드위치 200개, 300개가 기본이었다.)

그치만 다른 경우의 예를 들면, 꽤 적은 숫자인 50명의 식사 케이터링이라고 치면 그만큼 단가가 높아지기 때문에 더 고급요리들이 나가게 되고 보통 이런 경우에는 손님들이 쓰는 식기도 무겁고 고급진 것들이 나가게 된다. 음식의 가짓수도 많을 뿐더러 비싼 식재료들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재료 손질부터, 짐 챙기는 것 까지 인원수는 적지만 오히려 200명의 디저트 케이터링보다 10배는 힘들다고 보면 된다.


우리는 브랜드 이미지 특성상 나무 기물이 많았기에 무게도 엄청났는데 간단한 행사를 갈 때는 이삿짐 센터 짐박스 2-3개, 규모가 좀 있는 행사는 4-5개를 챙기기도 했다. 

거기에 음식 넣은 밧드도 적게는 5-6개에서 많게는 20개 가까이 챙길때도 많았고 꽃도 한아름 안고 가야하는 경우도 많았다.

(피아노 연주회에 나갔던 소규모 케이터링의 일부분이다.)



사진첩을 뒤져 꺼내 온 케이터링 사진들이다.


케이터링은 단순 요리, 테이블 셋팅, 서비스가 끝이 아니다.

각 행사의 특성에 맞춰, 인원수와 단가를 생각하여 메뉴를 짜내야 하는 것도 케이터링 업무의 일부이다.

보통은 팀장언니가 메뉴를 구성했지만 우리는 중간중간 시간을 내어 벤치마킹을 다니기도 했고 인터넷을 뒤지며 새로운 메뉴들을 탐색하기도 했다.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는 것. 

이것도 케이터링에서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그렇다고 메뉴가 맛만 있으면 될까? 

케이터링, 그리고 푸드스타일링은 눈으로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연출하는 것이 가장 큰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맛만 좋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그 맛을 200% 끌어올릴 수 있는 미적 감각도 필요하다.


그리고 이런 감각은 당연히 타고나는 것도 있지만 많이 보고 많이 먹는 것에서부터 온다.

동네의 작은 가게부터 시작해서 미슐랭 원스타, 투스타 등의 레스토랑, 파인다이닝, 오마카세 등등 봐야 할 시각을 굉장히 많이 넓혀야 한다.

동네의 작은 가게라고 생각한 곳에서 "어라? 이런 구성으로 음식을 내기도 하네?"싶은 부분들도 분명 존재한다.

내가 생각하지 못한 조합과 생각하지 못한 플레이팅.

그런 것들을 캐치 할 수 있는 능력.

이건 타고나는 것보다는 노력과 관심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도 분명 푸드스타일링에 관심이 있는 분이 계실텐데 나의 글을 다 읽었을 때도 여전히 푸드스타일링이 하고 싶을지 모르겠다.

그래도 상상과 현실은 다르니 꼭 이 글을 읽으며 실제처럼 상상하고 생각해보길 바란다.


다음 편에서는 케이터링을 하며 겪은 다양한 행사들에 대해 이야기할테니  또 보러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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