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지나간 자리

나의 굵은 동아줄을 찾아서

by 수필천편


어딘가에 떨어져 찾을 수 없는 기억들에 관하여



굵은 기억의 줄기가 휘청거리듯 가늘어지면 기억의 실타래도 헝클어지면서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조금 전에 생각했던 것이 잠깐 다른 것들 생각하다 보면, 무엇인지는 몰라도 원래의 것을 잊어버린다. 아니 잃어버린다. 잊은 것은 기억이 날 수 있지만, 잃은 것은 무엇인지 떠올릴 길 없기에 영영 찾지 못한다. 다시는 나의 것이 되지 못한다. 길을 걷다가 마치 흘려버리기라도 한 것 같다. 어디에서 그 기억을 떨어드렸을까? 여기저기 찾아보지만 기억 어디쯤에서 흘렸는지 알 수 없다. 아무리 더듬거려도 손에 잡히는 것이 없는 것처럼 기억도 마찬가지다. 눈을 찌푸리며 괜스레 바지 주머니를 양손으로 뒤적거리지만, 허망한 빈 손가락만 망망대해에 떠 있는 것처럼 망연자실해진다. 생각해 보면 일기의 양적인 기록도 점점 줄어들고, 내용의 명확함도 흐릿해진 일기노트가 되어간다. 점점 맥락 없는 글 내용을 짜깁기라도 한 것처럼 끄적이게 된다. 맥락도 그 내용도 거친 바다에 표류하고 있는 것처럼 쓰인다. 순간 다른 사람이라도 되어버린 듯하다. 내가 가진 감정을 잃어버리고 전혀 낯선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다. 전래동화처럼 굵은 동아줄이라도 내려올 수는 없을까? 내 본래의 모습들, 감정들, 그리고 웃음들을 다시 꽃 피우고 싶은 동아줄 말이다. 그렇게 돌아갈 수는 없다면 지금의 상태라도 유지할 수는 없을까. 순간순간 잃어버렸던 추억들이 다시 떠오르고, 웃으며 그때를 마음 편히 떠올리는 즐거운 마음으로 눈웃음 짓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