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이 반이다
어느새 <인생 2막 나는 알츠하이머다>의 기록을 마친다.
하루 한 편씩 글을 썼다. 치매에 도움이 되기 위해서 시작했다.
치매에 도움이 되기 위해 썼나, 아니면 서른 편의 글을 쓰기 위해서인지 알 수 없다.
아마도 반반이 아닐까 싶다.
오늘도 늘 그랬던 것처럼 평생학습관의 오전 수업인 미술 수업에 참여한다.
모든 수강생이 겉모습으로는 다들 육십의 나이정도는 넘어 보인다.
수업도 열심히 참여한다.
아기자기한 그림들이 그려진 도화지에서 자기가 필요한 그림들을 찾아 오려 붙인다.
어릴 적의 놀이들을 하면서 얼굴이 즐겁게 웃는다. 찡그린 얼굴은 나뿐이다.
해본 적 없는 놀이를 하려니 소꿉장난처럼 어색하다.
참여하는 사람들이 나 빼고는 모두 여성들이다.
남자는 나 혼자다. 그것도 제일 앞자리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앞에서 사람들을 등지고 앉았으니 가르치는 선생님 말고는 아무도 보지 않는다.
다들 꾸미기에 바쁘다.
참여하는 활동들의 목적이 치매 극복에 향해 있다.
치매에만 좋다면 정말 그 어떤 것도 가리지 않는다.
몸에만 좋다면 무엇이 되었든 간에 먹는 사람들이 있다던데,
나야말로 치매상태를 벗어날 수 있다면 무엇이든 가릴 처지가 아니다.
여러 활동들을 버스 타고 다녀오고, 걸어서 다녀오고,
돌아와 일기 쓰며 아침과 낮을 마무리하는 저녁이다.
바깥이 어두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시간,
스탠드를 켜고 책상에서 조용히 저녁을 맞는 글을 마무리한다.
이렇게 하루하루 꼬박꼬박 써서 30편이 되었다니,
그야말로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실감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