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해마
언제부터인가 나의 해마가 흐릿해져가고 있다.
단기기억을 장기기억으로 만들어주는 나의 해마가
더 커져도 부족할 판에 점점 줄어들어가고 있다.
기억을 퍼올리는 나의 두레박이
어느 때는 줄이 끊어지고, 어떤 때는 닳아지고,
점점 줄어드는 것만 같다.
바깥 수업을 할 때 그렸던 그림이 집으로 돌아오는
사이 내 머릿속에서는 어느새 탈색이 되어버린 듯,
가물거리는 기억이 하얀 공백으로 되돌아간다.
때로는 눈을 깜빡이고, 때로는 눈을 찌푸리면서
내 머릿속을 더듬어보지만 떠오를 듯 떠오를 듯
가물거리는 내 머릿속이 속상할 정도이다.
의식하지 못한 채 얼마나 많은 기억을 잃어버렸을까.
돌이켜보려 해도 돌이킬 그 무엇이 흐릿해진 이 상태가
감정의 백지로 돌아올까 싶어 마음 한 편이 출렁거린다.
지금 나는 백지로 만들려는 것과 투쟁의 기로에 서 있다.
그럴수록 읽고, 쓰고, 생각하고, 외우고, 몸도 움직이며
더 부지런을 떨어야 할 때이다.
몸속에 혈액의 순환이 충분해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듯
머릿속의 해마를 크고 크게 부풀려 내 머릿속의 기억을
끊임없이 퍼올릴 일이다.
연. 중. 무. 휴.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