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과 씨름하기

읽고 보고 쓰고

by 수필천편

아내가 영화를 보여준다.

보고 나면 감상문을 쓰라고 한다.

나는 하라는 대로 한다.


책을 읽어도 마찬가지다.

독서감상문 공책에 감상문을 쓴다.

지금은 새로 읽게 된 책 김영하 산문집 <말하다>를 읽고 있다.

참 말 잘한다. 아니 글 잘 쓴다.


아내에 따르면, 나의 정체성은 읽고 쓰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굉장히 많이 읽었고 글도 잘 썼었다나?

또 나는 전작주의자 정도란다. 한 작가의 작품을 거의 다 읽는다고 한다.

평범한 직장인 성인 남성이 그렇게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건 자랑이라고 했다.

웬만한 책은 다 읽었다(?)는데, (아내는 과장이 심하다)

정작 지금은 또렷이 생각나지 않는다.


아내는 나를 놓지 못한다.

예전의 나를 그리워한다.

나는 전혀 다른 존재가 되었다고 한다.

더 이상 아내가 알던 사람이 아니라고 한다.


나는 크게 소리 내서 책을 읽었다.


"그 어떤 끔찍하고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인간은 글을 쓴다.

글쓰기는 인간 최후의 권능이다.

모든 것을 빼앗긴 인간도 글은 쓴다.

글을 쓸 수 있는 한 우리는 살아있다 죽지 않았다.

한 인간을 억압하는 모든 것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마지막 수단이 글쓰기다.

정신과 육체가 파괴되어도 눈꺼풀만 움직일 수 있다면 인간은 글을 쓴다"

라고 김영하 작가는 썼다.



"기억과 씨름하는 사람은 작가"라고 김영하 작가가 말한다.

위로와 자신감을 주는 말이다.


그렇다면,

나는 아직 정체성을 잃지 않아도 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