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즈려밟고 맨발 걷기

나로 하여금 너를 걱정하게 하지 마

by 수필천편

아내가 화를 냈다.

발가락 동상 걸리면 어떡할 거냐고 했다.

"치매 노인 산에서 맨발로 동사" 뉴스에 나오고 싶냐고 한다.


아내가 나를 챙기는 것은 나를 위한 게 아니라 아내를 위한 것이라고 한다.

더 큰 화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 미연의 방지책이란다.

나중에 감당이 안될까 봐 더 이상 감당을 못할까 봐 그런다고 한다.


맨발 걷기 하러 나갈 때, 아내는 옷을 더 입고 가라며 얇은 패딩 조끼를 속에다 입혀준다.

모자도 씌워준다. 강도 같은 복면(?)과 장갑까지 꽁꽁 싸매서 내보낸다.

답답하다는 내 의견은 바로 묵살당한다.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고 한다.


감기라도 걸리면 병원 가고 기침하고 더 큰 신경 쓰고 싶지 않다고 한다.

제발 알아서 좀 챙기라고 그렇게 말해도 왜 못 알아듣냐고 급기야 소리 지른다.

손이 많이 가는 인간! 고집불통 쇠심줄 영감탱이!

챙김 받고 싶어서 일부러 그러는 청개구리!


"나로 하여금 너를 걱정하게 만들지 말란 말이야!"

"나로 하여금 너를 걱정하게 만들지 말란 말이야!"


따라하기. 이건 내 최후의 방법이다.

아내가 말할 때 똑같이 동시에 말하면 아내는 웃겨 죽는다.

"야이 아이고 웃겨 죽겠네."


하지만 아내는 뒤끝이 길다. 조심해야 한다.

등짝을 맞기 전에 맨발로 나온다.

서로 무탈한 것이 서로를 위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