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따라 허기가 진다. 잠을 요란하게 자서 그러는 걸까?
물 한 잔을 들이켠다. 공복은 채워질 줄 모르는 화수분처럼
한 컵의 물을 흡수해 버리고도 갈증이 사라지지 않는다.
그 와중에 뱃속에서 '꼬르륵'소리가 난다.
몸의 신진대사가 허기로 깨어나 식욕을 알려준다.
뱃속의 공복이 하는 역할은 배고프다는 신호를 주는 것이다.
나이 때문인지,
치매라는 질병의 진행이 깊어가는 탓인지 기억들이 쪼그라드는 것만 같다.
식사를 거른 것처럼, 기억의 허기인지 아니면 공복인지 모르겠다.
긴 공복이 건강에 좋다는 말에 저녁시간을 일찍 가져가며
공복시간을 최대한 길게 유지해 본다. 치매가 더디게 가면,
아니 그것보다 멈추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마음뿐이다.
물론 일상의 시간시간마다 기울이는 노력여하에 달려 있을 것이다.
내 유년의 기억, 학창 시절의 기억들은 조금씩 상세함을 잃어간다.
그 언저리 기억만을 붙잡은 채 흐릿한 얼굴들과 추억만을 되새긴다.
그럼에도, 시간이란 무정한 놈은 더딤도 없이 제 갈길로 흘러만 간다.
소중한 기억들이 흐려지다 못해 남은 흔적들마저 지워져 버릴까 봐,
소가 되새김질을 하듯이 나도 하루하루를 되새기며
시간의 흔적을 기록으로 남긴다.
"왜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지?"
"생각 안 나? 24시간 공복유지 한댔잖아."
그랬다. 나는 하루 동안 금식을 했던 것이다.
그 사실을 깜빡했다니.
기억도, 공복에 동참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