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질의 전환
손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얼굴을 씻어주고, 몸을 닦아주고, 음식을 먹여주고,
걸어가는데 평형을 잡아주는 몸의 한 부분으로 그저 당연하게 여겼다.
세상에 당연한 건 없는데도 말이다.
그런데 손톱옆에 살가시가 일어났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가시는 점점 커지고 살이 떠들려 일어났다. 결국 가정의학과까지 갔다.
손톱에 붕대를 감고 왔다. 항생제를 사흘 치나 받아와서 먹었다.
초동진압을 하지 못했다. 늘 나는 그렇다.
지금 읽고 있는 책, 『오십에 읽는 주역』을 보니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십자가를 짊어지고 태어난다고 한다.
그것이 바로 그 사람의 기질이라고 한다.
타고난 기질은 바뀌기 어렵다고 한다.
아내는 내게 "고인 물"이라고 말한다.
그 어떤 것에 대해서도 변화하지 않고, 새로운 시도를 꺼리는 편이었다.
이게 내 기질이었다면 당연히 바꿔야 한다.
하지만 살아온 세월만큼 붙은 습의 관성은 여간해서는 바뀌지 않는다.
생의 커다란 전환이 있기 전 까지는 말이다.
내 기질은 전환의 국면을 맞이했다.
치매라는 커다란 계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이번 주에 네 개의 강좌를 등록했다.
치매가 아니었다면 결코 엄두도 내지 않았을 일이다.
등록을 했다는 그 자체가 내게 도전할 용기를 불어넣어 준다.
주춤대지 않고 함께 나섰던 그 길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도전에 나서려고 한다.
알츠하이머라는 거대한 생의 전환이 내게는 오히려
내 기질을 바꿔놓는 계기가 되다니. 삶의 아이러니다.
나는 무한긍정을 하기로 했다.
아내가 뇌에 좋은 손가락 운동이라며 가르쳐 준다.
손가락을, 접었다가 폈다가 붙였다가 뗐다가 포갰다가 벌렸다가 해본다.
잘 안된다. 뻣뻣하다. 굳어진 것 같다.
부드럽게 펴지는 그날까지 나는 계속할 것이다.
손으로 일기도 쓰고, 소설도 쓰고, 책장도 넘긴다.
키보드로 브런치에 글도 쓴다. 귀한 내 손이다.